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정 전면 취소한 이준석, 2030 당원 기반 여론전 전략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96호 04면

이준석 당원권 정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당 중앙윤리위에 출석해 징계안에 대한 소명을 마친 뒤 회의실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당 중앙윤리위에 출석해 징계안에 대한 소명을 마친 뒤 회의실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후 예정돼 있던 언론 인터뷰를 모두 취소한 뒤 향후 행보에 대한 고심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 집무실이 아닌 서울 모처에서 가까운 법조인들과 전날 당 윤리위원회가 내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초 언론사와 유튜브 인터뷰가 여러 건 잡혀 있었지만 일단 상황을 좀 더 파악하고 일정과 메시지를 다시 조율해야 한다고 판단해 오후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윤리위에 출석해 2시간여에 걸쳐 소명 절차를 밟은 뒤 곧바로 서울 강서의 한 식당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김형동·허은아 수석대변인과 김용태 최고위원, 자신의 변호인 등 측근들이 함께했다.

관련기사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지도부 인사는 “윤리위에서 ‘증거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 대표도 이 부분에 대해 알아보는 등 성실하게 임했다”며 “그러나 결국 윤리위에서 중징계 결정이 내려졌다. 윤리위 결정 직후 대응 방안에 대해 조금 논의하다 일단 해산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최근 이 대표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 친윤계 의원인 박성민 의원도 잠시 참석해 이 대표를 위로했다고 한다.

이날 이 대표의 초기 대응은 ‘강한 불복’에 집중됐다. 그는 윤리위 결정 후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리위 규정을 보면 징계 결과에 대한 징계 처분권이 당대표에게 있다. (결과가)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경우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근거로 든 당규 23조 2항은 ‘위원회의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은 당대표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주요 당직자가 행한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어차피 최고위원회의는 다음 주 월요일에 열게 돼 있다. 주말에 판단해 봐야 할 것”이라며 당대표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러나 이날 오전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리위 징계는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며 이 대표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모든 징계 처분은 윤리위원장이 직접 그 처분 결과를 통보했다고 한다. 그런 만큼 당대표 권한은 정지되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최고위원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결정에 이견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다음 주 월요일 최고위를 주재하는 주체도 본인임을 다시 밝혔다.

그러자 이 대표는 당초 이날 예정돼 있던 네 개의 인터뷰를 모두 취소했다. “한 달에 당비 1000원 납부 약정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돼 국민의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3분이면 된다”며 당권이 여전히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는 듯한 글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대표 측근은 “일단 여러 변수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며 “아직 이 대표도 입장 정리가 안 된 거 같다. 주말까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제안한 ‘6개월 뒤 복귀’ 안을 이 대표가 받을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효력이 끝난 뒤 대표직에 복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당헌·당규 해석상 그렇게 해석되는 것으로 (당 기조국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근은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6개월 동안 당원권이 정지됐다가 복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그 사이에 대표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의 긴급 최고위 소집으로 “윤리위 징계 처분을 당대표로서 보류할 것”이란 이 대표 주장이 힘을 잃은 측면도 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최고위원은 회의  후 “당 기조국에서 관례상 (당헌·당규 해석이) 이러하다고 설명하니 이에 대해 반박하기 어려웠다”며 “악법도 법이니 윤리위 결정을 존중하되 (쟁점으로) 싸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 측은 ‘최후의 카드’로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회사로 치면 인사위원회가 대표이사 직인도 없이 해고 통보를 한 거다. 또 사법기관인 윤리위가 수사기관인 당무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도 없이 중징계를 결정한 것”이라며 “회사에서 이럴 경우에도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된다”고 말했다.

다만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가 입게 될 타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은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정치적인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인용이 되지 않을 경우엔 상황이 좀 우스워질 수 있다”며 “종합적으로 법리 검토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이날 당내에선 이 대표가 자신의 지지층인 2030 당원들을 기반으로 여론전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젊은 당원들과 함께 윤핵관 등 이른바 ‘윗선 개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전파하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전날 윤리위에 출석해서도 자신의 성 접대 의혹을 폭로한 배경에 특정 정치인이 있다는 내용의 지난 7일 JTBC 보도를 인용하며 “(경찰 조사 결과)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실제 증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폭로의 배후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심각하게 들여다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근인 당 혁신위원회 천하람 혁신위원은 “윤리위 결정은 정치적으로 실패한 결정”이라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