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카카오의 모빌리티 거리두기에, 계산 바빠진 택시업계...왜?

중앙일보

입력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의 모습.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의 모습.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무슨 일이야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 매각 계획이 공식화되면서 업계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카카오 노동조합뿐 아니라 택시·스타트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파급 효과 계산에 들어간 것이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6일 사내 공지를 통해 보유 중인 카모 지분 중 약 10%대를 매각해 2대 주주로 물러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게 왜 중요해

카모는 지난 2017년 카카오 100% 자회사로 출범했다. 카카오택시·드라이버(대리운전) 등이 회사의 주력 사업이었지만, 유료화를 시도할 때마다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카카오택시 스마트 호출료를 인상하려다 여론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접었다. 꽃·샐러드·간식 배달에서도 철수했다. ‘대기업 카카오’가 골목을 비집고 들어온다는 비판 때문. 그런데 카카오가 카모의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면 이 같은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된다. 전보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뜻. 익명을 요구한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대표는 “모빌리티는 미래가치가 높은 사업이라 당장은 ‘계륵’처럼 보여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며 “(이번 매각은) 카모가 카카오의 이름으론 할 수 없는 일들을 자본의 이름으로 하려는 시도”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양날의 검

카모의 ‘새로운 최대주주’로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거론된다. PEF는 통상 5년 안팎의 운용기간을 거쳐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에 나선다. 기업가치를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PEF의 목적. 카모가 운영하는 카카오T 앱이 누적가입자 3100만명을 모은 ‘국내 1위’ 플랫폼인 만큼 PEF 주도 경영을 통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반대로 PEF가 단기 성장에 치중해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카카오와 콜 배분 공정성을 두고 갈등한 택시업계의 속내가 복잡하다.

① 택시업계는 : 카카오 가맹택시(카카오T블루)냐, 아니냐에 따라 입장 차가 있다.가맹택시는 올해 3월 기준 총 3만7000여대. 이들은 카모를 통해 승객들의 콜을 받는 대신 운임의 20%를 수수료(실질 수수료는 3.3%)로 낸다. 즉, 가맹택시 매출이 오르면 카모의 매출도 커진다. 카모의 새 주인이 수수료율을 올려 수익성 개선을 시도할 경우 가맹택시들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 가맹택시 수수료 사업은 지난해 카모의 ‘적자 탈출’(흑자 126억원) 비결로 꼽힌다. 그렇다고 우려만 있는 건 아니다. 카카오T블루 계약·운영을 담당하는 가맹지역본부 블랙핀의 강순구 대표는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카카오가 카모를 경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라며 “카모 새 주인으로 거론되는 PEF는 (현 주주인) 미국계 PEF보다는 택시 친화적일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택시들도 카모 매각설에 긴장하고 있다. 카모의 주인 바뀌면 ‘욕 먹는’ 일반 호출 중개에서 힘을 빼고, ‘돈 되는’ 가맹택시에 전념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다. 그간 카모는 수수료 내는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주고, 일반 택시엔 불리하게 호출을 중개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국내 택시호출의 90%를 중개하는 플랫폼이다보니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이었다. 한 법인택시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카카오가 택시업계와 어떻게든 상생하려는 자세가 있었는데, 카카오 본사가 (카모에서) 발을 뺀다면 갈등이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② 직원들은 : 불안이 크다. 대기업 카카오의 우산에서 나와야 하는 데다,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하면 보통 구조조정 수순을 밟기 때문. 매각설이 떠돈 이후 카모 직원들은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에 대거 가입했다. 노조 가입률도 50%를 돌파했다. 카카오에서 노조 가입률이 절반을 넘긴 계열사는 카모가 처음. 카카오 노조를 이끄는 서승욱 지회장(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은 “대주주에서 물러나면 지분 변경이든 전체 매각이든 같다. 경영권이 넘어간다는 게 직원들에겐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③ 우티·타다는 : 글로벌 기업 우버와 SK텔레콤 티맵모빌리티의 합작사인 우티는 모빌리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우티 관계자는 “(카모가) 어느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는지가 다른 모빌리티 사업자들에겐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타다는 ‘가는 길’이 다르다며 파급 효과를 제한적으로 본다. 타다는 대형 고급 택시 위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타다 운영사인 VCNC 관계자는 “우리와 타깃이 달라, 경쟁관계는 아니지만 산업적으로 큰 이슈라 지켜보고 있다”며 “(PEF가 타다의 새 주인이 된다면) 이전처럼 적자를 감수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④ 소비자들은 :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택시 요금 인상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플랫폼 가맹·중개사업은 요금이 자율신고제로 운영된다. 이전까지 카모가 요금을 올리지 못한 건 사회적 비난을 우려한 카카오 본사 방침 때문이다. 매각이 성사된다면 눈치 보지 않고 법에 따라 요금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는 카모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이 없는 시장’의 문제라고 짚었다.

정 사무총장은 “카모의 택시호출 독점 구조가 깨질 수 있도록 시장에서 경쟁이 활성화될 구도를 만드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순구 블랙핀 대표도 “택시 산업에 오래 누적됐던 문제가 모빌리티 산업에 그대로 재현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1등인 카카오도 힘들어 물러서는 시장이면 2·3·4등은 어떻겠나”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에 승객이 타고 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에 승객이 타고 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여행·화물로 몸집 키울까

스타트업계에선 ‘큰 그림’에 주목한다. 카모 주인이 바뀌면, 카모가 기존 택시·대리운전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여행·화물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 카모는 카카오T택시(일반·블루·벤티·블랙)를 비롯해 대리·주차·바이크·세차·정비 등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시외버스·기차·항공·렌터카·로밍 등 여행 산업과 퀵·택배·도보배송 등 물류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지난달에는 해외 항공권 검색·예약·발권 서비스를 출시했다. 화물운송 주선사업자 전용 솔루션 개발업체 ‘위드원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카모는 지난해 미들마일(중간물류) 중개업을 할 수 있는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 면허도 확보했다. 업계에선 국내 미들마일 물류 시장 규모를 3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PEF가 경영권을 인수한다면 카모의 기업가치를 수년 내에 2배로 올려 되팔려 할 테니 여행·화물로의 확장은 필연적”이라며 “사회적 갈등이 심한 택시·대리 사업을 더 키우기보단 여행·물류 등 신사업을 키우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필요하게 택시에 끌려 다니던 모습이 사라지고 과감하게 허들을 넘게 되면서 카모와 스타트업의 경쟁력 차이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매각 논의는 현재진행 중이지만, 주주 구성이 변경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증시 상황상 연내 카모의 기업공개(IPO)는 사실상 어려운데, 기존 투자자인 TPG·칼라일은 엑시트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도 이를 매각을 검토한 핵심 배경으로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다만,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면 매각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오는 11일 ‘카카오모빌리티 사모펀드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