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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코 인수 후 1년, 바이트댄스의 VR·메타버스 행보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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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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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틱톡(TikTok)의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字节跳动)가 VR 헤드셋 제조업체인 피코(pico)를 97억 위안(약 1조 62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바이트댄스의 피코 인수는 메타버스 사업 확장을 위해 2014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한 사례와 비교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인수 후 1년이 지난 지금, 바이트댄스와 피코는 어떤 행보를 걷고 있을까?

온·오프라인 피코 제품 마케팅에 전력 다해

인수 이후 바이트댄스는 가장 먼저 피코가 만든 VR 기기 홍보와 마케팅에 화력을 집중했다. 바이트댄스는 자회사인 틱톡의 막강한 영향력을 활용해 오픈 스크린 광고(开展广告), 24시간 생방송, 관련 소식 푸시 메시징, 콘텐트 창작자 제품 협찬 등 피코를 위한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틱톡, 샤오훙슈(小红书), 비리비리(哔哩哔哩) 등 중국 대표 SNS 플랫폼에선 피코의 VR 헤드셋을 끼고 춤추고 운동하고 게임을 하는 유명 크리에이터와 일반인들의 모습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틱톡에서 #玩 VR 选 Pico(#VR 할 땐 Pico를) 와 #玩 Pico 不 emo(#Pico 하면 슬프지 않아) 해시태그가 달린 콘텐트 는 현재까지 11억 조회 수를 돌파했다.

틱톡에서 홍보 중인 피코 기기 [사진 bianews.com]

틱톡에서 홍보 중인 피코 기기 [사진 bianews.com]

징둥(京东)과 타오바오(淘宝)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피코의 VR 헤드셋이 최상단에 노출된다. 바이트댄스가 제품 홍보를 위해 거금을 주고 최적의 추천 위치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선보인 '30일 체험 후 무료 반품' 과 '매일 30분씩 180일 출석 후 구매액 반값 환급‘ 이벤트는 소비자의 구매욕을 또 한 번 자극했다.

텍스트나 동영상만으로는 VR 기기의 높은 몰입감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VR 기기의 보급을 위해선 오프라인 체험 마케팅 역시 매우 중요하다. 피코는 올해 중국 내 오프라인 체인점 2000곳 오픈을 목표로 소비자와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베이징의 한 피코 오프라인 체험점에는 10분에 1명씩 손님이 찾아온다고 전해졌다.

올해 VR 기기 180만 대 판매 목표, 킬러 콘텐트 개발은 여전히 부진해  

피코의 올해 목표는 VR 기기 180만 대를 판매하는 것이다. 당초 100만 대 판매를 목표했지만, 지난 5월 목표 판매량을 180만 대로 상향 조정했다. 작년 한 해 판매량이 50만 대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바이트댄스에 인수된 이후 진행된 마케팅 화력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VR 기기 판매에 성공했다면, 그다음엔 킬러 콘텐트 를 발굴해 소비자가 떠나지 않도록 붙들어야 한다. 페이스북이 메타(Meta)로 사명을 변경한 후 곧바로 가상현실(VR) 게임 개발사를 인수한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VR 헤드셋이 가장 많이 보급된 분야는 여전히 ‘게임’이다. 미국 비디오게임 산업 협회인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의 게임 이용자 1억 6900만 명 중 약 29%가 VR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 it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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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이트댄스는 게임 사업에 강하지 않다. 지난해 바이트댄스의 게임 사업부에는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자체 개발한 〈스트라이크 로열(Strike Royale)〉과 〈엔드 아레나(终结战场)〉같은 중형 게임이 시장에서 퇴출당하거나 중단됐고, 대규모 인원 감축과 사업장 정리 역시 이뤄졌다. 바이트댄스는 상하이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인 오하유(Ohayoo) 직원 수십 명을 해고하고, 산하의 또 다른 게임회사인 자오시광녠(朝夕光年)의 사업도 올해 하반기까지 정리하기로 했다.

다양한 VR 콘텐트 가 유통되는 피코 스토어에는 현재 모션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퀴즈 등 장르 게임 130여 개가 올라와 있으며, 매주 1~2개의 게임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게임 마니아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킬러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뛰어난 몰입감과 상호작용으로 VR 게임 이용자의 사랑을 받는 〈하프라이프:알릭스(Half-Life:Alyx)〉는 스팀(Steam) 플랫폼에서만 판매되고, 〈바이오하자드 4(Biohazard 4)〉의 VR 판 게임은 피코가 아닌 오큘러스 퀘스트 2 헤드셋만 지원한다.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 따르면, 메타가 인수한 오큘러스의 지난달 월간 활성 게임 이용자 수는 283만 93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피코의 월간 활성 게임 이용자 수는 2만 8600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VR 기기 시장점유율 측면에선 오큘러스 퀘스트 2(Oculus Quest 2)가 47.99%, 피코 네오 3(Pico NEO 3)은 0.63%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SNS에서의 떠들썩한 마케팅과는 대조되게, 게임 플랫폼에서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게임 개발에 약한 바이트댄스, 대안은?

피코의 VR 기기 하드웨어 사양은 오큘러스와 비슷하지만, VR 게임 콘텐트 는 오큘러스와 비교하면 빈약하다. 이에 바이트댄스는 다른 쪽의 VR 콘텐트 개발에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오큘러스 퀘스트가 대작 게임으로 이용자 파이를 키운 것과 달리, 피코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콘텐트 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이 콘솔 게임보다 모바일 게임을 선호하고, 높은 개발 문턱에 비해 낮은 VR 게임의 흥행률을 고려해서 나온 대안이었다.

앞서 중국 현지 매체 레이트포스트(LatePost)는 바이트댄스의 여러 콘텐트 담당자들이 최근 피코로 자리를 옮겨 새롭게 콘텐트 마케팅팀을 꾸렸다고 보도했다. 바이트댄스 산하의 영상 플랫폼인 시과스핀(西瓜视频)의 책임자 런리펑(任利峰), 숏폼 플랫폼인 틱톡의 예능 책임자 쑹빙화(宋秉华)와 오락 총괄 우쭤민(吴作敏)은 이미 피코의 VR 사업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피코X정쥔 VR 단독 쇼케이스 (좌), 3D 블록버스터 재연 프로젝트 (우) [사진 science.china.com]

피코X정쥔 VR 단독 쇼케이스 (좌), 3D 블록버스터 재연 프로젝트 (우) [사진 science.china.com]

지난 5월, 피코는 중국의 유명 록 뮤지션인 정쥔(郑钧)과 함께 'We Are' VR 정쥔 단독 쇼케이스를 열었다. 콘서트는 온라인에서 단독 중계됐으며, 팬들은 피코 네오 3 VR 기기를 착용하고 정쥔의 공연을 감상하고 몰입형 양방향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6월에는 디즈니, 소니 픽처스, 파라마운트 등 다양한 영화사와 제휴를 맺고 '3D 블록버스터 재연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피코는 〈마블 시리즈〉, 〈트랜스포머〉, 〈겨울 왕국〉 등 100편이 넘는 블록버스터 대작들을 3D 콘텐트 로 제작해 피코 제품 이용자들에게 제공했다. 피코 이용자들은 피코스핀(Pico视频)에 회원가입 후 VR 기기를 착용하고 해당 콘텐트 를 즐길 수 있다. 피코 측은 앞으로도 VR 콘텐트 생태계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양질의 콘텐트 파트너를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바이트댄스는 피코 인수 후 지속해서 신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올해 5월 중국 매체 IT즈자(之家)는 샤오미의 VR 책임자였던 마제쓰(马杰思)가 바이트댄스의 피코 소셜센터 책임자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중국의 구인·구직 플랫폼인 보스즈핀(Boss直聘)에서도 피코의 광학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 프로젝트 매니저 등의 채용이 이어지고 있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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