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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한다는 尹, 창구는 막았다" 靑청원 종료뒤 시민들 하소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 용산구의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실 남측 구역으로 용산공원 일부가 19일까지 시범개방된다. 연합뉴스

서울시 용산구의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실 남측 구역으로 용산공원 일부가 19일까지 시범개방된다. 연합뉴스

“사활이 걸렸는데 도대체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

지난달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의 고장수 이사장이 회원들에게 들은 얘기라고 한다. 그는 ‘일회용품 보증금제도’ 시행을 앞두고 카페 점주들 사이에선 비상이 걸렸는데, 정작 그들이 목소리를 낼 창구는 마땅치 않아 답답함이 컸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기자회견 등 언론과의 접점을 늘리며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선“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할 곳이 없다”란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은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은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서한 다섯 번 보냈지만, 응답 없어"

코로나백신 부작용 피해자 단체의 김두경 대표는 윤 대통령 당선 후 다섯 차례에 걸쳐 면담과 해결책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형식의 답장도 없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우편과 대면으로 서한을 전달했고, 당선인 시절엔 관계자가 찾아와 추후 대책을 약속했었다”며 “하지만 이후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소통한다고 해놓고, 정작 창구는 전부 막아버렸다”며 “우리 같은 소수의 입장은 공론화가 어렵다. 시민들의 소리가 정부에 직접 전달되는 소통 창구가 있으면 덜 답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출범 한 달째 민원기능 부재… “의지의 문제”

지난달 23일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일어난 비극으로 분향소를 차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측도 소통 창구의 부재를 지적했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사건이 일어나고 직후부터 매일같이 결의대회를 했고, 한 차례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면서 “하지만 어떤 소통도 답변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아직 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물에 민원실도 없고, 그렇다고 팩스나 이메일 등 비대면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도 없는 거로 안다. 별도의 접촉을 못 하고 있다”며 “온라인으로도, 오프라인으로도 이런 공간이 없다는 건 시간이나 시스템이 아닌 의지의 문제라도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용산 집무실을 관할하는 경찰 관계자는 “직접적인 소통 창구가 없다는 지적에 지난달부터 집무실 인근 육군회관 안에 별도의 서한을 넣는 공간을 임시로 마련했다”며 “많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직접 찾아와 서한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접수된 서한은 대통령실에서 직접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부처에 이첩된 후 대응을 하고 있다”며 “민원실이 생길 때까지 이 공간이 일부 기능을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소통창구는 국회의 청원동의뿐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달 종료되면서 현재 온라인에서 정부나 입법기관에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는 2020년 1월 도입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사실상 유일하다. 하지만 홍보가 잘 안 된 탓에 공론화가 어렵고, 청원이 성사된다 해도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달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앞두고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많은 점주가 청원글을 올렸다"며 "하지만 사실상 이전 국민청원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청원글은 2만 명 정도에 그쳤다”고 말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30일 동안 5만명이 넘어야 청원이 성립된다.

청원이 성립돼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실시된 이후 청원 성립조건을 넘은 42건 중 국회에서 처리된 안건은 5건에 그친다. 이 중에서도 법률개정에 반영된 청원은 2건에 불과하다. 청원이 성립되면 소관위원회에 회부 후 심사를 해야 하지만, 심사 기간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기약 없이 계류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청와대 국민청원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홈페이지 캡쳐

지난달 9일 청와대 국민청원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홈페이지 캡쳐

기자들과의 늘어난 문답 “긍정적”

다만 전문가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같은 직접 소통 창구가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 국민청원 같은 창구가 없다고 해서 현 정부가 소통을 못 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오히려 국민청원 게시판은 소수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부작용이 훨씬 컸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언론이 여론을 대의하는 역할을 하는데, 대통령이 기자와의 소통 기회를 늘린 것만으로도 소통은 어느 정도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온라인에서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만들기보다는 각 주무부처의 민원 기능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방안이 더 실효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출근길에 도어스테핑(약식기자회견)을 하는 건 언론 모니터링을 하며 현안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국민은 대통령이 여론과 현안에 관심이 있는지를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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