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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빚' 전세계 1위 한국…잠 1시간 덜 자면 뇌에 생기는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높은 기온과 습도가 밤까지 이어지면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숙면을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도 늘면서 수면과 경제학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10년 전 48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수면 관련 시장은 현재 3조원대로 커졌다.

숙면을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수면과 경제학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 unsplash]

숙면을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수면과 경제학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 unsplash]

냉감 침구·바디필로우 잘나가네

4일 신선식품 플랫폼 마켓컬리는 올 1~7월 사이 수면 관련 제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지난 한 달간 침구류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3배 증가했다. 숙면을 위해 베개에 뿌리는 ‘필로우 미스트’, 안고 자는 베개인 ‘바디필로우’의 경우 판매량이 각각 3배, 4배가 됐다. 침구 스프레이나 아로마 오일, 수면 안대 같은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마켓컬리는 7월 한달간 침구류가 지난달과 비교해 3.3배 커졌다고 밝혔다. [사진 마켓컬리]

마켓컬리는 7월 한달간 침구류가 지난달과 비교해 3.3배 커졌다고 밝혔다. [사진 마켓컬리]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숙면 관련 침구·용품 판매가 급증했다. G마켓에선 지난 한 달 동안 전년 동기 대비 이불·토퍼(매트) 세트가 152%, 무드등·수면등이 48%의 판매 신장세를 보였다. 마케팅도 확대하고 있다. SSG닷컴은 오는 7일까지 침구류와 암막 커튼, 조명, 향초, 인센스(향) 등을 할인해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SSG닷컴은 오는 7일까지 숙면용품 등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한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사진 SSG닷컴]

SSG닷컴은 오는 7일까지 숙면용품 등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한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사진 SSG닷컴]

“세계에서 ‘수면 빚’ 가장 많은 나라”

한국인의 수면 시간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41분이 부족했다.

씰리침대에 따르면 한국은 ‘수면 빚(sleep debt)’이 가장 많은 나라로 나타났다. 수면 빚은 연간 단위로 누적된 수면 부족 시간을 의미하는데 한국 여성은 약 15일, 남성은 18.5일인 것으로 집계됐다. 불면증을 겪는 비중은 중국에 이어 2위였다. 이 회사가 지난 2016년 한국·호주·중국·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 1만13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진료 환자는 2014년 42만 명에서 지난해 72만 명으로 연 평균 8.1% 증가했다. 지난 2018년부터는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수면다원검사’가 건강보험 급여항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꿀잠’의 경제적 가치, 수백조

코로나19는 수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진규 서울스페셜수면의원 원장은 “(코로나19로) 활동량이 줄고, 생활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감정적 우울을 겪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여기에 누적 2000만 명이 호흡기질환(코로나19 확진)에 걸렸다는 것은 코와 목 등 수면에 영향을 주는 기관이 약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수면 영양제등 수면 산업이 이너뷰티 업계로도 확장중이다. [사진 마켓컬리]

최근에는 수면 영양제등 수면 산업이 이너뷰티 업계로도 확장중이다. [사진 마켓컬리]

수면은 이미 산업, ‘슬립테크’로 진화중

수면 부족은 또한 산업의 영역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좋은 잠’을 위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매트리스·배게 같은 침구부터 의료기기, 의약품, 컨설팅·치료, 조명·음향·가구·아로마 등 영역도 넓어졌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에는 정보기술(IT)·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으로 수면 상태를 분석해 잠을 깊이 잘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술을 의미하는 ‘슬립테크(sleep tech)’로 진화하는 추세다. 수면에 도움을 주는 무선 이어폰, 수면 중 움직임을 체크하고 분석하는 스마트 베개, 개인의 수면 패턴을 분석하는 수면등 등이다. 지난 2017년부터 세계 최대의 가전·IT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에서는 슬립테크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CES2022에 등장한 미국 슬립테크 스타트업 '슬립 넘버'의 부스. 스마트 침대를 선보였다. [사진 CES]

CES2022에 등장한 미국 슬립테크 스타트업 '슬립 넘버'의 부스. 스마트 침대를 선보였다. [사진 CES]

한진규 원장은 “한 시간의 수면 부족은 뇌 기능의 30% 기능 저하 및 생산성 저하를 가져온다”며 “전 국민의 수면 부족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수백 조원대에 이를 것이다. 수면 산업의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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