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 답지 않은 제목이죠? 저 역시 100% 동의하긴 어렵습니다만 영 틀린 말도 아닙니다. 월급쟁이를 기준으로 주식 안 하고 부자 된 사람은 많지만, 주식만으로 부자 된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죠. 주변을 둘러봐도 부동산 투자 없이 자산 증식에 성공한 케이스? 찾기 힘드니까요.
결론은 주식도, 부동산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 지난해 경제 부문 베스트셀러를 꼽아 보면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약 11만부가 팔렸다니 대단하죠. 대기업 임원 출신이긴 하나 경제나 재테크 전문가는 아닌데, 게다가 첫 책! 진짜 아빠가 자녀에게 얘기하는 듯 자연스러운 돈 얘기가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만나보니 어려운 얘길 쉽게 하고, 흑역사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솔직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보통 이런 사람이 글도 잘 쓰죠. 2500만원짜리 반지하 전셋집에서 25년 만에 50억원 자산을 일군 과정 등 스토리까지 풍부하니 책이 잘 될 수밖에요. 정선용 작가입니다.
- 식품업계에서 오래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 대학 때 전공이 식품공학이라 자연스러웠죠. L마트에서 오래 일했어요. 마지막엔 가정간편식(HMR) 부문장(상무)이었습니다. HMR 시장이 ‘핫’하긴 한데, 폐기량이 많아서 수익을 내긴 정말 어려워요. 한다고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임원을) 조금은 더 할 줄 알았는데 그만두라고 하더라고요. 2020년 추석 하루 전날 회사를 떠났으니까 대략 2년을 채워가네요.
- 임원은 퇴직 시점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어서 “정말 날벼락 같다”는 분이 많더라고요.
- 마음의 준비는 하는데, 다들 생각은 똑같을 거예요. ‘이번은 아니겠지’ 그러니 막상 통보를 받으면 내상이 크죠.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죽음이라고도 표현하거든요. 일단 월급이 확 줄어들다 끊기죠. 명함은 없죠, 갈 곳도 없어요. 전화기는 조용하죠. 우울한 생각이 들 수밖에요. 다행히 좋은 분들 덕에 새로운 일, 새로운 인맥이 생겼으니 잘 됐죠.
- 은퇴 후 계획에 책 쓰기가 있었나요?
- 은퇴도 예상 못 했는데 당연히 없었죠. 원래 글 쓰는 건 좋아했어요. 블로그도 10년 정도 했으니까요.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같은 걸 글로 정리해서 한 카페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은 거예요. 원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려고 준비했는데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발목 잡힌 거 글이나 쓰자 싶었죠. 그래서 순례하듯 매일 썼어요. 많은 관심을 받았고, 결국 책도 내게 된 거죠.
- 카페에 글을 연재할 당시, 나훈아를 자본 소득, 남진을 근로 소득에 비유해 설명한 게 화제였어요.
- 두 분 모두 1970년대를 풍미한 스타였지만 나훈아는 싱어송라이터, 남진은 싱어라는 차이점이 있는데요. 끊임없이 저작권료가 들어오는 나훈아는 지금도 방송이나 무대 활동을 해야 하는 남진보다 경제적으로 자유롭죠. 근로 소득이 덜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부자가 되려면 돈이 돈을 버는 자본 소득을 확보하는 게 꼭 필요하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 종잣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겠군요.
- 그렇죠. 청년에게 가난은 약간의 고난이지만 노인에게는 재난입니다. 지금 놀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조금만 참으면 빨리 종잣돈을 모을 수 있어요. 그럼 노년의 풍요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는 한 거죠. 그런데 그 준비를 안 한다? 나중엔 지옥인 거에요. 게다가 급격한 고령화가 신호를 보내잖아요. 자신을 책임져야 할 기간이 더욱 길어진다고.
- 절약은 필요합니다만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는 게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이기도 한데요.
- 돈이 있다는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예요. 저는 그 선택에 따라 17년 된 스포티지를 지금도 타고 다녀요. 돈이 없으면 어떨까요?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타겠죠. 아끼라고 하면 잔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꼭 필요한 소비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욕망 지출은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잖아요. 남한테 잘 보이려고 비싼 차를 산다든지, 누가 가졌으니까 나도 가져야 하는 것들이죠.
- 최근 2탄 격인 『아들아, 부동산 공부해야 한다』를 펴냈어요. 왜 부동산인가요?
- 인공위성을 쏘면 어느 정도 고도에 이를 때까지 에너지원을 다 써요. 그 이후론 자연스럽게 유영하죠. 거기까지 도착만 하면 이후로는 편한 거죠. 자산으로 환산하면 요즘 기준으로 50억원 정도인 거 같아요. 여기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자산 증식 수단이 현실적으로 부동산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주거 비용을 줄이고, 그 비용을 또 다른 자산으로 불려가려면 최대한 빨리 내 집을 갖는 게 중요하죠.
- 책을 보면 작가님의 자산 증식 과정도 대부분 부동산이네요.
- 전부죠. 1997년 중반 보증금 2500만원짜리 다가구 반지하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어요. 결혼하자마자 외환위기로 회사가 없어졌죠. 첫 집을 갖게 된 2004년까진 정말 악착같이 살았어요. 이후론 아내의 투자 감각에 전적으로 의존했죠. 자가와 전세를 수시로 오갔고, 갭투자나 몸테크 등 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했어요. 확실히 점프한 계기는 2017년 재건축 아파트 투자였죠. 25년 동안 이사만 13번 했으니 정말 힘들었는데요. 열매는 달콤하니까요.
- 지금 젊은 세대가 처한 상황이 좀 다른 측면도 있는데요. 집값 자체가 너무 비싼 측면도 있고요.
- 어디를 주목해라, 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한다 이런 얘길 하려는 게 아니에요. 관심을 가지라는 거죠. 모르면 아예 시작도 못 하잖아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20~30대 주식 투자자가 많이 늘었는데 진짜 중요한 부동산 공부는 미뤄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집값이 비싸다고요? 그럼 더욱 일찍부터 준비해야죠.
- 금리 상승 구간이라 집을 사기 쉽지 않은데요.
- 그런 분들께 되묻고 싶어요. 그럼 ‘금리가 이렇게 오르는데 앞으로도 계속 전세, 월세 사실 건가요?’ 특히 월세는 금방 녹아버리는 싸락눈 같은 거예요. 최소 전세로 살아야 돈이 쌓여요. 전세도 돈이 그대로 있는 게 아니에요. 금리가 높은데 보증금은 집주인이 가지고 있어요. 내게 올 돈, 집주인에게 가고 있는 거죠. 돈이 새어나가는 기간을 짧게 만들어야 한다, 즉 최대한 빨리 내 집을 사야 한다는 게 결론이죠.
-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 거란 전제가 깔렸군요.
- 지역별로 다르겠죠.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은 이미 막을 수 없어요. 일부를 제외하면 지방 집값은 더욱 하락할 겁니다. ‘난 부동산 투자에 관심 없고, 노년엔 지방에서 가서 살 거야’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하셔도 돼요. 하지만 그 경우라도 서울에 있는 집을 팔아서 지방에 내려가면 훨씬 윤택한 노후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젊어서는 불려야죠.
- 서울 집값은 앞으로도 불패다?
-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당신이 집을 살 수 있는 최저 가격이 오늘’이라고 말해요. 일시적으로 1억~2억원 오락가락할 수는 있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은 내려가는 게 기적 같은 거예요. 서울에 입성하려는 수도권의 강력한 잠재 수요, 서울에 살겠다는 젊은 층의 의지가 유지되는 한 가격은 오를 겁니다.
- 그럼 첫 집 장만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 결혼한 맞벌이를 가정하죠. 일정 기간 한 사람 월급으로 생활하고, 한 사람 월급은 무조건 저축하는 겁니다. 2억이든 3억이든 종잣돈이 만들어지면 수도권 외곽부터 시작해서 집을 사고, 한 단계씩 점프하는 겁니다. 대출받고, 사고팔고 그게 다 경험이에요. 그렇게 해야 다음 스텝이 보이거든요. 신혼부부가 이런 과정을 감내하고, 해내겠다고 결심했다면 절반은 성공한 거죠.
- 대략적인 자산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부동산 이외의 자산은 어떻게 굴리는지도 궁금합니다.
- 자산 가치는 대략 55억원 정도고, 90%는 부동산, 10%는 금융자산이에요. 주식은 거의 안 하고, 대부분 예·적금입니다. 저희 부부는 다음 스텝도 확실히 부동산이에요. 투자한 재건축 아파트가 완공되면 적절한 시기에 매각할 거고요. 최종 목표는 강남의 꼬마빌딩 하나 갖는 건데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야죠.
이 기사는 6월 10일 발행한 앤츠랩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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