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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문턱은 낮췄는데…자중지란에 한숨 쉬는 중국축구

중앙일보

입력

동아시안컵 한국전에서 조규성에게 실점하는 중국축구대표팀. [사진 대한축구협회]

동아시안컵 한국전에서 조규성에게 실점하는 중국축구대표팀. [사진 대한축구협회]

중국 축구계가 한숨 소리로 가득하다. 오매불망 기다려 온 월드컵 본선 진출국 확대가 현실이 됐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비는 ‘축구몽’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중국 축구의 현실적인 고민은 메말라버린 돈줄이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지난 3일 “갑급리그(중국 2부리그) 소속 쯔보 쿠주가 지난 1일 헤이룽장과 맞대결을 1시간 앞두고 기권을 결정했다”면서 “경기를 포기한 이유는 선수들의 임금이 밀려 뛸 선수가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쯔보 선수단은 장기적인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 출전을 보이콧 한 상황이다. 구단 측에서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젊은 선수 위주로 9명까지 모았지만, 축구경기를 위한 정족수(11명)에는 모자랐다.

축구 경기 규정상 9명으로도 경기에 나설 수는 있지만, 이후 부상 등 돌발 상황이 생기더라도 선수 교체는 불가능하다. 상황을 파악한 구단 측은 고심 끝에 기권과 함께 몰수패를 택했다. 경기는 헤이룽장의 3-0 몰수승으로 종료됐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상황을 소개하며 “중국 축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라 개탄했다. 비단 쯔보 구단만의 상황이 아니다. 올 시즌 수퍼리그(중국 1부리그) 팀들 중에도 선수들의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팀이 허다하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던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일찌감치 타 리그로 자리를 옮겼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본선 진출의 문턱을 대폭 낮춘 시점과 맞물려 금전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보니 중국 축구의 아쉬움이 더욱 크다.

중국 축구 호황기 시절 수퍼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뜨거운 환영을 받는 광저우 헝다의 사령탑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과 선수들. [AFP=연합뉴스]

중국 축구 호황기 시절 수퍼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뜨거운 환영을 받는 광저우 헝다의 사령탑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과 선수들. [AFP=연합뉴스]

FIFA는 앞서 북중미 3국(미국, 멕시코, 캐나다) 2026년 월드컵의 본선 참가국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렸다. 이와 관련해 기존 4.5장이던 아시아 대륙의 본선행 티켓이 8.5장으로 대폭 늘었다. 축구계는 FIFA가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확대한 목적이 수익 증대에 있고, 이는 FIFA의 든든한 스폰서십으로 떠오른 중국을 월드컵 무대에 초대하기 위한 장치로 본다.

하지만 FIFA의 보이지 않는 정책적 배려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국이 ‘축구 붕괴’에 가까운 위기를 겪으면서 2026년 이후에도 월드컵 본선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FIFA랭킹 78위로, 변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11위로 여전히 8.5장의 티켓을 손에 넣을 수준이 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천문학적으로 쏟아 붓던 투자금마저 줄이면서 국제 경쟁력은 향후 더욱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지도자는 “중국 축구는 건설기업 위주로 운영하던 기존의 프로리그 질서를 허물고 IT 등 다른 분야 기업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방침이지만, 축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과 애정이 예전 같지 않은 게 문제”라면서 “중국 축구가 체질 개선에 성공해 다시금 궤도에 오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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