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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파국 면한 국회, 경제위기 대응에 힘 모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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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36일 만에 여야 합의, 김진표 의장 선출

고물가·저성장 … 민생법안 처리 서둘러야

김진표 신임 국회의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김진표 신임 국회의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여야가 어제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5선의 김진표 의원을 합의로 선출했다. 교착상태를 보여온 국회 원구성 협상이 극적 타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36일간 이어지던 국회 의장단 및 상임위 공백 사태가 해소되면서 21대 후반기 국회가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전날 양당 원내대표 및 수석부대표가 심야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의장 단독 선출을 압박하고, 국민의힘이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등 대립하다 막판 합의로 파국을 면한 것은 다행이다.

장기간 국회가 문조차 열지 못한 일차적인 책임은 민주당에 있었다. 지난해 7월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주기로 한 여야 합의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이는 견제와 균형을 위해 국회의장과 법안 처리의 1차 관문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을 정당끼리 나눠 맡아온 관례를 무시한 처사였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야당 설득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국정 운영의 일차적 책임은 여권에 있고, 현재 국회는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여소야대다. 이런데도 협상 당사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 경축특사단 단장 자격으로 해외 방문에 나섰다. 급할 게 없다는 식의 태도 탓에 여야 대면 협상이 재개되기까지 한 달여가 걸렸다.

국회 의장단을 선출했지만 원 구성 협상의 쟁점이던 사법개혁특위 구성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헌법재판소 제소 취하 등을 놓고 여야가 또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측은 검수완박을 인정하는 게 된다며 수용 불가 입장이다. 민주당은 내부에서도 검수완박 입법 과정이 국민의 충분한 동의 없이 강행됐다는 자성이 나온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사개특위 참여가 지난 4월 합의 사안이었던 점을 고려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여야가 다시 충돌해 국회를 공전시켰다가는 국민적 공분을 살 것이다.

한국 경제는 6월 소비자물가가 6%대 상승률을 보여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등 풍전등화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고환율·고유가까지 겹쳐 위기 양상은 복합적이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상반기 무역적자마저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규제 완화 법안과 민생을 돌보기 위한 유류세 인하 등의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 복합 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측인 만큼 여야가 기 싸움을 벌일 여유가 없다. 특히 양당은 내부 권력 다툼 양상까지 노출하고 있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협치를 거부하는 정치 세력은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인 만큼 여야는 서둘러 상임위를 꾸리고 민생 현안 처리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