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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실망스러운 윤 대통령의 인사 비판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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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사 논란에 대한 설명 듣고자 했는데  

“전 정권 장관 훌륭한 사람 봤냐” 일축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 비판에 대해 어제 보인 반응은 실망스럽다.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에는 부실 인사, 인사 실패 지적이 있다”는 지적에 “그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 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손가락을 흔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날 유사 질문에 “우리 정부에서는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자부한다. 전 정부와 비교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던 것에서 더 나아간 언행이다.

국민은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 숱한 의혹에도 임명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 진솔한 설명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것을 묵살하고, ‘전 정권 장관보다 낫다’는 식의 거친 한마디로 넘어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가 접해온 과거 대통령들의 언어와도 사뭇 다르다. 게다가 윤 대통령도 전 정권의 주요 인사 아니었나.

대통령은 내적 집중력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인 ‘균형적 판단’이 필요하다. 민심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주말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43%)·부정(42%) 평가는 대동소이했는데, 부정 평가를 좌우한 건 인사(18%), ‘독단적/일방적’(7%), ‘직무 태도’(4%) 등이었다. 어제 도어스테핑의 윤 대통령에게서 도드라진 모습이다. 민심이 부정적으로 본다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인 인사권을 행사한 대통령으로선 겸손하고 송구해야 하는 게 먼저지 목소리를 높일 일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이 만취 운전, 논문 표절 등으로 퇴진 압박을 받았던 박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말한 것도 부적절하다. 박 부총리의 자질이 미흡해 비판받았는데 ‘언론 탓, 야당 탓’으로 떠넘긴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보수 정부 때 더했다”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이 오히려 일을 잘한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있다”고 넘어가던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윤 대통령은 그제 “(지지율은) 별로 의미 없는 것”이라고 했다. 민심은 경고를 보내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앞으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이로 인해 민심과의 괴리가 커진다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꺾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원하는 바가 그건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민심에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그 초심을 잊어선 안 된다. 민심을 이기는 정치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