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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한강·뚝섬·청계천·창경궁…/ 한국인 60년을 찍은 박옥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사진가 박옥수

권혁재의 사람사진/ 사진가 박옥수

어떻게든 유세장을 보려 나무에 올라선 사람들이 새집처럼 달려 있었다.

인산인해를 이룬 신민당 김대중 대통령 후보 선거유세장의 청중들, 장충단공원, 1971/ 박옥수

인산인해를 이룬 신민당 김대중 대통령 후보 선거유세장의 청중들, 장충단공원, 1971/ 박옥수

꽁꽁 언 한강에서 애들이 온몸으로 얼음을 지치고 있었다.

뚝섬, 서울, 1976/박옥수

뚝섬, 서울, 1976/박옥수

창경궁에서 선남선녀가 뱃놀이하고 있었다.

창경원, 서울, 1968 / 박옥수

창경원, 서울, 1968 / 박옥수

뚝섬에서 발가벗은 아이들이 물놀이하며 노닐고 있었다.

뚝섬, 서울, 1969 /박옥수

뚝섬, 서울, 1969 /박옥수

머리에 광주리와 보따리를 인 아낙들이 청계천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청계천, 서울,1967 /박옥수

청계천, 서울,1967 /박옥수

이 모두 10여년 전부터 박옥수 작가의 페이스북에서 본 사진이다.
처음엔 봤을 때부터 그 사진들이 무척 신비로웠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이, 정지 장면처럼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10년 세월 한결같이 이런 사진이 공개돼온 점이다. 그동안 한 장씩 보기 시작한 사진이 수천 장이 쌓였던 게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의 사진엔 사진만 있을 뿐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당신의 사진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청했다.

“1964년 큰형님이 첫 월급으로 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죠. 또 형님이 정기 구독한 일본 잡지를 보면서 혼자 사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게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공모전에서 꽤 상을 받았고요. 한양대에 들어가면서 학교 신문사에 들어갔습니다.공부는 뒷전이었고 늘 사진 찍으러 다녔죠. 학교가 뚝섬 근처니 뚝섬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죠. 집이 신촌이니 한강변 또한 제집처럼 드나들었고요. 그렇게 지금껏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한 장 한 장 공개한 겁니다. 별다른 설명이 없는 건 사진으로 이미 이야기를 다했기 때문이고요.”
난지도, 서울, 1969 /박옥수

난지도, 서울, 1969 /박옥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듯 올해부터 그는 그 사진들을 꿰기 시작했다.

서울역에 운집한 학생 시위대, 1980/ 박옥수

서울역에 운집한 학생 시위대, 1980/ 박옥수

올 1월, 1965년부터 1980년까지의 사진을 꿴 『시간 여행』이란 책을,
올 5월, 1967년부터 1976년까지 사진을 꿴 『뚝섬』이란 책을,
올 7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명동 로드 갤러리에서 ‘한강’이란 사진전을 뀄다.

경복궁, 서울, 1971 /박옥수

경복궁, 서울, 1971 /박옥수

그가 꿴 60년 가까운 사진들은 가히 20세기 한국인의 얼굴,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