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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중소기업’ 전기료 쇼크에 한번 더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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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0일 서울 마포구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중앙제어실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7월 초인데도 연일 폭염이 계속되며 전력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뉴스1]

10일 서울 마포구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중앙제어실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7월 초인데도 연일 폭염이 계속되며 전력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뉴스1]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늘어나는 경영 부담이 매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10일 유진투자증권의 ‘산업별 전기요금 인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연료비·연료비조정단가·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 전기요금은 지난해 말부터 내년까지 30원/㎾h 오를 가능성이 있다. 기존 전기요금(110원/㎾h) 대비 27% 정도 비싸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전체 산업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2.3%에서 3%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업종별로 미치는 영향은 편차가 크다. 전체 24개 업종(기타제품 제외) 가운데 ▶목재·나무제품 ▶섬유제품 ▶비금속광물제품 ▶인쇄·기록매체 ▶펄프·종이·종이제품 ▶1차금속 ▶금속가공제품 등 7개 업종은 매출액 대비 전기요금 비중이 1%포인트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꾸려진 업종들이다. 〈그래픽 참조〉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매출액 규모가 적은 업종에서 전기요금의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며 “이들 업종에서 요금인상에 따른 가격 저항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산업현장에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전력 사용이 많은 주물·열처리·금형 등  기초 공정을 담당하는 이른바 ‘뿌리 중소기업’들은 한계 수위가 임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의 한 주물 업체 사장은 “금속 용해 과정에서 전기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원가의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 임금도 오르고, 업체 간 경쟁도 심화하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이 더 커지면 사업을 이어가기가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중소기업 업계에서는 영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감면 혜택을 주고, 여름·겨울의 할증 요금 적용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을 요구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전용 요금제’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고효율 기기 교체지원 확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부터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중소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도 시름이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 중인 문모(42)씨는 “손님을 매장으로 끌어모아야 하고,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있기 때문에 ‘개문냉방’(에어컨을 켜고 매장문을 열어놓는 것)을 했었는데, 요즘엔 전기요금 부담에 개문냉방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PC방·노래방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소상공인의 부담은 더 크다.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 협동조합장은 “한 달에 전기 요금이 400만원인 PC방 매장의 전기요금이 이달부터 30만원가량 늘어나게 된다”며 “코로나19로 이제 막 회복하려고 하는 시점에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체감 부담은 훨씬 크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 전력 예비 상황 비상=한편 계속되는 폭염으로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력 수요가 지난 7일 92.9GW로 4년 만인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8월 둘째 주로 내다본 전력 수요 최대 시점이 이달로 당겨질 위험도 있다. 최대 91.7~95.7GW로 전망한 전력 수요도 이미 93GW에 육박한 걸 고려하면 예상치를 넘어설 수 있다.

공급 분야에선 그나마 석탄발전기 출력 상향 정도가 꼽힌다. 시험 운전 중인 신한울 1호기도 예비 자원으로 꼽히지만, 다음 달까지 공식 가동을 시작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10일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를 찾아 전력 상황을 점검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도 지난 8일 고리원전을 찾아 고리2호기 상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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