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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차린 샤오훙수, 치우친 수익구조 바꿀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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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무것도 안 하는데…' 설립만으로도 이목 집중, 왜?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치차차(企查查)에 따르면, 지난 7월 11일 푸전샹리(상하이)관광문화유한공사(璞真鄉里(上海)旅遊文化有限公司)가 설립됐다. 이 회사의 초기 자본금은 400만 위안(약 7억 7500만 원)이며,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유명한 샤오훙수(小紅書)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푸전샹리의 설립은 샤오훙수가 본격적으로 OTA(Online Travel Agency)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로 해석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월간 활성 이용자 수 2억 명을 자랑하는 샤오훙수는 지난해 11월 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후 기업가치가 200억 달러(약 26조 원)까지 치솟았다. 2018년 6월만 해도 30억 달러에 그쳤던 기업가치는 3년여 만에 6배 넘게 뛰었다.

샤오훙수는 엄청난 트래픽으로 중국의 각종 유행과 트렌드를 선도한다. 이러한 샤오훙수의 가장 큰 수입원은 광고다. 톈펑(天風)증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샤오홍수의 광고 수입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다.

그러나 광고에 치우친 수익 구조는 샤오훙수에 부담이자 리스크가 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의 인터넷 광고 시장이 예전만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퀘스트 모바일(QuestMobile)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중국의 인터넷 광고 시장 규모는 1582억 위안(약 30조 46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축소됐다. 퀘스트모바일은 2022년과 2023년 중국의 SNS 광고 시장이 각각 16.4%, 1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0년 성장 전망치인 28.3%와 비교하면 크게 둔화한 수치다.

[사진 環球網]

[사진 環球網]

이에 샤오훙수는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전자상거래다. 샤오훙수는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콘텐츠에 제품 구매 링크를 넣는 등 플랫폼의 전자상거래 기능을 강화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7년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고군분투 중이나, 쟁쟁한 경쟁자들을 상대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던 샤오훙수는 ‘여행’에 다음 기대를 걸어 보기로 했다.

샤오훙수는 왜 ‘여행’을 택했을까?  

샤오훙수는 SNS가 현재 중국 여행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중국인들은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여행지를 결정했다. 여행지가 결정되면 이들은 그다음 단계로 여행 커뮤니티인 마펑워(馬蜂窩)나 온라인 여행 플랫폼인 씨트립(攜程·Ctrip)을 참고해 여행 계획을 세우고, 교통 편과 숙박 등을 예약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선후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샤오홍슈는 자사의 강점인 ‘중차오(種草)’를 통해 직접 중국인들의 여행 수요를 창출해 내고 있다.

[사진 靈獸網]

[사진 靈獸網]

‘중차오(種草)’. 표면적 의미는 ‘풀을 심는다’지만, 실제로는 SNS에 좋은 상품이나 정보 등을 공유해 타인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차오’의 대상에는 물질적인 제품뿐만 아니라 여행과 같은 다양한 경험도 해당한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중국인이 SNS에 올라온 아름다운 풍광 사진 한 장에 매료돼 여행을 결정하기 시작했다. 비다컨설팅(比達諮詢)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중국 여행업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샤오훙슈는 2020년 상반기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여행 계획 플랫폼(63.7%)으로 등극했다. 실제로 샤오훙수 내 여행 콘텐츠는 2019년부터 뷰티 콘텐츠 다음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사진 샤오훙수 갈무리]

[사진 샤오훙수 갈무리]

현재 샤오훙수에 등록된 ‘여행(旅游)’ 관련 게시글은 485만 편에 달한다. 플랫폼 자체도 여행 콘텐츠를 ‘편애’하는 듯하다. 샤오훙수에서 활동 중인 한 크리에이터는 “샤오훙수가 여행 관련 콘텐츠를 트래픽 유입구로 인식하기에 다른 콘텐츠보다 간섭이 적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지난해 중국에서는 캠핑과 프리스비, 플래그 풋볼, 근교 자전거 라이딩 등이 유행을 탔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대부분 샤오훙수가 있었다.

‘중국 소비 브랜드 트렌드’에 따르면, 2022년 4월 샤오훙수의 ‘캠핑’ 관련 콘텐츠는 전년 동기 대비 997%나 증가했다. 현재까지 샤오홍슈에서 게시된 ‘캠핑’ 관련 콘텐츠는 누적 265만 건에 달한다. 중국 신생 글램핑 브랜드인 ‘대열황야(大熱黃野)’는 지난봄 샤오훙수를 발판 삼아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 불붙은 프리스비의 경우, 지난 5월 샤오홍수 내 관련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62배나 증가했다.

"여행업에 대한 야망 숨긴 적 없다" 일찍이 포석 다지고 있던 샤오훙수

사실 샤오훙수가 여행업에 뛰어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샤오홍수는 일찍이 여러 차례 여행업에 진출하려는 신호를 보냈었다.

2020년 3월, 샤오훙수는 호텔 관리 시스템(PMS)인 ‘딩단라이러(訂單來了)’와 제휴를 맺고, 딩단라이러가 관리하는 호텔∙펜션∙민박 3000곳의 샤오훙수 공식 계정에 직접 예약 기능을 신설했다. 7월에는 중국판 에어비앤비로 통하는 ‘샤오주돤주(小猪短租)’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300여 곳의 단기 임대 숙소를 샤오훙수에 입점시켰다.

[사진 즈후]

[사진 즈후]

그간 샤오훙수는 여러 숙박업소와 제휴를 맺고 이들을 플랫폼에 입점시킨 다음, 공식 계정 프로필이나 게시글에 예약 링크를 달아주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여행업에 발을 뻗어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 모양새다. 샤오홍슈는 더는 중개 수수료에만 만족하지 않고, 직접 여행사를 차려 실질적으로 중국의 OTA 시장을 이끌어 가고자 한다. 샤오훙수가 지분 100%를 보유한 푸전샹리(상하이)관광문화유한공사의 주 사업 영역은 호텔 외식과 티켓 대행 서비스, 캠핑장 및 관광지 시설 관리, 여행 상품 기획 컨설팅이다.

대량의 여행 콘텐트 를 축적한 샤오훙수는 중국 여행자의 선호와 취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플랫폼에 계속해서 쌓이는 후기 글은 여행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막강한 트래픽 파워는 ‘제2의 캠핑’, ‘제3의 프리스비’처럼 언제든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강점과 영향력이 잘 발휘된다면 샤오훙수는 여행으로 제2의 성장곡선을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샤오훙수가 그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지지부진했던 성적을 여행 시장에서 만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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