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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데까지 간 「미얀마 군정」/오는 12일 대규모시위 배경과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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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정신적 지주인 승려까지 탄압/재야인사ㆍ언론인 등 체포ㆍ구금 잇따라/서방도 외면… 정권이양ㆍ사생결단 기로
군사정권 치하의 미얀마(구 버마)에 강권통치의 회오리바람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반체제그룹이 11월 군사정부 전복을 위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최근 야당인사ㆍ불승ㆍ언론인 등 반정부 세력에 대한 체포ㆍ구금뿐 아니라 미ㆍ영ㆍ서독 등의 서방대사관 구내에까지 군대를 투입해 미얀마인 대사관 직원을 억류하는 등 반대세력의 대대적인 탄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총선에서의 야당압승으로 촉발된 민주화열기가 겉으로는 한풀 꺾인 것 같지만 군부탄압속에 내연하는 미얀마국민들의 잠재적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불교 수도원 급습
미얀마 군사정권이 펴고 있는 강압조치의 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미얀마인들의 존경 대상인 불승들에 대한 탄압이다.
군사당국은 지난 22일 불교활동의 중심지 만달레이시의 1백33개 수도원을 급습,다수의 반정부 승려들을 체포한데 이어 23일에도 30개 수도원을 침입해 5명의 승려들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미얀마의 불승들은 지난 8월 만달레이시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승려ㆍ학생 각 2명씩이 사살된데 항의,군인과 그 가족들의 기부금을 거절하고 장례식과 결혼식 등의 종교행사 집전을 거부해 왔다.
현재 총인구 약 4천1백만명중 85% 가량이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불승들의 이같은 반군적 종교의식 거부는 사실상 군인들에 대한 종교적 파문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이 오히려 강경탄압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얀마 군사정권은 이제 미얀마인의 정신적 지주인 불교세력과의 일전도 불사할 정도로 「갈데까지 간」 것이다.
이곳의 한 외교관은 『이는 군이 실체인정을 완강히 거부한다는 점을 나타내주는 것』이라며 『군은 미얀마인들에게 신성한 모든 것들을 짓밟으려 작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88년 9월 소몽 당시 참모총장겸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한 군의 친위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현집권 군사평의회,즉 국가법질서 회복위(SLORC)는 지난 5월 총선결과 야당인 민주국민연맹(NLD)이 80% 가량을 휩쓰는 압승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이양을 거부한 채 야당세력의 무력화에만 주력해 왔다.
군 당국은 지난 9월 지몽 NLD 임시의장을 국가기밀누설 혐의로 체포한데 이어 지난 23일에도 NLD간부 12명을 불법서적 출판 및 소지혐의 등으로 체포함에 따라 NLD집행위원 16명중 현재는 3명만이 체포를 면하고 있을 정도로 군의 NLD에 대한 탄압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 민주화의 여성지도자 아웅 산 수키 NLD사무총장도 지난해 7월이래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데다 우 틴우 NLD의장 마저 지난해 12월 체포ㆍ구금되어 있어 NLD는 군의 대대적인 탄압공세에 속수무책으로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미얀마 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이미 통치의 정당성을 상실한 군 정권에 극심한 염증을 느끼고 있을 뿐 아니라 밖으로는 EC(유럽공동체) 및 미ㆍ일ㆍ호주ㆍ스웨덴ㆍ뉴질랜드ㆍ캐나다 등 서방 18개국이 지난 9월 『미얀마 군부는 국가를 통치할 권리를 잃었다』는 성명서를 군사정부에 전달하는등 미얀마 군사정권은 사면초가에 처해진 셈이다.
○무차별 진압 우려
이제 미얀마 군당국은 조속히 국회를 소집,야당과 정권이양에 관한 협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낙관적인 관측과 함께 반체제 세력과의 전면전으로 사생결단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비관적 예상이 함께 나오고 있다.
또한 무력 이외에는 기댈 곳이 없게된 군당국이 지난 62년 쿠데타 이래 독점해온 기득권을 유지하려 할 경우 대규모 민중봉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군이 이를 무차별 진압,미얀마의 「천안문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최악의 우려마저 일고 있다. 11월12일로 예정된 반체제 지하조직과 야당의 연합시위 모임으로 전개될지 모를 민중봉기의 귀추가 주목된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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