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출현” 술렁이는 방송계/10년만에 공ㆍ민영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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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문인력 대이동 불가피/선정ㆍ저질프로 양산경쟁 우려
신설 민영방송 주인이 결정됨으로써 방송계가 10여 년 만에 공ㆍ민영체제로 돌아서게 됐다.
더구나 종합유선방송,직접위성 방송(DBS),고화질(HD) TV 등 뉴미디어의 출현이 눈앞에 있고 지역 민방의 독립,독립프러덕션 활성화 등이 추진되고 있는 마당이어서 한국방송은 가위 「혁명적 시기」를 맞고 있다고 하겠다.
이제 「정부주도의 순수민방 추진」이라는 역설적인 구도의 방송구조개편이 이루어진만큼 지금부터는 방송현업관계자들의 실질적인 구조개편이 방송계의 주요 문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주주 선정 이후 민방의 설립절차는 신설 민방주식회사 발기(11월중)­체신부ㆍ공보처의 가면허 발급(12월초)­설비 및 인력확보(내년중)­시험방송 및 정부의 최종허가(91년12월) 순으로 진행된다.
정부가 민방의 모델로 삼고 있는 일본 후쿠오카의 한 지역 민방과 현 MBC의 현황 등을 참고로 하면 신설 민방은 송출ㆍ기술 1백명,보도 1백50명,제작 및 편성ㆍ운행 2백명,관리 50명 등 최소 5백여 명의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계약직으로 충원될 것으로 보이는 출연자ㆍ구성작가ㆍ제작보조원ㆍ일용잡급직까지 포함하면 신설 민방의 식구는 현 서울MBC 수준인 1천5백여 명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방송인들이 공통으로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런 대규모 인력수급 문제다. 가면허가 난 뒤 신설 민방의 방송경력자 스카우트 열풍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기존 방송계에선 「주주가 누가 되었든 어차피 방송자체를 떠맡는 사람은 방송전문인들」이기 때문에 방송전문인들의 새 민방참여 여부에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신설 민방의 지배주주인 (주)태영의 윤세영 회장이 『방송에 정통한 전문방송인의 지원을 KBSㆍMBC에 공개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해 고위간부들을 포함한 프러듀서ㆍ방송기술요원 상당수의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방의 인원 충원ㆍ편성 전략까지 짜내야 할 민방 최고경영자로는 윤혁기 전 KBS부사장,김도진 방송개발원 본부장,홍두표 담배인삼공사 사장 등이 거명되고 있으며 현 KBSㆍMBC의 임원급 이상인 P씨ㆍK씨 등은 주주선정 이전부터 민방참여의사를 타진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방송국에서 실무 라인에서 벗어나 비교적 한직에 있는 고참간부들의 경우 방송제작 풍토상 팀단위의 이동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의 방송사 인력구조로는 방송경험 5∼15년의 중견급이 크게 모자라며 그 이상의 고참급 방송인들은 웬만큼 여유가 있는 형편이다.
프리랜서나 외부제작팀 동원이 어려운 보도부문의 경우에는 신문사에까지 기자충원의 손길이 뻗쳐올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그러나 신설 민방이 KBS나 MBC의 수준을 따라오려면 적어도 3∼4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 아래 대부분 방송실무자들은 민방참여에 회의적이거나 미온적인 반응이다.
더구나 MBC의 민영화설,지역민방 설립,AFKN채널의 민영화(94년께),뉴미디어 개발 등의 움직임에 따라 중견방송인들의 관망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보도ㆍ편성 등 프로그램 내용에 있어서는 민영방송의 폐단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전파ㆍ광고의 과점상태에서 자유경쟁체제로 방송환경이 바뀌면 선정적ㆍ저질 프로의 경쟁적 양산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방송학자들도 있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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