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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에서 버림받은 중국판 마켓컬리, 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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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마켓컬리라 불리는 중국 최초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업체 메이르유셴(每日優鮮)이 사양길에 들어섰다. 지난 7월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의 노동중재원 밖에선 메이르유셴의 퇴사한 직원들이 뙤약볕을 맞으며 초조하게 중재 신청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산 통보와 임금 체불, 대금 지급 문제 등의 이유였다. 이날 메이르유셴의 ‘제1차 워크숍’이라는 네티즌의 조롱을 당할 정도로 전 직원이 모였고 노동 중재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 스줴중궈]

[사진 스줴중궈]

메이르유셴은 레노버(Lenovo) 출신의 쉬정(徐正)과 정빈(曾斌)이 2014년 11월에 설립했다. 고품질의 소량 신선식품을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에 빠르게 전달하는 특징으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설립 3년 후 메이르유셴의 구직자는 한꺼번에 500명 이상이 몰렸고, 6층짜리 건물에 직원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자본의 ‘큰 손’들도 메이르유셴을 주목했다. 지난해까지 텐센트, 공상은행인터내셔널, 중진자본, 골드만삭스, 레노버 등 거물들로부터 총 11차례 투자를 받았으며 누적 투자액이 140억 위안을 훌쩍 넘겼다.

설립 이후 매년 매출 규모는 100억 위안을 호가했으며 지난해 6월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당초 뉴욕증권거래소에 같은 날 공모서를 제출한 동종업계 딩둥마이차이(叮咚買菜) 를 앞지르며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1호주가 되었다. 이대로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던 메이르유셴은 최근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사진 나스닥]

[사진 나스닥]

최근 여러 차례 상장폐지 경고 리스트에 추가되고 주가는 폭락하며 주당 13달러였던 발행가는 99% 하락한 0.12달러로 떨어졌다 (7월 31일 종가 기준). 상장 전 32억 달러의 시장가치는 2700만 달러로 폭락했다.

올해 초부터 메이르유셴은 일부 직원을 아웃소싱으로 전환했을 뿐만 아니라 감원 빈도는 겨우 1개월로 단축됐다. 지난 6월에 회사는 베이징 왕징 비즈니스구에서 외곽의 한적한 슌이 기술 단지로 본사를 이전했다. 또 주문형 분산형 미니 창고(DMW)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인력을 최적화하는 등 비즈니스 전략을 크게 조정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들이 회사의 현금 흐름이 빠듯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과대평가된 노하우? 결국 발목 잡힌 메이르유셴   

2019년 메이르유셴은 업계 1위를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설립자 쉬정은 향후 3년 이내에 총 상품 거래량(GMV) 1000억 위안을 달성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목표가 화를 불러일으켰을까. 목표 달성을 위해 메이르유셴은 두 달 만에 8억 위안을 소진했다. 또 반값 할인 및 무료 상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려 했다. 그러나 4년간 약 100억여 위안의 적자를 냈으며 영업이익은 부진했다. 지난 2020년 동종업계인 딩둥마이차이의 매출 규모는 메이르유셴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매출 증가 측면에서도 딩둥은 192%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메이르유셴은 2%에 불과했다.

메이르유셴의 창고 ‘전치창(前置倉)’. [사진 每日優鮮]

메이르유셴의 창고 ‘전치창(前置倉)’. [사진 每日優鮮]

메이르유셴의 독보적 서비스인 ‘전치창(前置倉)’모델도 사라졌다. 전치장은 빅데이터를 통해 주문량과 배송정보를 분석한 후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창고를 구축해 주변 반경 3km 지역을 대상으로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실현하는 모델로, 메이르유셴만의 노하우였다. 전치장 모델의 유실뿐만 아니라 당일 1~2시간 내로 배송이 오는 지수다(極速達)서비스도 함께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쉬정 CEO는 전치창(前置倉) 모델 비용이 다소 높더라도, 공급망 최적화와 주문량 증가 및 객단가 상승으로 모든 것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치창은 항상 적자 난제를 안고 있는 모델이다. 특히 신선 식품업은 저비용·고손실 특성이 강한데, 전치창의 30분 배달 모델로 인해 원가율이 20~30%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메이르유셴의 두 가지 실수, 무얼까

딩둥마이차이도 전치창 모델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딩둥은 실적 하락이나 적자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메이르유셴과 다른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창고 저장, 물류 등의 비용은 경직되어 있어 억제하기 어렵다.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재원을 창출해 수익을 늘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더 많이 구매하거나, 한 번에 더 많은 돈을 쓰게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딩둥은 전자를, 메이르유셴은 후자를 택했다.

온라인 신선식품 플랫폼 업체 딩둥마이차이(叮咚買菜) [사진 바이두]

온라인 신선식품 플랫폼 업체 딩둥마이차이(叮咚買菜) [사진 바이두]

딩둥 양창림(梁昌霖) CEO는 “식재료는 수요가 높고 재구매 빈도가 높은 소비패턴”이라며 핵심은 단기간 구매가 아니라 재구매율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19가 극심했던 2020년에 딩둥은 창고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보조금과 쿠폰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동시에 분류, 가공 및 생산, 운송 창고 보관 및 유통과 같은 원스톱 공급망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이는 2019년 두 차례 연속 융자를 받은 덕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자 니즈에 맞춰 SKU(매장별 취급품목수)를 늘려 경쟁력을 확보했다. 딩둥마이차이의 신선식품에는 매일 5700개 이상의 SKU가 표시되는 반면, 메이르유셴의 일일 SKU는 약 4300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딩둥의 전략은 거래량 폭증은 물론 재주문율도 덩달아 상승케 했다. 또 가입자 수와 GMV 면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사진 經濟一週]

[사진 經濟一週]

딩둥이 고공 행진하던 2020년, 메이르유셴의 부채는 순식간에 자산의 6배에 달했다. 여기서 메이르유셴은 두 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첫 번째는 딩둥의 전략과 다르게 소비자의 재구매율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객단가를 높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수입 수제 맥주 1박스당 129위안, 선물용 사과 1박스당 89위안, 호주산 냉동 쇠고기 양지머리 봉지당 99위안 등 가격을 높이며 결국 고객당 단가 94.6위안을 달성했다. 이는 딩둥마이차이보다 약 30위안 더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저조한 실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두 번째 과실은 바로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이다. 메이르유셴 CFO 왕쥔(王珺)은 “전치창 모델은 기껏해야 신선과 패스트푸드 분야에서 약간의 자투리만 차지할 수 있지만, 플랫폼형 회사로 만들어지면 시장의 과반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선식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형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밝혔다.

딩둥마이차이가 조달한 돈의 30%를 상품 가격경쟁력에 투자하고 있을 때 메이르유셴은 40%를 소매 클라우드 사업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해당 사업전략은 어떠한 실적도 내지 못한 채 적자를 이어나갔다.

이외에도 메이르유셴은 대량 감원 및 창고 축소 등 판매와 직결되는 투자를 줄여나갔다. 메이르유셴의 구매 경험은 점차 뒤처지며 2021년 3분기까지 딩둥의 수익은 거의 메이르유셴의 3배 이상 수준에 도달했다.

[사진 신랑재경]

[사진 신랑재경]

관건은 메이르유셴이 회사를 유지할 금전적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는 점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 손실액은 67억9000만 위안이다.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메이르유셴은 2021년 3분기에 9억 7000만 위안의 손실을 보였으며 4분기에는 7억 위안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메이르유셴의 전반적인 실패라기보다는 신선식품 전자상거래의 특성 자체가 이윤을 내기 쉽지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박리다매’를 기본으로 하는 게 식품업계의 기본 원리지만,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제품 손실뿐만 아니라 창고 저장비, 물류비, 인건비, 수도, 전기료, 쿠폰, 광고비도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순이익을 내는 것 자체가 난제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이 업계에서 메이르유셴은 보기 드문 생존자라고 입 모은다. 2019년만 해도 힐하우스 IDG 등 투자 거물이 수천만 위안을 투자했던 다이뤄보(呆蘿蔔), 먀오성훠(妙生活), 지지셴(吉及鲜), 워추(我厨) 등 약 20개의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한편 메이르유셴은 업무 조정으로 인해 일부 직원이 퇴사하게 되었으며, 회사는 현재 직원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 회사의 해산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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