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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3100만명 모아도 돈 벌길 막혔다…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6.20 06:00

업데이트 2022.06.20 09:20

시내를 주행 중인 카카오T블루 택시. 박민제 기자

시내를 주행 중인 카카오T블루 택시. 박민제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지분 57.5%를 가진 모기업 카카오가 매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어서다. “결정된 게 없다”는 공식 해명에도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선 “신뢰가 무너졌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무슨 일이야

누적 3100만 명 가입자를 모은 앱 ‘카카오T’ 운영사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가 매각설에 휩싸였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카카오에 카카오모빌리티 인수를 제안했다는 취지.

● 카카오는 지난 15일 조회공시를 통해 “카카오의 주주가치 증대와 카모의 지속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나,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 지난 17일 열린 카모 사내간담회 ‘올핸즈’에서 류긍선 카모 대표 등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며 "우리 권리를 침해하는 일에 대해서 경영진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방어할 것”이라는 취지 답변을 반복했다고 한다. 카모 한 직원은 “‘매각 안한다’는 답변을 원한 직원들과 매각 논의에서 배제됐던 자회사 경영진 간 소모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카카오모빌리티는 3100만명이 가입한 자타공인 국내 1위 모빌리티 기업이다. 카카오T 택시기사 회원은 25만명으로 사실상 국내 택시기사 전부가 가입한 플랫폼. 택시 외에도 대리·내비게이션·공유 자전거·택배·렌터카 등 이동과 관련한 모든 분야로 확장해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에 최근접한 국내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TPG컨소시엄, 칼라일, 구글, LG그룹, GS칼텍스 등으로부터 누적 1조 1114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모빌리티 기업 한 임원은 “카카오가 자신이 키운 1위 플랫폼 인수 제안에 ‘거절’ 대신 ‘검토’를 한다는 소식에 업계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며 “당사자인 카모 뿐만 아니라 연계된 수많은 공급자, 스타트업, 이용자까지 모두 영향권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왜?

카카오는 갈등에 민감한 기업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과거 사내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집단과 싸우는 것은 피하려 한다”며 “공존하고 이를 통해 혁신하는 게 숙제”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택시는 발화점이 낮은 국내 사회 갈등 최전선이다. 사회적 공존과 수익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보니 혁신의 크기는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이용자가 모이면 누군가는 돈을, 다른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들고 서 있을 것”(카카오히스토리 ‘탐구생활, 택시를 디지털 트랜스폼 하다’)이라는 카카오의 플랫폼 성공 방정식이 3100만명을 모은 카모에선 통하지 않고 있다.

① 수익화 : 2015년 카카오택시 출시 이후 수익화 시도 대부분이 무산됐다. 2018년 5000원을 내면 즉시 배차 해주는 서비스를 공개했지만 사회적 반발에 밀려 1000원을 내는 스마트호출로 조정됐다. 지난해 스마트호출료를 5000원으로 인상하려다 역시 사회적 질타를 받고 접었다. 이 사태는 국정감사 증인채택으로까지 이어졌다. 김범수 창업자와 류긍선 카모 대표는 여러 차례 사과해야 했고 상생방안도 발표했다.

2015년 1월 29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연 카카오택시 기사 기사 회원 모집 설명회. [사진 카카오]

2015년 1월 29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연 카카오택시 기사 기사 회원 모집 설명회. [사진 카카오]

② 신사업 : 택시 외 탈 것을 만들려는 시도도 번번히 막혔다. 2018년 말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카풀은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발 끝에 2019년 초 중단됐다. 같은해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카풀을 사실상 금지하는 대신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선보인다는 합의를 내놨다. 합의 주체 중 하나였던 정주환 당시 카모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택시, 모빌리티 기업이 모두 참여해 규제가 전혀 없는 모빌리티 서비스 판을 새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혁신형 택시엔 온갖 규제가 덧붙여져 사실상 사업자들이 외면하는 분야가 됐다.

그나마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가 급성장 중이다. 3만 7000대 규모의 카카오 가맹택시는 지난해 매출 5465억원, 영업이익 12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한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가맹택시 역시 앞날이 녹록치 않다. 지난 4월공정거래위원회는 카모가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줘 자사우대를 했다며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③ 상장 : 카모는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일정이 중단되긴 했지만 올해 3월 한국투자증권등 5개 회사를 상장 주관사단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 등으로 카카오의 자회사 상장에 여론이 부정적이고, 시장 상황까지 나빠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압박이 큰 데다 카카오가 처한 대외 여건상 사업 확장에 제약이 많고, 플랫폼을 인수할 곳도 얼마 없다 보니 사모펀드의 매각 제안을 검토라도 해보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카카오모빌리티에선?

직원들 의견은 갈린다. 카카오 공동체(계열사)에서 ‘손절’ 당한 거냐는 격앙된 반응이 많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카카오 공동체 내 ‘카모 책임론’이 커졌던 부분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터져나고 있다. 계열사가 아닌 공동체라고 부르면서 연대 의식을 강조했지만 정작 일이 벌어지고 나선 책임을 카모에게만 묻고 있다는 의미. 카모 한 직원은 “카카오 성장 과정에서 카모에 들어온 투자금이 큰 역할을 했는데 매각설에 대응하는 (본사의) 행태를 보면 신뢰가 사라졌다”며 “매각하지 않더라도 상처가 크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안감에 카카오 노조에 가입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반면 일부 직원들은 갈라서는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라는 틀에 묶여 보폭이 제한됐던 환경이 개선된다면 카모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또 다른 직원은 “지금 카모는 돈은 못벌지만 축적 데이터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회사”라며 “대기업 계열사라는 제약이 사라진다면 성장 여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IR자료에 나온 카카오 공동체 현황. [사진 카카오]

카카오 IR자료에 나온 카카오 공동체 현황. [사진 카카오]

그런데, 실현 가능성은?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실제 매각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쪽이 많다. 기업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해도 카카오 본사가 원하는 수준을 맞춰 줄 매수자가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택시 플랫폼 특성 상 해외 매각이 어려운데, 국내에서 수조원 규모 인수합병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있느냐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 더구나 카카오가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면, ‘카카오 계열사라서’ 카모에 합류한 1급 개발자들의 이탈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업계에선 카카오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일부만 내놓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모의 한 개발자는 “나도 그렇고 상당수가 모빌리티로 커리어를 쌓는다기 보다 카카오라는 이름 보고 온거라 카카오 이름 떼는 것에 민감하다”며 “주위 몇 명은 벌써 이직 제안도 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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