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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고에…대기업들 하반기 투자 “일단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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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지난 3월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2분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였다. 그러나 지난 29일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비 급등으로 투자 시점 및 규모, 내역 등에 대해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변모씨는 공장 증설을 알아보다 최근 계획을 접었다. 변씨는 “지난해까지 한 10억원 정도로 해결되던 원자재가 최근엔 60억, 70억까지 들더라”며 “공장 증설 비용도 과거보다 너무 늘었는데, 큰 비용을 투자할 여력도 없지만 지금은 투자할 시기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고물가·고환율(원화가치 하락)·고금리 등 이른바 ‘3고’ 현상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국내·외 투자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총 1000조원이 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대기업 전체로 보면 올해 하반기엔 투자 활동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7~14일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100개사 응답)을 조사했더니 올 상반기 대비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답변이 28%였다. 대기업 10곳 중 3곳가량이 투자를 축소할 계획인 셈이다. 확대하겠다는 응답(16%)보다 12%포인트 많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특히 전기·전자, 철강·금속, 석유화학제품 등의 수출 주력 업종에서 투자 감소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전기·전자 업종은 상반기보다 감소(57.1%)할 것이란 전망이 가장 많았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투자 확대 전망이 높은 업종은 반도체가 유일했다.

하반기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경제 불안정(43.3%)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19.0%)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전경련 측은 “일부 대기업은 미래 산업에서 경쟁우위 확보, 새 정부의 민간 활력 제고 기대감 등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대외 환경이 매우 불투명해 대기업 전체로는 투자 축소 전망이 우세했다”고 해석했다.

대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투자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고물가 지속(30.4%) ▶글로벌 통화 긴축 및 이에 따른 경기 위축(22.0%)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훼손 심화(20.3%)를 지목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이 현재 선제적으로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 정부의 법인세제 개선, 규제 혁파, 주요국과의 원자재 수급 협력체계 강화 노력 등이 이어져야 투자 심리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보다 자금력이 빠듯한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추가 투자에 더 보수적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희문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중견기업 현장에서 여실히 확인되는 상황 변화에 대한 우려가 경기 침체와 기업 활력 저하로 현실화하지 않도록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가 줄면 일자리도 위축되고 이후에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세금 부담 완화, 규제 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 정부가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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