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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NATO와 손잡은 윤석열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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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일성은 ‘미국이 돌아왔다’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국가들은 ‘소련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종합하면 ‘냉전(Cold War)이 돌아왔다’입니다. 1991년 소련 붕괴로 사라졌던 냉전의 귀환..불과 한 세대만입니다.

2.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9일 열리는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은 ‘신 냉전시대 선언식’ 같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2010년 만들어진 평화시대 선언문인‘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을 12년만에 완전히 뜯어고칩니다. 새로운 냉전에 맞춰 다시 러시아에 대한 무력봉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3. 정상회담은 우선 러시아를 ‘위협(threat)’국가로 규정합니다. 이후 수순은 자연스런 냉전복귀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직접계기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을 본격화할 겁니다. 화력지원만 아니라 정찰드론 등 최신무기까지.

-러시아 인접 동유럽국가, 특히 발트3국(리투아니아ㆍ라트비아ㆍ에스토니아) 지원을 강화합니다. 나토 주둔군을 각국별 현재 1500명에서 3000명 이상으로 늘립니다. 이들은 미군을 희망하지만, 미국은 러시아 접경인 발트3국 대신 독일과 폴란드 지역 주둔을 늘립니다.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국방예산을 늘립니다. 스웨덴과 핀란드 등 중립국들이 나토에 가입하게 됩니다.

스페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시내 한 호텔에서 정상회의 사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페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시내 한 호텔에서 정상회의 사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4. 이 자리에 나토 회원국도 아닌 한국 대통령이 참석했습니다.

한국 외에 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가 나토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사실은 미국의 초대입니다. 미국은 러시아보다 중국의 도전을 여전히 더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이들 4개국은 중국 봉쇄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국가들입니다.

5.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파트너를 초대한 건..나토에서 중국 문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냉전시대 동맹관계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미국 입장에선 러시아 봉쇄를 위한 파트너 나토와 함께 중국 봉쇄를 위한 파트너 4개국이 공동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6. 그런데 중국은 유럽국가들에게 러시아만큼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신중론입니다. 현단계에서 중국마저 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진짜 중국을 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는‘자기충족적 예언 (self-fulfilling prophecy)’이 된다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나토 정상들은 중국을 ‘도전(challenge)’세력으로 규정합니다.

7.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마드리드 참모회의에서 ‘마드리드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글로벌 안보평화구상이 나토의 새 전략개념과 만나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윤석열의 평소 말투와 결이 다릅니다. 외교안보 참모들이 압축표현한 ‘나토 정상회담 참석의 의미’ 같습니다.

8. 이 표현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노선’ 선언으로 주목됩니다.

직설적으로 풀어보자면..한국의 외교안보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다. 따라서 같은 가치를 공유한 미국 유럽과 외교안보전략도 공유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러시아와 중국에 공동대응하는 출발점이 마드리드 정상회담이다. 앞으로 나토와 협력관계를 확대하겠다..는 의미입니다.

9. 당연히 중국은 한국의 나토 정상회담 참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익차원으로 설명했습니다.
‘전쟁을 만들어내고 지지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나토가 경각심을 갖게 된 상황에서, 한국이 정상회의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닥칠 비판과 위협이 훨씬 크다.’

돌아온 냉전시대, 한국은 다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