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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삼각파도에 갇힌 이준석의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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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굳은 표정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에 참석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2022.6.22/뉴스1

굳은 표정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에 참석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2022.6.22/뉴스1

1.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22일 자정이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결론은..이준석 대표를 7월 7일 불러 직접 얘기 들어본 뒤 징계여부를 결정한다..입니다. 이준석의 측근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해서는 ‘징계절차 개시’. 일단 유죄입니다.

2. 사건을 정리해보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결론입니다.

발단은 2013년입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창조경제가 강조되던 시절입니다. 당시 정관계 로비로 사업을 확장하던 ‘아이카이스트(i-KAIST)’김성진 대표가 이준석을 두차례 대전으로 불러 접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고, 아이카이스트는 ‘창조경제1호’로 승승장구합니다.

김성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달을 냈습니다. 2016년 투자자들이 수백억 사기혐의로 김성진을 고소했습니다. 9년형을 받고 수감중입니다.

3. 그런데 갑자기 2021년 12월 27일 이 사건이 정치판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 변호사가 ‘이준석 성접대’의혹을 제기했습니다. 8년전 성상납도 받았다는 겁니다.

강용석은 이준석과 악연이 깊습니다. 극우를 대변해온 강용석은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자 탄핵서명운동을 벌여왔습니다. 이준석은 강용석의 복당을 막아왔습니다.

 사흘뒤(12월30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징계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근거가 약했습니다.

4. 그런데 12월 27일 밤 이준석이 측근 김철근을 장모씨(아이카이스트 접대담당)에게 보낸 것이 사건을 키웁니다.
이준석은 ‘장씨가 연락해왔기에 얘기를 직접 들어보라고 김철근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철근은 장씨와 두번째 만난 2022년 1월 10일 각서를 써줬습니다. 장씨가 소개해준 병원에 ‘2월초순까지 7억원을 투자유치한다’는 내용입니다.

5. 당연히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3월30일 강용석이 다시 등장합니다.

강용석은 ‘김철근이 7억 투자유치 각서 써주고 성접대 증거인멸을 교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준석ㆍ김철근이 장씨와 통화한 녹취파일이 공개됐습니다. 확실한 증거는 없었지만 정황은 그럴듯해졌습니다.
4월 21일 윤리위가 징계절차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성상납이나 증거인멸교사의혹이 아니라, 이런 의혹에 따른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징계합니다.

6. 이준석과 김철근의 주장은 다릅니다.
한마디로 ‘성접대는 없었다. 따라서 증거인멸도 없었다’입니다. 이준석은 김철근을 장씨와 만나게 했지만, 각서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김철근은 ‘장씨가 좋은 투자처라며 월1부 이자를 보장해준다기에, 투자자 모아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썼다’며 증거인멸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김철근은 다른 인터뷰에서 ‘(강용석 주장이) 다른 언론보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위해’즉 ‘장씨 입막음용’으로 각서를 써줬다고 얘기했다.

7. 정황으로 추정하자면 이렇습니다.

아이카이스트 김성진과 장모씨는 8년전 이준석 접대의 댓가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댓가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8년전 사건이 이준석의 정적인 강용석에게 제보됩니다. 강용석은 유튜브 스피커를 높였고, 극우세력들은 열광했습니다. 당내에서 이준석과 대립해온 윤핵관들도 물을 만났습니다.

8. 이준석이 삼각파도를 맞는 모양새입니다.
사기로 끝난 아이카이스트 관련 업자들, 오랜 정적 강용석을 비롯한 극우세력, 그리고 당권경쟁자인 윤핵관까지..사정은 만만찮습니다. 일단 22일 김철근에 대한 유죄는, 이준석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9. 법적으론 별문제가 아닙니다. 유죄입증도 어렵거니와 공소시효(7년)도 지났습니다.

문제는 정치입니다.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징계를 받게되며, 정치인의 생명이 좌우됩니다. 징계를 받을 경우 이준석은 끈질기게 저항할 것이며, 정적들의 공세는 더 옥죄여올 겁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칼럼니스트〉
2022.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