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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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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현주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현주 금융팀 기자

최현주 금융팀 기자

-최근 수사하는 공매도가 늘었나? 사건이 많은 건 아니다.
-기관·외국인 투자자 불법 공매도 적발 사례가 있나? 없다.
-대통령 지시에 서둘렀나? 대통령이 당선인 때부터 공매도 관심이 컸다.

지난달 28일 ‘불법 공매도 적발 및 처벌 강화,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 방안’ 브리핑에서 기자와 금융당국 담당자 사이에 오간 문답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붙은 공매도 불길이 뜨겁다.

앞서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가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아직 검토만 해 매우 아쉽다”며 기름을 부었다. 그러자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 불법 행위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고 28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에 대검찰청까지 총출동해 하루 만에 대책을 내놨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전략이다. 특정 주식의 가격이 급등할 때 매도 주문이 늘면 주가가 정상 수준으로 진정될 수 있어 유동성 공급이라는 장점이 있다.

반면 매도 주문을 한 후 주가가 내려가야 차익을 얻을 수 있는 특성상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주가 하락 주범으로 꼽힌다. 예컨대 공매도 후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부정적 소문이나 평가를 퍼뜨린다는 것이다.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 대 기관·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2대 98 수준이다.

불법 공매도 근절이라는 목표는 좋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의도가 아리송하다. 투자 피해 예방보다 처벌이 초점이다. 신속한 강제 수사 전환,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부당 이득액의 3~5배 벌금 부과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나마 처벌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거래소와 학계는 아직 증시와 공매도의 상관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그간 표기 위반 같은 실수 외에 주가 조작 불법 공매도 적발이 없었던 이유다. 몰수해야 할 부당 이득 산정방식도 마련되지 않았다. 검찰에서 임의로 따진 벌금액을 법원이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심지어 개인 공매도 참여를 확대했다. 개인 피해가 늘 수 있단 우려에도 개인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낮췄다. 서둘러 내놓은 정교하지 못한 대책을 보며 ‘심기 경호’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다. 오랜 기간 쌓여온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이 이후 더 깊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