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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도서관보다 조용하다"…매출 3배 뛴 '방방컨'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역 하이마트에서 한 시민이 전시된 창문형 에어컨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역 하이마트에서 한 시민이 전시된 창문형 에어컨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장마·무더위가 본격화하면서 이른바 ‘방방컨’(방방마다 창문형 에어컨) 판매에 불이 붙었다. 일단 ‘급한 더위부터 끄고 보자’는 소비자들이 전문 기사 없이 혼자서 설치할 수 있는 창문형 에어컨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1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과 비슷한 3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올해 전체 에어컨 판매량을 250만 대로 예상하는데, 10대 중 1대가 ‘창문형 에어컨’이 될 것이란 얘기다.

실제 유통업계에서도 ‘방방컨’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으로 창문형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10% 증가했고, 직전달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280%가량 늘었다. 가전업계는 올여름 기상 상황을 고려할 때 수요가 예년 수준을 보이거나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금성사가 1977년 판매한 창문형 에어컨. 2012년 35년간 제품을 써온 고객으로부터 기증받았다. [사진 LG전자]

금성사가 1977년 판매한 창문형 에어컨. 2012년 35년간 제품을 써온 고객으로부터 기증받았다. [사진 LG전자]

‘방방컨’ 원조, LG까지 뛰어들며 새 격전지

그간 중소기업이 주도해왔던 방방컨 시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뛰어든 데 이어, 올해 ‘방방컨 원조’ LG전자까지 가세하며 가전업계의 새 격전지가 되고 있다. 1968년 금성사(현 LG전자)는 국내 첫 ‘창문형 룸에어컨’을 출시했고, 이후 스탠드·벽걸이·시스템형이 대세가 되자 삼성은 2006년, LG는 2012년 각각 내수 시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방방컨’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006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건물 외부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할 수 없어, 일체형 에어컨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LG전자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는 공기 흡입구를 전면에 배치해 '앞툭튀' 없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진 LG전자]

LG전자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는 공기 흡입구를 전면에 배치해 '앞툭튀' 없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진 LG전자]

LG ‘앞툭튀X’ 삼성 ‘비스포크’…중기는 ‘가성비’

업체마다 서로 앞세우는 기술과 마케팅 포인트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LG는 ‘앞툭튀’(앞으로 툭 튀어나온 부분) 없는 외관, 삼성은 ‘비스포크 디자인’, 파세코는 ‘5분 설치’, 캐리어에어컨은 ‘자외선(UV) 살균’, 신일전자는 ‘가성비’ 등을 마케팅 포인트로 앞세우고 있다.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는 공기 흡입구를 전면에 배치해 방안에 툭 튀어나오는 부분을 최소화했다. 삼성 ‘윈도우핏’은 비스포크 패널을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어, 방 사용자의 취향이나 인테리어에 따라 옷을 바꿔 입힐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의 '윈도우핏'은 비스포크 패널을 취향에 따라 선택가능 한 게 특징이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윈도우핏'은 비스포크 패널을 취향에 따라 선택가능 한 게 특징이다. [사진 삼성전자]

파세코의 '프리미엄 창문형 에어컨'. [사진 파세코]

파세코의 '프리미엄 창문형 에어컨'. [사진 파세코]

파세코는 ‘프리미엄 창문형 에어컨’의 창틀 거치 나사를 9개에서 1개로 줄이고, 원터치 고정 방식을 적용해 설치시간을 30분에서 5분으로 줄였다. 캐리어에어컨은 ‘울트라 창문형 에어컨’에 자외선(UV)-C LED 살균 기능을 적용해 열교환기·팬 등에 생기기 쉬운 각종 균을 억제하도록 했다. 신일전자의 ‘2세대 창문형 에어컨’은 온라인 최저가가 54만원대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 특히 제습 기능 사용 시 일일 제습량이 27.7L로 대용량 제습기 급의 효율을 발휘한다.

“도서관보다 조용하다”는데…소비자 불만 여전

올해 출시된 방방컨의 특징은 기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혀왔던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실외기까지 일체형으로 만들다 보니 소음이 제품에 고스란히 흡수돼,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부방엔 못 놓겠다” “차라리 더운 게 낫다” 등 불만이 쏟아져 왔기 때문이다.

각 업체는 올해 출시된 제품들의 소음이 32~39데시벨(㏈)이라며 “도서관보다 조용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LG와 삼성은 저소음 모드에서 각각 34데시벨·35데시벨, ‘트윈 로터리 압축기’를 적용했다는 캐리어는 32데시벨, 파세코는 취침 모드에서 각각 35.4데시벨, 신일은 38.6데시벨 등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도서관에서 나는 소음은 30~40데시벨, 냉장고 소리는 40데시벨,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침실 소음 기준은 35데시벨이다. 제조사마다 낮은 소음을 내세우지만, 사용자들의 체감소음은 작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제조사가 밝힌 소음 수치는 실험실에서 진행된 것으로, 설치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방컨의 인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창문형 에어컨이 주요 가전제품으로 자리를 굳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창문형 에어컨은) 코로나19 시대 방콕이 많아지자 생긴 틈새시장을 공략한 제품”이라며 “에어컨 시장의 주류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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