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로벌 아이

어쩌다 세금, 어차피 세금

중앙일보

입력 2022.07.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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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현예 기자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김현예 도쿄 특파원

김현예 도쿄 특파원

“가득이요!” 주유소에 기름 넣으러 갔다가 맘 편히 이렇게 외친 적이 언제인가. 천정부지 치솟는 유가 탓이다. 최근 기름값 오르는 건 만국 공통. 지난달 29일 오후 5시경, 일본 도쿄(東京) 긴자(銀座) 인근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만난 한 남성도 기름값 부담에 비슷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날 그가 넣은 기름(휘발유)은 35.44L. 1L당 185엔(약 1765원)으로 우리 돈 약 6만2565원어치다.

같은 날 일본 자원에너지청이 밝힌 일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27일 기준 174.9엔(약 1669원). 일주일 사이 1엔, 우리 돈 약 9.5원이 올랐다. 우리 눈에 고작 1엔이냐 할 법하지만,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기름값에 들어가는 세금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월 말부터 유가 안정을 위해 보조금을 주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책정한 보조금 기준가격은 휘발유 1L 기준 170엔. 유가가 이 기준을 넘어서면 석유 정제업자와 수입업자에게 보조금을 줘, 주유소를 통해 실제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그 덕에 일본 유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낮은 수준이 됐다.

지난달 29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 인근에 있는 한 주유소. 차량들이 주유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현예 특파원

지난달 29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 인근에 있는 한 주유소. 차량들이 주유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현예 특파원

일본은 어쩌다 보조금 카드까지 꺼내 들게 됐을까. 배경엔 상대적으로 외풍에 휩쓸리기 쉬운 일본의 석유 시장 구조가 있다. 영국 석유회사 BP에 따르면 일본의 하루 원유 정제능력은 2021년 기준 328만5000배럴. 우리나라(357만2000배럴)보다 낮다. 반면 하루 석유제품 소비량(334만1000배럴)은 우리나라(281만 배럴)보다 많다. 원유를 사와 정제해도 안방 시장 수요를 채우기 힘들단 의미다.

1L에 5엔이던 보조금은 최근엔 40.5엔까지 솟았다. 경산성은 보조금 덕에 유가 상승 억제 효과가 39.2엔에 달했다고 ‘실적’을 홍보했지만, 소비자들 입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름값은 4주 연속 올랐고, 트위터엔 “보조금이 없었다면 L당 200엔이 넘는다는 얘기냐”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기름값은 오는 10일 선거와 맞물려 다른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소비세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은 고(高)물가를 ‘기시다 인플레’로 부르며 10%에 이르는 소비세를 내리자고 나섰다. 아예 석유에 붙는 세금을 없애자는 공약을 내건 당도 나왔다. 어차피 물가급등에 세금 쓸 바엔, 서민이 체감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는 주장이다. 다락 같은 유가에 실적까지 좋으니, 우리 정치인들 입에서 정유회사에 ‘횡재세’ 걷자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고통 분담 차원이라는데, 진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한 위정자의 세금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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