온라인서 2억 에르메스 명품 파는 이 회사.."우린 당근마켓 팬"

중앙일보

입력 2022.08.10 05:00

업데이트 2022.08.10 14:11

지난달 27일 국내 공식 진출한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글로벌 최대 규모 럭셔리 리세일 플랫폼이다. 2009년 파리에서 설립, 현재 80여개 국 23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에르메스·구찌·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중고 제품을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한다.

맥스 비트너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글로벌 CEO 인터뷰

판매자가 직접 올린 상품을 구매자가 선택해 결제하면, 판매자 물건이 검수 센터로 넘어가 업체에서 배송을 해주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현재 국내서 서비스 중인 크림·스톡엑스 등의 리세일 플랫폼과 비견된다. 다만 한정판 운동화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기존 리세일 플랫폼과 달리, 의류·가방 등 모든 패션 카테고리에 걸쳐 약 300만개 이상의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패션 특화된 대규모 리세일 플랫폼으로 이해하면 쉽다.

지난달 27일 럭셔리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가 국내 공식 론칭했다.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지난달 27일 럭셔리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가 국내 공식 론칭했다.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기업가치 1조원(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다. 특히 국내 기업인 네이버의 투자 소식으로 화제가 됐다. 네이버는 2016년 코렐리아 캐피탈의 K-펀드1에 참여해 총 2억 유로(2667억원)를 출자한 뒤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투자했다. 이 밖에 구찌 모기업 케링 그룹 등 여러 차례 투자 유치 끝에 지난해 3월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번 국내 론칭은 단순히 한국어 서비스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 현지 오피스와 검수 센터 등을 신설, 원활한 현지화 서비스를 염두에 둔 것이라 더 의미 있다. 국내 론칭을 한창 준비 중이던 지난달 20일 맥스 비트너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화상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맥스 비트너 CEO.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맥스 비트너 CEO.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모두 새 제품 구매할 순 없어, 빈티지 시장 긍정적”

현재 럭셔리 리세일 플랫폼으로는 독보적이다, 어떤 강점이 있었나.

A. 나는 3년 반 전에 이 회사에 합류했지만, 이 회사는 13년 전에 파리에서 설립됐다. 빈티지 패션을 온라인에서 거래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시기다. 누구보다 빨리 뛰어들었고, 명품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이해한 것이 컸다고 본다. 점차 소비 트렌드가 소유보다 경험으로 흐르고 있다.

럭셔리 중고 마켓이 흥할까.  

A. 무척 긍정적으로 본다. 지난 몇 년간 럭셔리 업계가 성장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에 무척 신경 쓴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모두 새 제품을 구매할 순 없기에, 더 낮은 가격의 빈티지 제품을 찾을 것으로 본다. 또 최근에는 ‘빈티지 패션’ 자체가 인기다. 지금 생산되는 디자인이 아닌, 이전 스타일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최근 1990년대 패션을 중심으로 하는 ‘Y2K’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서도 관련 제품의 검색어 순위가 오르는 등 빈티지 패션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빈티지 ‘장 폴 고티에’ 드레스와 1990년대 톰 포드가 디자인한 ‘구찌’ 가방에 대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36% 증가했다.

중고 제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는 Z세대가 핵심 타깃이다.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중고 제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는 Z세대가 핵심 타깃이다.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우리의 경쟁자, ‘당근’‘번개’ 아니라 ‘패스트 패션’”

신제품을 좋아하는 명품 소비자들에게 중고품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A. 우리는 럭셔리 패션과 경쟁하려는 게 아니다. 신제품을 좋아하는 명품 소비자들도 우리 고객이다. 그들이 판매자가 될 수 있고, 또 언젠가는 구매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패스트패션이 경쟁자다. 우리는 이왕이면 같은 예산으로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사라고 설득할 것이다. H&M 신제품보다 빈티지 이자벨 마랑을, 구찌 신제품보다 빈지티 루이비통을, 루이비통 신제품보다 빈티지 샤넬을 사라고 말이다. 이는 소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30개의 저렴한 신제품을 사는 것보다 10개의 귀한 빈티지 제품을 권하고 싶다.

한국에는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사용자 편의성에 중점을 둔 중개 플랫폼이 존재한다. 여기서 명품 거래도 많이 되는데.  

A. 그 회사들의 큰 팬이다. 비슷한 중고 플랫폼이지만, 경쟁자는 아니다. 오히려 같은 전장에 선 형제라고 생각한다. 빈티지 제품이 책임감 있는 소비라는 것을 함께 설득하고 싶다. 우리의 경쟁자들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다. H&M, 자라, 쉬인(중국 온라인 패션 업체) 등이다.

젊은 세대가 아닐 경우 중고 제품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

A. 한국뿐 아니라 모든 시장에서 이런 얘기를 듣는다. 빈티지 사업을 하는데 있어 큰 장벽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파리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이 이 장벽을 넘어서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교육받은 소비자들이 많고, 중고의 가치에 대해 빠르게 인식할 것이라 믿는다.

지난해 4월 베스티에르콜렉티브가 발간한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서 중고 제품을 쇼핑하면 새 제품을 살 때보다 90%의 환경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70%의 고객들이 새 제품을 덜 사게 됐다고 답변했다.

판매자가 제품을 직접 올리고 구매자가 선택 및 결제하면 제품은 검수센터로 가 업체서 배송한다.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판매자가 제품을 직접 올리고 구매자가 선택 및 결제하면 제품은 검수센터로 가 업체서 배송한다.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2억원 에르메스도 거래, “우린 제품이 스타”

한국 출시를 앞두고 어떤 준비를 했나.  

A. 80여 개국의 소비자들이 우리 앱을 이용하고 있지만, 현지 오피스를 세운 곳은 파리·뉴욕·LA·홍콩·싱가포르 그리고 서울뿐이다. 한국어 기반의 웹이나 앱에서 네이버·카카오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원화 결제, 편의점 택배 접수 및 국내 택배로 국제 배송도 가능하다.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어떻게 보나.  

A. 물리적으론 작은 시장이지만 디지털 소비에서는 독보적이다. 또 가격에 예민하고 똑똑한 소비자들이다. 아마존 같은 큰 회사도 한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는 제품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우리가 스타가 아니라, 우리의 제품이 스타다. 우리가 가진 에르메스·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은 그 자체로 이미 경쟁력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명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차별점이다. 우리는 그 제품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중개자 역할을 할 것이다.

명품을 온라인에서 팔다 보니 가품에 대한 걱정도 있다.

A. 13년 전에 검수팀을 구성할 때 소더비나 크리스티와 같은 경매 하우스에서 사람들을 데려왔다. 이제 반대로 경매 하우스에서 우리 검수팀을 고용할 정도로 트레이닝이 잘 되어있다. 서울에 검수 센터도 따로 오픈했다. 트루쿠앙(프랑스)·뉴욕·홍콩·런던에 이어 다섯 번째다.

지난 6월에는 에르메스 포부르 버킨 백이 15만8000유로(약 2억11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플랫폼 내 최고가 거래다.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서 에르메스 버킨의 평균 가격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5%, 매출은 40% 상승했다.

지난 6월 플랫폼 내 최고가로 거래된 에르메스 포부르 버킨 백.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지난 6월 플랫폼 내 최고가로 거래된 에르메스 포부르 버킨 백. [사진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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