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비대해진 경찰, 거꾸로 가는 개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소진 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2.6.21/뉴스1

이소진 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2.6.21/뉴스1

1. 경찰에 대한 통제권을 행정안전부가 되찾아가게 됐습니다.

행안부가 만든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가 21일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경찰청장과 경찰위원회 등 경찰수뇌부는 물론 일선경찰과 시민단체들까지 반발하고 있습니다. ‘32년전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아간다’는 항변입니다.

2. 자문위 권고안에 따르면 경찰청은 완전히 행안부 통제권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첫째, 행안부에 경찰업무를 전담할 조직(경찰국)을 만듭니다.
둘째, 행안부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는 법적 근거(시행규칙)를 만듭니다.
세째, 장관이 경찰청장등 고위직 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듭니다.
넷째, 장관의 경찰청장 등에 대한 감찰권을 강화합니다.

3. 경찰권력에 대한 통제권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경찰권이 갑자기 지나치게 커졌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이 무리하게 추진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경찰권력에 대한 통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검찰공화국 없애려다 경찰공화국 만든 꼴입니다.

4. 윤석열 정부가 경찰통제방안을 준비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방향성이 과거지향적입니다.

경찰권은 강제력입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맘대로 휘두르는 바람에 정작 국민의 인권이 침해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입니다. 이에 따른 비판여론 덕분에 1991년 경찰은 행정자치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외청으로 독립했습니다.

5. 당시 정부 대신 경찰통제권을 맡은 곳이 경찰위원회입니다.
법적으로 경찰행정 최고 심의의결기관입니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은 경찰위원회를 무시하고 경찰청장을 통해 직접 경찰을 지휘했습니다. 그 바람에 경찰위원회는 32년간 유명무실했습니다.

6. 따라서 경찰통제권과 관련된 정답은 일단 ‘경찰위원회 강화’입니다.
1987년 민주화의 결실인 통제장치를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않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위원회의 실질적 권한보장이 필요합니다. 일단 위원장을 중립적 추천위원회에서 뽑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다음 임기를 확실히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7. 자문위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진 않나 봅니다.

자문위는 이날 발표에서..경찰위원회 제도개선을 포함한 장기과제를 추후 대통령 직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칭)에서 다루라고 권고했습니다. 경찰제도개선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인정한 셈입니다.

8. 자문위가 예시한 장기과제가 방대한데다 모두 오래 묵은 난제들입니다.
경찰제도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왜곡ㆍ방치돼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대통령이 경찰이란 육모방망이를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만들려면 대통령이 마음부터 비워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