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비영리단체 섬 오브 어스는 메타버스 관련 보고서를 인용해 익명의 한 여성 연구원이 호라이즌 월드*라는 가상세계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혀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호라이즌 월드: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를 기반으로 메타(Meta)에서 출시한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
보고서와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연구원의 아바타는 호라이즌 월드에서 파티를 즐기던 도중 다른 사용자의 손에 이끌려 다른 방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섬 오브 어스는 이번 사건을 가리켜 “얼마나 빨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성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사진 超新星财经]](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7/06/cf28e660-f3d7-4016-8b40-caed9ad47add.jpg)
[사진 超新星财经]
메타버스 세계에서 성범죄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아동을 위한 메타버스 기술 연구 업체인 카부니 관계자가 호라이즌 월드에서 경험한 성추행 피해를 온라인에 공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메타는 아바타 간 약 120㎝ '거리두기' 기능을 도입했지만 사용자가 이를 임의로 해제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
이번 사건에도 다른 이용자의 설득에 해당 연구원이 거리두기 기능을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메타버스 열풍이 거세지며 '가상세계'라는 점을 악용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범죄가 성행, 가상인간 관련 시장이 도전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 ‘메타버스’…그 중심에 선 ‘가상인간’
위의 사례처럼 메타버스의 발전은 산업 간 기술 통합을 촉진했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었다. 사람들은 전례 없던 디지털 인터랙션을 체험하며 가상세계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이와 함께 업무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호라이즌 사건 외에 로블록스,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등에서도 메타버스 내 성범죄 논란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건 중심에는 바로 ‘가상인간’이 자리한다.
메타버스를 언급할 때 ‘가상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가상인간 기술은 메타버스의 디지털 아바타 기반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의 융합을 거쳐 플랫폼화·전문화 등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속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 ‘가상인간’은 정확히 무엇일까?
사실 ‘가상인간’은 매우 광범위한 개념 중 하나다. 상하이 허녠(禾念)정보기술주식회사와 야마하가 합작하여 만든 보컬 음성 합성 보컬로이드 소프트웨어이자 캐릭터인 뤄톈이(洛天依),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야마하의 보컬 음성 합성 보컬로이드 소프트웨어이자 캐릭터인 하츠네 미쿠 등 친숙한 이미지의 2차원 캐릭터부터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선보인 CCTV 가상 기자 왕빙빙(王冰冰), 유명 스포츠 스타 에일린 구를 본떠 만든 미트구(Meet Gu) 등 모두 ‘가상인간’에 속한다.
더 넓은 범위에서 살펴보면 최신 기술로 되살아난 등려군(邓丽君), 샤오미에서 내놓은 AI 비서 샤오아이퉁쉐(小爱同学) 등도 바로 이 ‘가상인간’에 포함된다. 즉 가상인간이란 ‘디지털 인간’으로 디지털 형식으로 존재하되 인간의 외관, 행동, 심지어 생각마저 할 수 있는 가상 이미지(형상)를 의미한다.
![왕빙빙 [사진 数码辣条]](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7/06/b7094dbe-eb52-4e4f-8bcf-37127ddececd.jpg)
왕빙빙 [사진 数码辣条]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와 함께 가상인간은 디지털 세계에서 가치 생산의 주체이자, 사용자의 정체성을 담은 매개체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동시에 가상 공간에서의 ‘디지털 아바타(실제 사람이 구동)’ 혹은 AI를 통해 움직이는 ‘디지털 어시스턴트(디지털 구동)’까지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 되었다.
일반 소비자가 메타버스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표현 방식 중 하나로 여겨지는 가상인간 산업은 메타버스 개념의 대중화와 다양한 업계에서의 응용 덕분에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았다.
인터넷 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한 ‘가상인간’ 산업
가상인간 산업에서 가장 발 빠른 반응을 보인 것은 인터넷 기업이다. 이들 인터넷 기업은 아이덴티티형 가상인간과 서비스형 가상인간을 주로 선보였다. 일례로, 바이트댄스는 지난 2021년 알리바바와 함께 위에화(乐华)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가상 아이돌 팀인 A-Soul을 선보였다. 이후에도 바이트댄스는 관련 사업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행보를 보였다. 2022년 1월에는 메타버스 기술 업체인 항저우리웨이커(杭州李未可) 과학기술유한공사에 투자했다.
이 밖에도 망궈차오메이(芒果超媒·Mango excellent media)는 가상인간 ‘샤오양(小漾)’을 앞세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었다. 한국에서는 ‘중국 유재석’이라고도 잘 알려진 MC 허지옹(何炅)와 호흡을 맞춰 중국 네티즌의 주목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 커뮤니티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도 가상인간 산업에 가담했다. 비리비리는 2233냥(2233娘)을 선보이며 중국 ‘덕후’들의 심리를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비스형 가상인간으로는 완커(万科)그룹이 선보인 디지털 직원 추이샤오판(崔筱盼)이 대표적이다. 추이샤오판은 만기·연체 알림과 작업 이상 감지 처리를할 수 있어 2021년 그룹 내 우수사원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완커(万科)그룹이 선보인 디지털 직원 추이샤오판(崔筱盼) [사진 新浪财经]](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7/06/9623fbbb-37be-4bd6-b33f-e7d399b8e927.jpg)
완커(万科)그룹이 선보인 디지털 직원 추이샤오판(崔筱盼) [사진 新浪财经]
상하이 푸둥 개발 은행은 IT 업계 거인 중 하나인 바이두, 오리지널포스(原力数字科技·Original Force)와 손잡고 디지털 직원 ‘샤오푸(小浦)’를 내놓았다. 또 중국 포털 업체인 소후닷컴과 중국 관영통신 신화망(新华网)은 AI 앵커 팀인 신샤오멍(新小萌)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신화망은 텐센트와 함께 디지털 기자이자 디지털 우주인 샤오정(小诤)을 공개했다.
이처럼 가상인간은 실제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할 수 있으면서도 그 효율은 수백, 수천 배에 달해 기업 운영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사람처럼 피로감을 느끼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샤오정(小诤) [사진 数字航天员 공식웨이보계정]](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7/06/4fa41dc0-81b8-4232-b5b3-232d2ba17bd6.jpg)
샤오정(小诤) [사진 数字航天员 공식웨이보계정]
자본 시장으로부터 잇따른 ‘러브콜’
빠른 성장세 덕분에 자본의 유입도 대폭 증가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가상인간 관련 기업에 2843건의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 자금 유치액은 약 2540억 위안(49조 1159억 8000만 원)이다. 투자사는 IDG 캐피탈, 세쿼이아 캐피탈 등 금융사 외에도 바이트댄스, 넷이즈, 샤오미 등 IT 기업도 포함되었다.
자본에 힘입어 관련 스타트업도 대폭 늘었다. 중국 메타버스 시장조사업체인 수투(速途) 메타버스 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중국 가상인간 관련 기업이 3만 개 이상 생겼으며, 2021년 6만 개 넘게 증가했다.
수투 메타버스 연구원은 2025년까지 중국에 가상인간 관련 기업 수가 40만 개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수투 메타버스 연구원은 2030년 가상인간 시장 규모가 3095억 위안(59조 8232억 55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러한 상황 속 가상인간 기업 간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메타, 구글, 소니 외에도 중국의 잉촹(影创, AR·VR 기업), 링원광(凌云光, 머신비전 업체), 칭라이스줴(青瞳视觉, 모션캡처 주력업체) 등 기술력을 갖춘 쟁쟁한 기업도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센스타임(SenseTime), 이투(依图·Yitu), 아이플라이텍(iFLYTEK) 등 기술 기업은 가상인간 생산 및 개발에 필요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가상인간 설계와 관련해서는 비리비리, 오리지널포스, 웨원그룹(阅文集团·China Literature) 등 기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가상인간 시장에 거물급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으나, 아직까지 월등한 차이를 보이며 업계 ‘왕좌를 차지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는 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재, 이들 기업 중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은 곳이 왕위를 차지할 것으로 점쳤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