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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룰을 바꿔라"…대형사 누른 저비용 항공사[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2022.06.14 07:00

작년부터 다들 리오프닝, 리오프닝 했는데 이제 드디어 진짜 리오프닝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인★그램에 동남아 어딘가에서 누워있는 사진이 경쟁적으로 올라오고 있는데요. 오늘 앤츠랩글로벌은 미국 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LUV)을 알아보기로 합니다.

미국 애틀랜타 공항에서 이륙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여객기. 셔터스톡

미국 애틀랜타 공항에서 이륙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여객기. 셔터스톡

사우스웨스트? 노스웨스트 아니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해외 취항보다는 미국 국내선 위주로 운항하다보니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저비용 항공사의 시초격이고, 혁신적인 경영전략으로 지금은 대형 항공사들을 제치고 업계 시가총액 1위 항공사로 등극했습니다.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델타 등 우리가 익숙한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은 다 한번쯤 파산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요. 사우스웨스트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가 없는 반면, 항공권 가격은 싸고, 짐을 두 개까지 무료로 부칠 수 있으며, 당일에도 페널티 없이 예약을 취소할 수 있는 등 고객 편익을 극대화하면서 철저히 수익을 따집니다. 그래서 충성고객도 상당한 편입니다.

인디애나폴리스 공항의 탑승 카운터. 셔터스톡

인디애나폴리스 공항의 탑승 카운터. 셔터스톡

이렇게 써놓으니까 다른 항공사들은 못나 보이는데 그런건 아닙니다. 델타항공은 라운지 개편 등 최근 항공산업의 혁신을 주도해 왔습니다. 2008년에 노스웨스트항공을 인수하며 업계 합종연횡의 불을 당겼고요. 심지어 유가 상승에 대비해 정유시설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유나이티드는 실리콘밸리와 에너지산업 쪽에 넓은 클라이언트 베이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사 중 아시아 노선이 가장 많고요. 2015년 US Airways와 합병한 아메리칸항공도 방대한 해외 노선, 특히 유럽이 강점입니다. 방대한 해외노선 때문에 이 두 항공사는 팬데믹의 악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는데요. 그만큼 리오프닝에 따른 수혜도 크겠죠?

다시 사우스웨스트항공으로 돌아와서… 1분기에 순손실 2억78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 측은 컨퍼런스콜에서 아주 신난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밥 조던 사우스웨스트 CEO는 “1~2월엔 오미크론 때문에 기대만큼 수익이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3월 들어 미국내 여행 수요가 급증했다”며 “유가가 비싸고 기업 수요가 아직 덤덤하지만 올 한해 매출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고향'격인 댈러스 러프필드 공항. 주소의 어브 켈레허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창립자의 이름. 셔터스톡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고향'격인 댈러스 러프필드 공항. 주소의 어브 켈레허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창립자의 이름. 셔터스톡

사우스웨스트 입장에서 당장의 문제는 직원(조종사, 스튜어드, 그라운드 스태프, 정비사 등) 확충 입니다. 코로나로 집에 가거나 이미 다른 직장에 취직한 직원들을 빨리 도로 데려오고 신규 직원도 뽑아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현재 직원의 15%가 작년 가을 이후 입사한 사람들이라 여태 업무를 배우고 있고 완벽하지 않다고 합니다. 올 한해 동안 1만명을 채용하겠다고 하는데 1월엔 8000명 뽑겠다고 했으니까 일손이 정말 달리는 모양입니다.

직원 가운데서도 조종사 확충이 가장 시급한데요. 펜데믹 기간 동안 장기 휴직을 했던 조종사들에 대한 재훈련을 올초에 완료했다고 하고요. 명퇴한 수백명의 조종사 자리도 다시 채워야 합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보잉737에 이코노미클래스. 셔터스톡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보잉737에 이코노미클래스. 셔터스톡

1분기 매출 47억 달러는 팬데믹 전인 2019년 1분기에 비해 9% 적은 수준입니다. 4월 실적발표 때 2분기에 이보다 8~12% 증가할 거라고 발표했었는데 5월말엔 이걸 12~15%로 높였습니다. 정말 자신감이 넘칩니다. 4월 들어선 정말 돈이 되는 기업 상대 매출도 늘었다고 합니다.

요즘 제트유를 포함한 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사우스웨스트는 장기계약을 해놔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다른 항공사들과 달리 2분기에 갤런당 61센트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고, 올 한해 전체로 보면 10억 달러까지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물론 유가가 상상을 초월해 초급등하지 않는다는 전제입니다.

지금 미국도 항공권과 호텔 값이 비싸다고 야단이지만 그렇다고 항공편이나 호텔, 렌터카 예약이 저조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비싸다고 하면서도 다들 놀러가는 겁니다. 여행데이터 서비스 Hopper에 따르면 미국 내 항공권 평균 가격은 394달러로 2019년보다 28% 가량 비싸지만 예약률은 점점 높아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수하물 2개 무료, 당일 '노페널티' 예약취소 가능. 사우스웨스트항공 홈페이지.

수하물 2개 무료, 당일 '노페널티' 예약취소 가능. 사우스웨스트항공 홈페이지.

2분기엔 제트유가 5~11%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사우스웨스트의 경우 매출 상승세가 그걸 커버하고도 남을 거라고 합니다. 2분기는 물론 올 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탄탄할 거라고 호언장담 중인데요. 동종 업계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캇 커비 사장은 “내가 30년 동안 이 업계에 있었는데 이렇게 강한 항공 수요는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사우스웨스트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20억 달러를 투자해 기내 와이파이 속도를 높이고, 머리 위 수납공간을 넓히고, 좌석마다 콘센트를 놓기로 했다는데요. 여행 수요는 이미 급증하고 있고, 그렇다면 기업 고객 유치를 위해 다른 항공사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와이파이 속도나 오버헤드 캐빈이 기업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기내 서비스라고 합니다.

저비용 항공사 프런티어항공. 셔터스톡

저비용 항공사 프런티어항공. 셔터스톡

하여간 사우스웨스트는 미국 항공사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20%대로 가장 높고, 재무상황도 가장 좋습니다. 2019년 2분기에 비해 지금 미국내 항공편이 7% 정도 적은데, 2019년엔 보잉737 맥스 사건(보잉이 새로 내놓은 737맥스 기종이 자꾸 추락해서 운행 중단)이 있어서 항공편이 평상시보다 적었어요. 블룸버그는 이를 근거로 사우스웨스트의 올해 매출이 1.6%만 증가해도 8% 유가 상승을 커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유가 상승에서 자유로운 거의 유일한 항공사입니다.

사우스웨스트는 저비용 항공사인데 대형 항공사보다 탄탄한 명성과 장사 수완을 자랑하죠. 다만 프런티어나 스피릿 같은 급성장 중인 저비용 항공사와 경쟁하려면 코스트를 계속 낮게 갖고 가야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의 현금성 자산이 1분기에 157억 달러(약 20조원)인 점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JP모간은 목표주가 72달러(지금 42달러), 도이치방크는 60달러를 제시했는데요. 그만큼 다들 주가상승에 낙관적입니다. 다만 리스크 요인으로는 ▶코스트 컨트롤이 느슨해지거나 ▶예상치 못했던 강경한 노동문제에 직면(직원을 빨리 늘리다가)하거나 ▶미국 국내선 수요 증가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하거나 ▶유가가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빨리 상승하거나 ▶지금 사우스웨스트가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 고객 유치가 기대보다 못하거나 등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얼마나 빨리 오를 거냐가 관건?

※이 기사는 6월 1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널리 공유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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