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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핵 위협 공동대응 분명히 한 한·미·일 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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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미·일 3국 정상이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미·일 3국 정상이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대통령실사진기자단]

나토 정상회의서 한·미·일 의견 모아  

한·일 정상도 관계 개선할 계기 마련

한·미·일 정상이 4년9개월 만에 만났다. 2017년 9월 유엔총회 이후 처음이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3국 정상회담을 하며 북핵 대응 공조체제 강화를 비롯해 동아시아 안보와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불과 25분간의 짧은 회담이었지만 3국 정상이 점점 고도화하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에 다시 머리를 맞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올해 들어서만 18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며 7차 핵실험 준비까지 마친 북한의 도발에 한·미·일 모두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3국 정상의 만남 그 자체가 중요하다.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삼각협력은 우리의 공통목표 달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이 고도화되고 국제정세 불안정이 커진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한·미·일이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없었지만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대면에서 꽉 막힌 한·일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한·일 현안을 풀어가고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날 기시다 총리는 "한·일이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구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고, 일본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영향이긴 하지만 까다로운 비자 발급으로 양국 간 비즈니스에 어려움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양쪽 국민 사이에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쉬운 사안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의미가 있다. 코로나19팬데믹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류와 곡물 등의 국제 공급망 훼손,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제질서 변경 시도 가능성 등은 북핵 위협과 함께 한반도에 불어오는 복합 위기다.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안이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윤 대통령이 어제 나토 정상회의 연설에서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의 연대에 의해서만 보장된다”고 했듯이 그 어느 때보다 국제협력이 요구되는 시기다. 한국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토의 전략적 파트너로 초대된 것만 봐도 그렇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적대시하기보다 상식과 규범에 맞춰 행동하고, 국제적인 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