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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공영방송 편파 보도 수혜” vs “여권, 방송장악 시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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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호 04면

국회 원 구성 합의 시점인 제헌절을 이틀 앞둔 15일에도 여야는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이날 여야 모두 과방위원장을 맡기 위해 기싸움을 이어 갔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불공정 보도 사례를 근거로 공세 수위를 높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시도를 막겠다고 맞섰다. 일반적으로 원 구성 협상에서 난항이 법제사법·운영·행정안전위원회였던 만큼 과방위원장 쟁탈전은 이례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1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15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연일 KBS와 MBC에 대한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과방위 사수에 나섰다. 권 대행은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공영방송의 불공정 편파 보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며 ‘20대 대선 MBC 불공정 보도 백서’ 책자를 들어 보였다.

이어 그는 “(책자에) ‘정권 부역’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당시 여권인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이슈를 편향적으로 다루거나 쟁점을 왜곡하는 등의 사례가 가득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공영방송 불공정 보도의 실질적 수혜를 입었다”고 말했다.

권 대행은 이 과정에서 “MBC는 (대선 당시) 야권 유력 대선후보 부인 취재를 위해 경찰을 사칭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라거나 “KBS는 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19차례나 걸쳐 흡집내기식 보도했고 ‘생태탕’ 허위보도에도 앞장섰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권 대행은 전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KBS·MBC를 언급하며 “민주노총 산하 언론 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이라고 표현했다.

권 대행의 강성 발언은 여권이 현재의 KBS·MBC 경영진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여권 내부에선 “정권이 교체된 만큼 공영방송 경영진도 교체돼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0월 한 토론회에서 KBS·MBC를 겨냥해 “정권 바뀌면 바깥 사람들이 딱 들어와서 그야말로 점령군처럼 싹 몰아내는 게 과연 언론사냐”며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정말 민영화가 답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현 경영진을 “편향된 인사”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쓸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KBS와 MBC 사장은 각각 KBS 이사회와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다. K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지만 이사회가 임명제청권을 갖고 있고, MBC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결정되지만 방문진이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KBS 이사 11명과 방문진 이사 10명의 임기는 각각 지난해 8월 시작됐다. 3년 임기를 모두 채울 경우 윤석열 정부 3년 차인 2024년 8월이 돼야 새 이사진으로 교체된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의철 KBS 사장은 임기(3년)가 2024년 12월 끝나고 박성제 MBC 사장은 2020년 2월 취임해 임기(3년)가 내년 3월 끝난다.

MBC 사장 임기가 상대적으로 짧게 남아 있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회 구성에 변함이 없다면 여권이 원하는 인사가 새 사장이 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권 인사는 “방문진 이사회가 그대로라면 MBC는 박성제 사장이 연임하거나 진보 성향의 사장이 다시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BS 사장 역시 중도 사퇴하더라도 이사회 임기가 많이 남아 있는 문제가 남게 된다.

대통령실이나 관련 부처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에서 윤석열 정권이 방송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는 질문이 나오자 “사실무근인 것 같다. 그런 일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상대적으로 ‘정치적 발언’이 폭넓게 허용되는 여당이 나설 수밖에 없고 그 총대를 권 대행이 메고 있는 모양새다.

방송 정책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KBS와 MBC를 비판하게 되면 이들 소속 기자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게 되니 다들 몸을 사린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5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5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인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양보한 만큼 과방위는 민주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방송 장악 시도가 국회 원 구성을 발목 잡고 있다”며 “어제 회동에서 대부분의 쟁점은 이견을 좁혔지만 국민의힘이 국회 과방위에 집착하면서 최종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권 직무대행이 ‘KBS·MBC는 언론 노조가 좌지우지한다’고 언급해 논란이 된 것을 겨냥해 “국민의힘과 원 구성 협상이 과연 국회 정상화를 위한 것인지 언론과의 일전을 경고하는 자리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언론플레이에 거짓 발언 언론 겁박까지 집권 여당의 태도가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다”며 “집권 여당답게 책임감과 진정성을 갖고 국정 난맥 해결과 국회 정상화에 나서 주길 바란다”라고도 촉구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국민의힘이 갑자기 과방위를 안 내놓겠다고 하면서 행안위를 끌고 들어왔다”며 “지금 쟁점은 과방위를 누가 가져가느냐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송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우리 민주당이 과방위를 반드시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민의힘이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해 주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회동에서 제헌절 전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전날까지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사흘 연속 진행한 협상에서 대부분의 쟁점이 해소됐다는 공감대를 이룬 상태였다. 그러나 이날 양측이 끝내 이견 조율을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제헌절 전까지 협상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여야가 제헌절 이전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노력하기로 한 만큼 여전히 대화의 끈은 완전히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수석 간 소통은 유지하고 있다”며 “제헌절까지 하루가 남아 있으니 국민의힘의 입장 변화, 전향적인 태도를 기다리면서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제헌절까지 과방위를 포함한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의 전략을 묻는 말에 “민생 문제가 심각한 만큼 민생경제특위라도 먼저 구성해 시급한 현안부터 해결해 나가자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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