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경찰 질타…치안감 인사 논란에 “중대한 국기문란”

중앙일보

입력 2022.06.24 00:02

업데이트 2022.06.2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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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경찰 치안감 인사 변경 논란과 관련해 “국기문란” “어이없는 일” 등 표현을 쓰며 경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인사 논란에 대한 행정안전부와 경찰의 책임 공방 속에 윤 대통령이 행안부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경찰 치안감 인사 논란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참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에서 행안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아직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안부에서 검토한 뒤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가 밖으로 유출된 데다 마치 번복된 것처럼 나간 건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이라며 “이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다.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는 행안부에서 나름대로 검토한 대로 재가했다”고 말했다. 전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은 결재를 한 번밖에 하지 않았고, 기안 단계에 있는 것을 경찰청에서 인사 공지한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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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인사안 확인 지시” 경찰 “관행대로 결재 전 발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경찰에 엄중 경고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행안부 경찰국 설치로 경찰 수사의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보다 더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엔 많은 인력의 경찰을 청와대에 들여다 놓고 직접 통제했다”며 “저처럼 그걸 내려놓는다고 하면, 당연히 행안부가 필요한 지휘·통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당 정책의원 총회에서 “경찰청장이 수사권·정보권·인사권을 다 갖게 되면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되는 것”이라며 “모든 권력은 견제를 받아야 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부패하게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란 표현을 쓰며 경찰을 강하게 질책한 만큼 경찰 수뇌부 및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징계가 잇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논란 과정에 대해선 일단 경찰 쪽에서 조사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에서 하고 있는 과정은 아니다”고 했다.

경찰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경찰청 관계자들은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지적한 대통령실 결재 전 인사 발표에 대해선 “그동안의 관행”이라고 했다.

앞서 경찰청에 치안감 인사 예고가 전달된 건 지난 21일 오후 4시쯤이다. 경찰청 인사담당자와 행안부에서 파견 근무하는 치안정책관(경무관)이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오후 6시15분쯤 치안정책관으로부터 인사안이 전달돼 경찰은 오후 7시10분쯤 내부망에 이(초안)를 게재했다. 그러나 오후 8시38분쯤 치안정책관이 유선상으로 수정 요청을 했고 오후 9시34분쯤 7명의 보직이 바뀐 인사(최종안)가 발표됐다.

이날 출근하는 김창룡 경찰청장. [뉴시스]

이날 출근하는 김창룡 경찰청장. [뉴시스]

문제는 경찰청 실무자나 행안부 치안정책관이 초안과 최종안을 혼동한다는 게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통상 (행안부 장관이) 청장한테 먼저 인사안을 올리라고 하고 그 안이 올라오면 행안부가 청와대와 조율해 정리한다”며 “이미 협의가 된 걸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국기문란이란 대통령 언급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초안 발표 당시 인사 명단만 온 게 아니라 ‘즉시 이임 및 다음 날 아침 부임’을 지시하는 행정사항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상민 장관 얘기는 다르다. 이 장관은 “(인사안을 넘겨주며) 확인을 하라고 분명히 했는데 확인을 안 하고 그냥 공지를 해버리니까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대통령실 확인과 결재를 거치지 않은 경찰청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난 김창룡 경찰청장은 “현재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직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경찰청을 찾아 김 청장을 비롯한 지휘부와 면담했다. 면담 전후 취재진과 만난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국기문란 발언을 두고 “정부의 경찰 통제 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 법무장관이 인사 잘했을 것”=이날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직이 두 달째 공백인 상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지휘부 인사를 단행해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선 “저는 검사나 경찰(인사)에 대해 책임 장관으로서 인사 권한을 대폭 부여했기 때문에 아마 우리 법무부 장관이 능력 등을 감안해 잘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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