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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중 관계 세심하게 관리해 국익 손상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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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마드리드=뉴시스] 전신 기자 = 첫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30일(현지시간)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마드리드=뉴시스] 전신 기자 = 첫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30일(현지시간)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나토 회의서 드러난 국제질서 재편에 대응하되

중국과도 불필요한 적대관계 안 만드는 게 중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다자 외교 무대였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국제질서와 안보 지형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 진영과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세력 간의 대립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 회의였다. 나토가 12년 만에 채택한 ‘전략개념 2022’는 러시아의 위협에 더해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표현했다. 옛소련에 맞서는 군사동맹으로 출범한 지 73년 만에 중국을 전략적 견제 대상으로 명기한 것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오랜 중립 노선을 버리고 이번에 나토의 울타리 속으로 들어간 사실도 국제질서 재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중추 국가를 표방하는 한국도 국제질서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헤쳐가야 한다. 역외 파트너 자격으로 이번 회의에 초청받은 윤 대통령이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 연대에 의해서만 보장된다”고 호응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전략적 모호성을 내려놓고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보다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과 나토의 협력 강화는 실리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 계획대로 나토와 글로벌파트너십을 체결하면 직접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유럽 방위산업시장 진출이 용이해진다. 반도체·원전 등 한국의 비교우위 분야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엊그제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이 밝힌 대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전략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지와 음지가 함께 존재한다. 나토와의 협력 강화는 한국 외교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선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장의 우려는 중국과의 관계다. 중국은 윤 대통령의 나토 참석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 언사로 표출하고 있다. 중국은 교역 규모 면에서 미국·일본·유럽보다 많고, 북한 비핵화 등 안보와 관련한 사안에서도 긴밀히 협력해야 할 나라다. 한국이 이런 중국과 등을 돌리고 대중 포위망에 앞장서는 것처럼 비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중 관계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오히려 국익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 구축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 스스로가 정한 원칙과 규범에 따라 사안별로 정밀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도 이를 충분히 설명해 불필요한 적대관계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우리가 정한 원칙에 맞지 않는 미국의 요구에는 당당히 입장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원칙을 지키면서 실리를 챙기는 외교가 한국이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이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윤석열 정부가 현명하고 정교한 전략을 세워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응해 나가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