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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택시 몰아주기 의혹때…'배차 알고리즘' 몰래바꾼 카카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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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바꾼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공정위는 최근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가 있었다는 취지로 카카오모빌리티에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보내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는데, 여기엔 이런 알고리즘 변경 정황이 고려됐다. 카카오는 “콜 몰아주기는 없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심의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 시내 카카오 택시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카카오 택시 모습. 연합뉴스

공정위 조사 전, 복잡해진 알고리즘

1일 업계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중순 내부적으로 배차 알고리즘을 변경한 정황과 진술 등을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서다.

알고리즘은 콜 수락률‧기사 평점·운행패턴 등 배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다양하게 하는 식으로 변경됐다. 가맹택시에 ‘직접적’으로 유리한 형태를 복잡하게 꼬아 ‘간접적’으로 유리하게 바꿨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배차 알고리즘이 변경된 시점은 택시기사들이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카카오 플랫폼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된 지난해 4~5월 직후다.

공정위 조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바꾼 것이라고 공정위는 의심한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전처럼 가맹택시가 배차에 유리한지 확인하기 위해 알고리즘 변경 전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관계자는 “알고리즘 조정 시기가 콜 몰아주기 의혹이 문제가 된 때인 만큼 그 목적을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고리즘 변경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 다만 알고리즘을 개편하면서 경쟁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도 알리지 않았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플랫폼 이용해 가맹 키웠나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사업은 2019년부터 시작했다. 공정위는 카카오T라는 중계 플랫폼으로서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이 가맹택시 사업으로 전이됐다고 본다. 알고리즘을 통해 자사 서비스인 가맹택시를 우대하는 식으로 가맹 가입자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가맹택시 차량 수는 2020년 말 1만6000대에서 지난해 말 약 3만6000대까지 늘었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오픈마켓 노출을 늘린 네이버쇼핑에 과징금 265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가맹 여부, 배차 지표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에 차별을 둔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설명에 따르면 택시기사의 평균 배차 수락률‧승객 평가‧출발지까지의 거리 등을 토대로 호출이 이뤄진다. 알고리즘은 기사가 콜을 수락할지를 예측해 카카오T 이용자가 빠르게 택시를 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게 회사 측의 얘기다.

업계에선 일종의 영업 비밀인 알고리즘에 공정위가 과도한 간섭을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알고리즘 상 배차를 결정하는 요소에 가맹택시 여부는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가맹택시가 콜 수락률이 높아서 배차가 더 많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버 등 해외 플랫폼도 유사한 알고리즘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의 과제, 알고리즘 

알고리즘을 이용한 플랫폼의 자사 우대는 전 세계적으로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으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할 경우 매출 10%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고강도 규제를 예고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플랫폼 기업이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정보를 노동조합에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라이더법’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0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왼쪽)가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왼쪽)가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공정위의 조사대로 콜 몰아주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류 대표는 ‘위증이면 10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같은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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