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덕민 주일대사 "日기업 자산 현금화 동결, 외교해결 공간 마련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6일 일본에 부임한 윤덕민 주일대사가 8일 한·일간 갈등 사안인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동결하고 외교적 해법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 16일 일본에 입국한 윤덕민 주일본 한국대사가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한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일본에 입국한 윤덕민 주일본 한국대사가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한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사는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강제 징용 문제는 개인의 인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면서 국가가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고인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피해자들의 권익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도덕적 측면에서의 승리일 수는 있지만 승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금화가 시행될 경우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가능한 자금이 마련될 수 있을 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 관계 악화로 인한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윤 대사는 "(현금화가 시행되면)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의 수십조, 수백조에 달하는 비즈니스 기회가 날아가는 등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동결하고,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외교부가 대법원에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자산 매각과 관련해 "다각적으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윤 대사는 또 이런 해결 프로세스를 위해 일본이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달 박진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많은 협의를 하고 소통 채널을 만들었다"면서 "피해자 측 요구 사항 등을 일본에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기업들과 직접 교섭을 원하는 피해자들의 요구 등을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에 전했다는 이야기다.

지난 2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과도 만난 윤 대사는 "부임 후 일본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면서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냉랭함을 느꼈고 한·일 관계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일본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 모멘텀을 살려 양국 관계를 정상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사는 또 한·일 관계를 양국 간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의 큰 흐름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대만해협 사태, 국제경제 공급망 재편 등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세계에서 한·일이 언제까지 갈등만 하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대사로서 일본 각지를 돌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한·일간 네트워크를 풀뿌리부터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