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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종교" 조롱도, 공황장애도 이겼다…컬러에 미친 이 사람 [속엣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추기자의 속엣팅

 한 사람의 소개로 만나 속엣말을 들어봅니다. 그 인연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인연 따라 무작정 만나보는 예측불허 릴레이 인터뷰를 이어갑니다.

국내 1세대 컬러 테라피스트 김옥기 퍼스널이미지브랜딩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국내 1세대 컬러 테라피스트 김옥기 퍼스널이미지브랜딩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국내 1세대 컬러 테라피스트 김옥기(53) 퍼스널이미지브랜딩(PIB) 대표는 스스로 “컬러에 미쳤다”고 했다. 메이크업과 패션에서 각광받는 ‘퍼스널 컬러’가 사람의 외면을 다룬다면 ‘컬러 테라피’는 내면을 다룬다. “돈도 안 되는데 이상한 종교 같은 걸 공부하냐”는 손가락질에도 컬러에 심취했던 그는 지난 2014년 컬러 테라피 프로그램 ‘컬러인포스’를 개발해 지난해 특허 출원까지 했다. 그런데도 “컬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일 뿐”이라는 그를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화위복 된 공황장애

김 대표는 스타일리스트다. 90년대 코디네이터라는 직업도 없었던 시절, 호텔 바텐더를 하다가 돌연 아티스트가 되겠다며 유학 간 일본에서 컬러 테라피를 접했다. 귀국 후 방송 패션 제작과 영화 ‘용가리’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다 이미지 메이킹 기업 강의와 방송 출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다 결혼 직후 남편의 사업 부도로 힘들어지자 2000년 컬러 테라피를 다시 찾았다. 당시 컬러 테라피를 배울 수 있는 곳은 국내에 한 곳뿐이었다. 김 대표는 “너무 힘들어서 마음 수양이 필요했다”고 했다.

퍼스널 컬러를 배우러 오는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3배로 늘었다. 2013년부터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숭실대 경영대학원 학생들도 퍼스널 컬러와 컬러 테라피를 배우러 온다. 김현동 기자

퍼스널 컬러를 배우러 오는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3배로 늘었다. 2013년부터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숭실대 경영대학원 학생들도 퍼스널 컬러와 컬러 테라피를 배우러 온다. 김현동 기자

하지만 컬러 테라피가 공황장애를 막아주진 못했다. 아무리 갚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빚과 스트레스로 38살에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주변에서 “테라피스트가 웬 공황장애냐”라고 하면 그는 “나는 사람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그게 전화위복이 됐다”고 했다. 영국의 ‘오라소마’나 ‘컬러미러’ 같은 깊은 체험 중심의 기존 프로그램과는 다른, “공황장애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색채학을 기반으로 한 코칭(문답) 형식으로” 컬러 테라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유한 파장 가진 감성 과학”

그가 만든 ‘컬러인포스’는 서양의 무지개 7개 색과 동양의 오행 5개 색을 106개로 확장하고 관련 키워드를 기반으로 코칭 상담하는 프로그램이다. 2년 넘게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실험하고 표준국어사전을 뒤져서 키워드를 조합해 만들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컬러는 사람과 마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일 뿐”이라고 했다. “삶을 이야기하면서 현재를 들여다보고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게 컬러 테라피”라면서다. “울면서 왔다가 웃으면서 나가는 상담”이라고도 했다.

 김옥기 대표는 38살에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후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색채학을 기반으로 한 코칭 상담 프로그램 '컬러인포스'를 만들어 지난해 특허 출원했다. 김현동 기자

김옥기 대표는 38살에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후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색채학을 기반으로 한 코칭 상담 프로그램 '컬러인포스'를 만들어 지난해 특허 출원했다. 김현동 기자

“컬러는 과학이에요. 색채마다 고유한 에너지 값(파장)이 있죠. 빨강(불)은 덥고, 파랑(바다)은 차갑다는 자연의 속성도 있어요. 컬러를 고를 때 경험과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해요. 거기에서 이야기가 나오죠. 그래서 컬러 테라피를 마음의 과학, 감성 과학이라고 합니다. 과거를 들춰 해결하는 상담은 아니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고요.”

패션부터 기업 컨설팅, 도시 계획까지 

김 대표를 찾는 곳은 다양하다. 패션이나 메이크업에서 어울리는 색을 찾는 ‘퍼스널 컬러’ 외에도 도시 계획이나 기업 컬러 컨설팅, 인테리어까지 곳곳에서 색채와 관련된 모든 문의를 받는다. 컬러 테라피를 배우러 오는 이들도 코로나19 이후 전보다 3배로 늘었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컬러를 배우면서 돈은 못 벌고 쓰기만 했는데 이제 돈도 버니까 좋다”면서 웃었다.

지난해엔 한국감성색채협회를 출범시켜 색채 전문가들을 한데 모았다. 건축가부터 스타일리스트, 화가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과 함께 농어촌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나 재능기부 등 자선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고향 강릉에 힐링센터를 짓는 게 꿈이다. “지친 사람들이 와서 힘을 얻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온 가족, 친구들과 함께 와서 상담받고 서로를 알아가며 인정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요.”

[에필로그] 작곡가 양경석은 최근 평소 지인 소개로 알고 지내던 김옥기 대표에게 컬러 인테리어 조언을 구하려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는 한 시간을 넘어섰고, 편하게 안부와 근황을 나누던 대화는 인생 상담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양경석은 전화기에 대고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양경석은 김 대표를 “나이와 성별은 전혀 의미 없는 진짜 친구”라고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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