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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면 카리스마 리더, 과하면…" 尹 손날격파가 보여준 기질 [속엣팅]

중앙일보

입력

추기자의 속엣팅

한 사람의 소개로 만나 속엣말을 들어봅니다. 그 인연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인연 따라 무작정 만나보는 예측불허 릴레이 인터뷰를 이어갑니다.

비언어 행동분석 전문가 임문수 지음과깃듬 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비언어 행동분석 전문가 임문수 지음과깃듬 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도전정신이 강하고 목표는 무조건 성취해야 직성이 풀리는 전형적인 행동가형이다.”

비언어 행동분석 전문가 임문수 소장

비언어 행동분석 전문가 임문수(52) ‘지음과깃듬’ 소장은 윤 대통령을 이렇게 진단했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서 보인 행동을 분석한 결과다. 근거는 이렇다. “첫째, 걸음걸이가 크고 느리고 어슬렁거리는 모습이다. 둘째, 서 있을 땐 턱을 든 채 상대방을 정면 응시하면서 말한다. 셋째, 손가락 가리키기나 태권도 손날격파 같은 동작을 자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대답을 짧게 하고 간혹 반말을 섞어 쓴다.”

임 소장은 ‘행동가’ 기질을 삼각형에 비유한다. “삼각형은 위로 올라가려는 힘을 상징한다. 그래서 이런 기질은 추진력, 돌파력, 집중력이 뛰어나고 목표를 이룬다”는 것이다. 다만 “삼각형은 날카로운 모서리를 갖고 있다.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된다면 남에게 상처를 줄 위험을 함께 갖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행동가형은 잘하면 카리스마적 리더가 되지만, 과하면 독재자가 될 위험도 있다”며 “부드러운 힘을 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슈퍼마켓 직원들도 행동만 보고 도둑 예측”

이 진단은 임 소장이 만든 한국형 기질 진단 도구 ICRU(I Can Read yoU)에 기반을 둔다. ICRU는 지난 2012년 30여개의 진단 도구를 통합해 4개 카테고리(창조가ㆍ상담가ㆍ행동가ㆍ분석가)와 92개 패턴으로 정리했다. 컨설팅 회사 재직 당시 미국의 진단 도구 ‘포르테’를 국내에 론칭하면서 엄청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을 보고 “우리 것은 없을까”라는 생각에 만들었다. 그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기질을 갖고 있다. 대표 기질은 그중에 어떤 기질을 특히 많이 발휘하느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평범한 그는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단번에 읽어낼까?』를 출간한 임 소장을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임문수 소장은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밥을 짓는 것처럼 '나를 짓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처럼 세상에 밀알처럼 깃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음과깃듬'이란 연구소 이름을 지었다. 우상조 기자

임문수 소장은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밥을 짓는 것처럼 '나를 짓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처럼 세상에 밀알처럼 깃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음과깃듬'이란 연구소 이름을 지었다. 우상조 기자

임 소장은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다. 한때 대통령 PI(President Identity) 팀에서도 활동했지만, 대국민 이미지를 위해 억지 연출을 해야만 하는 현실에 염증을 느껴 관뒀다고 한다. 현재도 일부 정치인과 연예인의 이미지 브랜딩을 하고 있다. 그는 “퍼스널 브랜딩은 기질과 행동을 통합해서 자기다움을 찾는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의 초기 경력은 유통업이었다. 대학 졸업 후 중견회사 유통사업 담당자로 대형슈퍼 매장을 관리할 때다. 멀쩡한 중년 남자가 몇천 원짜리 물건을 훔치다가 그를 눈여겨보고 있던 직원들에게 붙잡혔다. 그런 일들이 부지기수였다. 임 소장은 “오래 일한 직원들이 손님의 행동만 보고 도둑인 걸 알아보는 게 너무 신기했다”며 “그때 처음 사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고객들은 알고 보면 서비스업 종사자인 경우도 많다. 이런 경험은 그가 자문한 OCN 드라마 ‘닥터프로스트’에도 반영됐다.

마케팅 브랜딩에 ‘사람’ 접목

임문수 소장은 '사람'에 관심이 많다. 마케팅 브랜딩에 '사람'을 접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가 됐다. 우상조 기자

임문수 소장은 '사람'에 관심이 많다. 마케팅 브랜딩에 '사람'을 접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가 됐다. 우상조 기자

그러다 IMF 외환위기 때 회사가 부도나자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마케팅 브랜딩을 공부했다. 각종 교육기관에서 자격증을 딴 후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다가 세계적인 성격 유형 선호 지표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를 처음 접했다. 마케팅 브랜딩 컨설팅을 하다 보니 주요 관심사였던 ‘사람’에 접목할 방법을 찾았고, 퍼스널 브랜딩에 입문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프로파일링까지 넓혔고 마침 행동분석 창시자인 폴 에크만 교수를 다룬 미국 드라마 ‘라이 투 미’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임 소장을 찾는 곳도 많아졌다. 그가 개발한 ICRU는 현재 서울경찰청 등 관공서와 기업 등에서 직원 교육에 활용된다.

“비언어 행동(바디랭귀지)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가 누구인지를 알리려는 신호에요. 말과 행동, 표정, 패션, 공간 등 다양한 것들을 통해서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알리는 거죠. 그걸 잘 보면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뭘 원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남을 잘 들여다보면 결국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와요. 퍼스널 브랜딩의 기본은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에 있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있습니다.”

“코로나19, 소멸 두려움 자극…MBTI 유행으로”

ICRU나 MBTI와 같은 기질 진단도 퍼스널 브랜딩의 일부다. 임 소장은 특히 최근 MBTI가 유행하는 이유로 코로나19를 꼽았다. 그는 “무한도전에서 MBTI를 다룬 ‘유재석의 힘’을 무시할 순 없다”면서도 “코로나19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직면해 ‘존재’를 확인하려는 본능이 발휘된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코로나19가 그 본능을 자극했고, 쉽고 재미있는 접근 방법이 기질 진단”이라는 것이다.

임 소장은 이제 ICRU 수출을 꿈꾼다. 사실 ICRU가 국내에 조금씩 알려질 때 한 기업과 구매 계약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계약 직전 기업 측에서 ‘미국 프로그램이냐’고 물었고 ‘내가 만들었다’고 했더니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 딸도 ICRU는 안 하고 MBTI만 한다”고 웃던 그는 “우리는 왜 외국 것만 받아써야 하나”라며 “K-팝이나 K-드라마처럼 ICRU도 K-MBTI처럼 세계적으로 쓰이는 게 꿈”이라고 했다.

[에필로그] 임문수 소장은 3년 전 제자들 소개로 김옥기 퍼스널이미지브랜딩(PIB)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상하게 겹치는 제자들이 많았다는 이 둘은 바로 ‘절친’이 됐다고요. 제자들은 임 소장을 ‘남자 김옥기’, 김 대표를 ‘여자 임문수’로 부릅니다. 두 사람은 공통분모인 ‘사람’을 찾아 한국감성색채협회에서 힘을 합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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