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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열대야와 다르다…태풍에도 여전한 '잠 못드는 밤'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0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이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이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며칠 동안 전국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서울 등 전국적으로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비가 그친 뒤에는 기온이 더 오르면서 당분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밤 최저기온이 25.2도를 기록해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란 밤이 돼도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를 기준으로 하는데, 수면에 영향을 줄 정도로 기온이 높게 유지되는 현상이다.

강릉은 밤사이 기온이 27.8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고, 제주 27.5도·포항 27.3도·서귀포 27도 등 해안가를 중심으로 밤사이 열대야 기준인 25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요즘 밤에도 더운 이유, 습도 때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에서 올해 첫 열대야가 발생한 건 6월 26일로 재작년(8월 4일)과 지난해(7월 12일) 여름보다 한참 빨랐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더니 7월 말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열대야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26일 밤부터 이날까지 일주일 넘게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의 열대야는 예년의 한여름 열대야와 다르다. 보통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월 말~8월 초에는 낮 기온이 폭염 특보 기준인 섭씨 33도 이상으로 올라갔다가 그 열기가 밤에도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열대야가 발생한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제5호 태풍 ‘송다’와 6호 태풍 ‘트라세’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에 머물렀는데도 최저기온은 열대야 기준인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3일에도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25.2도로 전날 낮 최고기온(28.5도)과 3.3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기상 전문가들은 최근의 열대야가 기온보다는 습도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이 열어준 길을 따라 적도 부근에서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가 흐리고 습한 환경 속에서 밤사이 제대로 식지 못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박정민 기상청 통보관은 “습한 공기는 건조한 공기보다 비열(어떤 물질 1g의 온도를 1℃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 크기 때문에 똑같은 시간 동안 식힌다고 해도 반밖에 식지 않는다”며 “여기에 하늘에 꽉 차 있는 구름이 지표면에서 우주로 열이 방출되는 걸 막으면서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은 건식, 한국은 습식 사우나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열대야를 피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열대야를 피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이 4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한국은 태풍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기온은 높지 않지만,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건식 사우나라면 한국은 습식 사우나에서 사는 셈이다. 특히, 높은 습도로 인해 체감 기온이 올라가면서 밤에도 실제 기온보다 더 덥게 느껴지고 수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상청은 서울의 최저 기온이 이번 주 내내 26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등 당분간 열대야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열대야를 극복하려면 잠들기 전에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게 좋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은 근육을 이완하고 몸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더위에 지쳐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 알코올로 인해 체온이 오르고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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