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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마지막 1년새...美발표 '인신매매 등급' 韓만 1→2등급 강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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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발간한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 등급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인신매매와 강제 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일정한 기준에 미달한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한국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1등급을 유지했으나,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대상으로 한 올해 평가에서 한 단계 강등됐다. 평가 대상 188개국 가운데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내려온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을 2등급으로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했지만, 이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2등급은 인신매매 방지와 관련한 모든 기준을 충족하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나라가 해당한다.

보고서는 2등급으로 강등한 핵심 이유로 한국 정부의 인신매매와 외국인 강제노동 근절 노력이 부족하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선고 형량이 낮으며,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부당한 처벌과 추방을 꼽았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한국 정부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는 점도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2020년보다 관련 범죄 기소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인신매매 업자의 강요에 의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를 처벌하고, 때로는 인신매매 업자는 조사하지 않고 적절한 조치 없이 피해자를 추방하는 문제에 대해 오랜 우려가 있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선에서 이주 노동자의 노동 밀거래가 만연하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외국인 강제 노동 피해자를 확인했다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련 공무원들이 피해자 식별 지침을 일관되게 활용하지 않았고, 법원은 인신매매 관련 범죄자 다수에게 1년 이하 징역, 벌금, 집행유예를 선고해 한국을 2등급으로 강등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보고서 발간 행사에서 "인신매매는 사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부패는 인신매매범들의 최상위 도구"라고 밝혔다. 또 "공범인 정부 관리들이 불법 행위에 눈감고, 노동자들의 허위 서류를 제공하고, 인신매매범들에게 불시단속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부패는 인신매매범들이 계속 처벌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한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한국 경찰, 이민, 노동, 복지 공무원들이 강제노동과 성매매 피해자를 찾아내고 보호하기 위한 지침을 일관되게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또 성매매, 어민, 이주 노동자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어선에서 외국인 노동력을 밀거래하는 업자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 적절한 형량의 유죄 판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 총책임자인 카리 존스톤 국무부 인신매매 감시근절국장 대행은 브리핑에서 "보고서는 인신매매범 기소(prosecute), 피해자 보호(protect), 범죄 예방(prevent)의 3P 틀을 사용해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각국 정부를 평가한다"면서 "인권, 법 집행,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등급 순위는 인신매매를 근절하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에 근거에 산출하며 전년도와 비교해 평가한다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인신매매 대응 수준에 따라 등급을 5개로 나눠 평가한다. 1등급과 2등급, 2등급 감시 명단, 3등급, 특별 사례 순이다.

존스톤 국장대행은 "올해 조사 대상 188개국 가운데 21개국 등급이 올랐고, 18개국은 내렸다"면서 "긍정적인 점은 3개국이 1등급으로, 16개국이 2등급으로 올라갔고, 2개국이 최하위 3등급에서 벗어났다"고 전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모든 나라가 진전을 보지 못했다"면서 "한 나라는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내려갔고, 10개국은 2등급에서 2등급 감시 명단으로, 7개국은 3등급으로 강등됐다"고 밝혔다.

한국 외에도 일본, 스위스, 이탈리아 등 선진국이 2등급으로 분류됐으나, 2등급 99개국 가운데 저개발국이나 분쟁 지역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1등급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0개국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이 1등급에 포함됐다.

북한은 2003년 이후 최하위인 3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도 3등급으로 분류됐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측은 한국이 인신매매 사범을 더 강력히 처벌하고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보호 강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ㆍ미 간 법률 체계가 달라 양형 제도 등 평가에 일부 영향을 미친 듯하다"면서 "향후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인신매매협의회 등에서 추가로 설명할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하고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이날 국가별 여행 경보에 부당한 억류 위험을 알리기 위해 '억류(Detention)'를 뜻하는 'D' 지표를 신설해 발표했다.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 미얀마 등 미국과 갈등 관계인 6개국이 포함됐다.

북한은 2017년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이후 여행 금지 대상 국가에 올랐는데, 이에 더해 D지표 국가에도 포함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인을 부당하게 억류한 국가의 당국자 등 개인이나 테러리스트에 금융 제재와 비자 박탈 등 여행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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