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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끝판' 리볼빙 경고한 이복현…시장의 또다른 뇌관되나

중앙일보

입력

'대출 끝판'으로 불리는 신용카드 리볼빙(결제액 이월 약정) 시장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용액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급전'이 필요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우회로인 탓이다.

리볼빙 시장은 법정 최고 금리(연 20%)에 이르는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는 데다 대출 한도까지 돈을 빌린 이들이 리볼빙을 이용하는 만큼 금융 시장을 흔드는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금융당국이 리볼빙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대표와 간담회에서 “(결제성 리볼빙 등)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관리를 강화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카드사(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1분기 기준)은 6조4000억원으로, 해당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역대 최대다. 2년 새 1조원이 늘었다.

리볼빙은 카드 결제 대금의 일부를 이월해서 갚는 방식의 결제성 리볼빙과 현금서비스인 대출성 리볼빙으로 나뉜다. 대출성 리볼빙은 인출 한도가 있지만, 결제성 리볼빙은 별도의 한도가 없다. 결제 대금의 10%를 갚으면 나머지는 이월할 수 있다.

예컨대 이달 카드 결제 대금이 100만원이라면 10만원만 결제하고 나머지 90만원은 다음 달에 갚으면 된다. 결제성 리볼빙을 활용하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카드값을 한 번에 갚지 않아도 돼 결제 부담을 줄이고 연체를 막을 수 있다.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취약차주(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가 주로 이용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자가 비싸다는 점이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는 지난 1분기 기준 연 14.83~18.52% 수준이다. 카드론 평균 금리(연 12.52~14.51%)보다 높다. 리볼빙을 이용했다가 연체하면 최대 3%의 가산금리도 붙는다.

이 원장이 “여전사의 가계대출은 취약 차주가 이용하는 고금리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금리 상승 시 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한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 상승기인 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6.4%에서 8.4%로 상승했다.

“빚의 악순환 유발 우려 커”

결제성 리볼빙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부터 개인별 DSR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강화된 데다, 전체 금융권 대출 잔액이 1억원을 넘으면 은행권은 40%, 비은행권은 50%가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전체 대출 고객의 29.8%, 대출액 기준으로 77.2%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

올 초부터 카드론도 DSR 대상에 포함됐다. 이런 상황에서 DSR 적용 대상이 아닌 결제성 리볼빙에 '풍선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원장이 “결제성 리볼빙 등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품 수요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리스크 관리에 보다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이유다.

금융 전문가들은 리볼빙의 증가가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하고 빚의 악순환을 유발하는 등 부채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도 리볼빙 설명서 신설, 취약차주 가입 시 해피콜 실시, 금리산정내역 안내, 금리 공시주기 단축 등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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