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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메모리업체 제재 검토…삼성전자·하이닉스도 타격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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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가 현실화한다면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반도체 업체가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낸드플래시 장비의 중국 수출이 금지되면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이미 극자외선(EUV) 장비 반입이 금지된 상황이라 D램 공장도 있는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레거시(구형 공정) 팹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장비 유지·보수를 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철수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 테스트·패키징(후공정) 공장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신중한 반응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는) 아직은 조 바이든 정부의 최종 의사결정이 나오지 않아 상황을 추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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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는 SK하이닉스의 경우 EUV 장비가 필요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4세대(1a) D램은 경기도 이천에서 생산하고, 중국에서는 아직 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한국뿐 아니라 중국 내 인텔·마이크론 등 미국 업체와 대만 TSMC도 타격을 입게 된다”며 “서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 128단 이상의 낸드플래시를 만드는 데 쓰는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조치를 강행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는 “바이든 정부의 검토가 초기 단계이며 아직 규제에 관한 초안이 작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에는 블룸버그통신이 ‘14나노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미국 상무부가 자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업체에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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