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 영상 반전? FC서울팬 母 "뻔뻔한 거짓말…피꺼솟"

중앙일보

입력 2022.06.22 12:18

업데이트 2022.06.22 14:35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밖에서 수원 삼성팬이 FC서울 팬을 들어 바닥에 내리 꽂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밖에서 수원 삼성팬이 FC서울 팬을 들어 바닥에 내리 꽂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수원 삼성 팬에 의해 바닥에 내리꽂힌 FC서울의 중학생 팬. 그의 어머니가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분노했다.

사건은 지난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과 수원 삼성 경기를 앞두고 벌어졌다. 경기장 밖에서 수원 팬 B군(고등학생)이 서울 팬 A군(중학생)을 들어 올린 뒤 뒤 바닥에 내리 꽂았다. A군 주변을 일부 수원 팬들이 둘러싸고 응원가를 부르며 환호했다. 서울 팬 A군이 강제로 유니폼을 벗는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

서울 팬 A군의 아버지는 애초 가해자의 사과 전화를 받고 넘어가려 했지만 20일 해당 영상을 본 뒤 심각함을 인지하고 수원중부경찰서에 신고했다.

FC서울 팬을 폭행한 수원 삼성 팬의 자필 사과문. [사진 트렌테 트리콜로 인스타그램]

FC서울 팬을 폭행한 수원 삼성 팬의 자필 사과문. [사진 트렌테 트리콜로 인스타그램]

수원 삼성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는 21일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올리며 “해당 인원은 반다원 활동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수원 팬 B군과 어머니은 자필 사과문에 “폭행이나 다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경기장 밖에서 응원가를 부르는 와중에 같이 점핑을 하자고 들어 올리다가 그분을 놓쳐 넘어지게 되었다. 바로 그분께 사과드렸고, 당일 피해자분 아버님과 영상 통화로 일이 생기게 된 과정을 말씀드리고 정중하게 사죄 드렸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썼다. 수원 삼성 구단도 사과문을 통해 “구단은 사건 가해자에 대해 향후 2년간 홈경기 출입을 정지 시킬 방침이다. 해당 소모임에 엄중 경고하는 한편, 올 시즌 홈 경기시 단체복 착용 및 배너 설치를 금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원 삼성 팬 B군이 ‘점핑’, ‘들어 올리다가 놓쳤다’는 표현을 써서 ‘반쪽짜리 사과문’ 논란을 일으켰다. 수원 구단의 ‘2년 홈경기 출입 정지’ 징계도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서울 팬 A군의 어머니 C씨가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수원 삼성 팬에게 집단폭행 당한 피해자 엄마입니다’란 글을 올려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FC서울 관계자는 “서울 팬 A군의 부모님은 아이의 2차 피해를 우려해 언론 인터뷰는 거절하셨다. 해당 글은 어머니가 올린 글이 맞다”고 전했다. 해당 글에는 추천이 2200개 이상이 달렸다.

바닥에 내리꽂힌 FC서울 중학생 팬. 그의 어머니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 [사진 보배드림 캡처]

바닥에 내리꽂힌 FC서울 중학생 팬. 그의 어머니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 [사진 보배드림 캡처]

C씨는 “경기 전 오후 5시30분경, 저희 아이는 (수원)월드컵보조경기장 맞은편 매표소 부근에서 먹을거리를 사러 간 친구들과 동생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하며 혼자 서있었다. 그때 갑자기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있던 저희 아이에게 가해자를 포함 5명 정도의 무리가 응원가를 부르며 다가와 억지로 아이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뿌리쳐도 또 다시 어깨동무를 당한 상황에서, 갑자기 가해자가 나타나 저희 아이 뒤에서 허리를 안아 들어 올려 그대로 바닥으로 내리꽂아 버렸다”고 썼다.

이어 C씨는 “(아이는) 보도블럭에 머리부터 떨어졌지만 본능적으로 팔로 딛고 넘어졌다. 가해자는 넘어져 있는 저희 아이를 또다시 때릴 듯 주먹질하며 다가왔지만, 다른 일행이 말려 더 이상의 폭행은 피할 수 있었다. 이후 여러명이 둘러싼 채 저희 아이에게 유니폼을 벗으라고 했다. 겁에 질린 저희 아이는 바로 유니폼을 벗어 손에 들고 그곳을 벗어나려는 찰나, 그걸 본 다른 수원 삼성 팬 무리가 양팔을 벌리고 더 크게 응원가를 부르며 몰려왔고, 저희 아이를 에워싸고 빠져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며 “겁에 질려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한 남자는 끝까지 따라오며 더 크게 응원가를 불렀다. 저희 아이는 ‘그만하시라 하지 말라’ 얘기하니 비아냥 대며 ‘아이고 미안해요’라며 손가락 욕을 날렸다. 그 남자가 경기장 쪽으로 가고 나서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분노했다.

19일 서울과 수원의 수퍼매치날 벌어진 폭행사건.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19일 서울과 수원의 수퍼매치날 벌어진 폭행사건.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C씨는 “이후 (아이가) 아빠에게 전화해 상황을 얘기했고, 가해자를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쫓아가 가해자 얼굴을 사진 찍었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재밌는 듯 비웃고 있는 사진 속 표정에, 부모는 다시 한 번 피가 거꾸로 솟았다. (가해자는) 미안함이 전혀 없었다”며 “쫓아 가며 아빠에게 영상 통화로 전화해 가해자 얼굴을 비춰 보여줬다. 남편이 가해자에게 상황을 물으니 ‘같이 응원하려고 한 건데 실수로 떨어뜨려 넘어졌다’고 뻔뻔스레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C씨는 ‘피꺼솟’,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표현을 쓰며 분노했다.

C씨는 “이 사람들이 사과했다는 부분은 이게 전부다. 남편은 ‘가해자 얼굴도 학생 같았고 어린 서포터즈들끼리 흥분해서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고 사과 받고 끝내게 된다. 저희 아이도 그땐 상황을 크게 만들면 친구들과 축구를 못보게 될 까봐 말도 안되는 사과를 받고도 괜찮다며 아빠를 안심 시켰다”고 전했다.

또 C씨는 “이후 다음날 기사와 영상이 떴고, 가해자 어머니란 분이 사과문을 올렸다. 사건 당일 가해자가 거짓말했던 것과 똑같은 내용으로. FC서울 구단과 수호신(서포터스) 측으로부터 풀버전 영상 원본을 확보했다. ‘짤’ 영상에 비해 상당히 구체적이고 너무 충격적이라 보는 내내 손발이 떨렸다. 조롱하는 어른들 무리에 둘러싸여 안전 요원이 근처에 있는 게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겁먹고 두려움에 떨었을 우리 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만 나온다. 온몸에 멍이든 아이를 보니 참을 수 없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격분했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올린 사과문. [사진 수원 삼성]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올린 사과문. [사진 수원 삼성]

마지막으로 C씨는 “현재 가해자들이 수원 삼성 구단 측으로부터 받은 징계 내용은, 무리 지어 동조했던 가해자들 제외한 폭행 가해자에게만 경기장 2년 출입금지 뿐이다. 사태 파악 못하고 무마 시키려는 수원 구단측, 가해자가 올린 글은 사과문이라 할 수 없다. 사건이 이렇게 무마 되면 또 같은 피해자가 반복해서 생길거라는 생각에 많은 분들이 봐주시라고 여기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상대팀 서포터스를 위협하고 조롱하는 행동은 더 이상 없어지길 바란다. 상대팀 팬들과 충돌 없이 경기장 안에서 자기가 원하는 팀을 위해 열성을 다해 응원 할 수 있는 응원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저희도 사건 처리에 있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피해자 A군의 부모는 경찰에 고소했으며 변호사 선임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격투기를 배웠던 한 축구팬은 “영상을 반복해서 봤다. 가해자가 사과문처럼 같이 점핑하자고 들어 올리다가 놓쳤다면 피해자는 수직으로 안전하게 착지 해야 한다. 하지만 피해자는 수평으로 왼쪽 팔꿈치와 머리부터 떨어졌다. 레슬링의 뒤에서 안아띄우기 기술과 비슷한 동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FC서울 팬을 바닥에 내리꽂은 수원 삼성 팬 B군에게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률사무소 로진 길기범 변호사는 “피해자 어머니의 말대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들었다 내리 꽂는 행위로 피해자의 몸에 멍이 들었다면,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다칠 수도 있다는 상해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상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A군을 둘러싸고 응원가를 부른 다른 수원 팬들의 경우 어떨까. 길기범 변호사는 “여러명이 서울 유니폼을 벗도록 요구해 피해자가 벗었다면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강요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다. 피해자를 둘러싸고 응원가를 부른 사람들도 정신적 방조로 상해죄의 방조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더 나아가 가해자의 행위를 부추긴 사실이 인정된다면 가해자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동상해죄로 가중처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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