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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수퍼 긴축, 中 2Q 성장률 0%대...샌드위치 한국 경제

중앙일보

입력

베이징과 상하이 봉쇄의 영향은 컸다.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았다. 올해 5% 성장은 고사하고 4%대 성장마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직격탄을 맞는 건 한국 경제다. 미국은 수퍼 긴축을 향해 달려가고, 중국 성장률은 내리막을 타면서 수입과 수출 모두가 흔들리는 상황에 처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 국가통계국은 15일 중국의 2분기 성장률(전년동기대비)이 0.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역성장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속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던 2020년 1분기(-6.8%)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수치다. 시장 예측치도 크게 밑돌았다. 지난 13일 로이터 통신이 경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0%였다.

중국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7.9%) 이후 3분기(4.9%)와 4분기(4.0%)까지 약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당국이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며 올해 1분기 4.8%로 반등했다. 그러나 2분기에 결국 0.4%대로 주저앉았다. 전 분기 대비로 보면 -2.6% 뒷걸음질 쳤다.

2분기 중국 성장률이 주저앉은 건 지난 4∼5월 주요 도시 봉쇄 등 고강도 방역 정책 때문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지난 3월부터 중국 전역에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시와 베이징시, 선전시, 저장성, 장쑤성, 지린성 등을 봉쇄했다. 이에 2분기 소매판매 지표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세로 돌아서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중국의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5%다. 중국 당국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5.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4% 성장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 4.5%, 4분기 5.0% 정도가 나와야 연간 성장률 5%를 가까스로 맞추는데, 지금 흐름으로는 사실상 4% 성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중국의 6월 소매판매는 3.1% 증가했다. 5월(-6.7%)보다 크게 개선됐다. 문제는 이달 들어 중국에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데 있다. 이번엔 감염력이 더욱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새롭게 퍼지고 있어 고강도 방역 조치가 언제든 다시 시행될 수 있는 상황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설화 연구원은 “6월에 개선된 수치가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7월에 둔화로 돌아설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시장 급랭 여파로 아파트 분양이 좌초되는 등 내부적으로 안 좋은 이슈들이 많아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6월 청년층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19.3%에 달한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건, 한국 경제에 불안한 징후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올해(1~5월) 684억16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23.4%를 차지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중국과 홍콩 수출을 합치면 미국과 유럽, 일본을 합친 것보다 비중이 크다”며 “중국의 성장률 저하는 한국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수출 회복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중국의 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샌드위치’ 상황인 것도 한국 경제에는 걱정스러운 요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9.1% 뛴 미국의 ‘수퍼 긴축’이 예고되자 원화 가치는 끝없이 하락 중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1326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4원 떨어졌다. 종가 기준 2009년 4월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최저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원자재를 비싸게 사와야 해 수입 비용이 많이 늘어나게 된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불안한 원·달러 환율에 글로벌 공급난으로 수입비용이 뛰는데, 여기에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수출마저 흔드는 요인”이라며 “거시 경제 환경이 한국 경제에게 매우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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