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장수론(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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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래 살려거든 아내를 가져라.』
근착 뉴스위크지의 건강란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이것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SF)에서 생물통계학을 연구하는 M A 데이비스 조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의 결론이기도 하다.
그 논문에 따르면 「부인이 없는」 중년남자의 경우 「부인이 있는」 남자보다 사망률이 두 배나 높았다. 10년 간격을 두고 조사한 결과였다.
여기서 「부인이 없는 남자」란 결혼한 적이 없는 독신자를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혼이나,사별,또는 별거하는 남자의 경우다.
이 논문이 밝힌 흥미있는 사실중엔 배우자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사람의 경우도 혼자 사는 사람과 꼭 마찬가지로 사망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이 교수팀은 사망원인 분석에서 고혈압이나 만성적인 병은 제외했다.
문제는 감성적인 것과 사회적 요인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아무래도 근심이 많고,신경이 예민하며,편히 쉬지도 못한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부인이 없는 남자의 자살률이나 사고사율이 높았다.
금실이 좋은 부부가 오래 사는 이유 중에 첫째는 행복감(well­being)이었다. 물론 부부가 함께 살면 영양을 고루 섭취할 수 있는 문제도 데이비스 교수는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했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수상록』엔 이런 얘기도 있다. 『아내란 청년시절엔 연인이고,중년시절엔 친구이며,노년엔 간호원이다.』 거꾸로 남녀의 순서를 바꾸어도 마찬가지다. 부부는 연인이고,친구이고,보호자의 사이일 때 서로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세태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이혼을 예사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이혼율이 높아가는 통계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대,30대의 이혼율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식의 주례들조차 혼인이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또 얼마나 신성한 것인가를 얘기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해도 귀담아 듣는 사람도 없고,실감도 나지 않는 것 같다. 그보다는 명문가정이 어떻고,명문대학에,어느 직장에 다닌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광고거리가 된다.
청첩장이 수북히 쌓이는 요즘에 생각해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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