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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료 받는 특이한 휴게소” 불명예, 이번에 벗어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20면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이동재(45)씨는 지난 9일 오후 7시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용무가 급해 부랴부랴 휴게소에 도착했는데 화장실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이씨는 주변의 다른 화장실을 찾기 위해 황급히 다시 차를 몰았다. 이씨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휴게소인데 화장실이 잠겨 있는 게 말이 되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평창군시설관리공단은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대관령휴게소 화장실 문을 잠근다. 24시간 개방하면 주변 캠핑족들이 샤워하거나 생활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간다는 이유에서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근무자가 퇴근한 뒤 (화장실에서 혹시 모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잠그는 것”이라며 “대신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상인에게 열쇠를 맡겨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평소엔 문을 잠가놓고 급할 때 쓰라고 열쇠를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마저도 남자 화장실 열쇠만 줬다”고 반박했다.

휴게소는 이전에도 임대료 폭탄과 주차요금 징수 등의 논란을 빚었다. 방문객이 줄면서 주말에도 주차장이 한산하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은 “휴게소인데 주차장 요금을 받는다고 소문나면서 방문객이 크게 줄어든 데다 화장실 문까지 잠겨 있으니 영업에 지장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상인과 관광객, 시설공단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 대화창구가 마련됐다. 심재국 평창군수와 상인대표는 18일 군청에서 만나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상인대표는 임대료 현실화와 주차요금 폐지 등을 촉구했다.

대관령휴게소 상가 임대료는 올해 들어 많게는 6배나 올라 상인들의 불만을 샀다. 대관령 마을 영농조합법인(마을법인)이 운영을 맡았던 지난해 3월까지 상인들은 마을법인에 매년 800만~1000만원의 임대료를 냈지만, 시설공단이 출범하면서 임대료 갈등을 빚어왔다.

운영권을 회수한 시설공단은 공유재산법에 따라 경쟁 입찰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9개월간의 유예기간이 끝나가던 지난해 말 휴게소 안팎에서 “가게 입찰을 받기 위해 ○○가 높은 금액을 쓴다”라는 소문이 급속하게 퍼졌다.

입찰에서 떨어지면 그동안 투자한 시설비를 돌려받을 수도 없게 된 상인들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소문보다 큰 금액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시설에 1억원 가까이 투자한 상인은 마을법인이 운영하던 때와 비교해 6배에 달하는 538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시설공단은 또 지난 4월부터 10분을 초과해 주차할 경우 주차요금을 징수해오다 민원이 속출하자 식당과 카페 등 휴게소 상가를 이용하면 1시간까지 무료주차를 할 수 있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미 주차장 요금 징수 소식이 전국으로 알려져 이용객이 급감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심재국 평창군수는 “주차비를 받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지 등 관련 법령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임대료 문제는 상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관령휴게소는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길목에 위치한 휴게소다. 눈꽃 산행 1번지라 불리는 선자령 출발지점이고, 대관령 양 떼 목장과도 가까워 꽤 지명도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2001년 이 구간을 직선화한 새 도로가 놓이면서 휴게소 앞을 지나는 길이 지방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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