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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와 감자란? 주가엔 호재일까 악재일까?[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2022.06.10 07:00

구독자님이 앤츠랩에 내주신 숙제를 부지런히 할까 합니다. 이번엔 cry****@naver.com님께서 게시판에 제안해주신 건데요. '증자와 감자, 주식의 권리들에 관해 설명해 달라'는 겁니다. 내용이 길어질 수 있으니 긴말 필요 없이 바로 들어갈게요.

증자(增資)란 말 그대로 자본금이 증가한다는 의미죠.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쉽게 이해하면 됩니다. 주주 입장에서 유상은 돈이 들고, 무상은 공짜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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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유상증자

회사가 사업을 하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합니다.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려면 설비 투자도 해야 하고 사람도 뽑아야죠.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도 그렇고요. 원재료도 사고 대출도 갚고 회사가 계속 굴러가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계속 적자가 나서 사업 자금이 바닥나 재무 구조가 나빠졌을 때도 돈 가뭄을 해결해야 하죠.

기업은 가치를 만들려면 돈이 필요해. 셔터스톡

기업은 가치를 만들려면 돈이 필요해. 셔터스톡

돈은 은행을 통하거나 회사채를 찍어 직접 빌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조달한 돈은 언젠가 갚아야 할 부채죠. 체지방이 늘듯 부채비율이 늡니다. 하지만 유상증자는 주주에게서 돈을 걷어 회사 자본금이란 곳간에 돈을 빵빵하게 쟁여놓는 것이니까 근육량이 늘듯 재무 구조가 좋아집니다.

그럼 어떤 주주들한테 돈을 걷을까. 먼저 기존 주주에게서 걷는 방법(주주 배정)이 있고, 소수 특정한 곳을 주주로 모셔오는 방법(제3자 배정)도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 누구나 주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일반 공모)도 있죠.

어! 난 저 회사 주주지만, 주주 배정 증자에 내 돈 더 쓰긴 싫은데? 그런 분들은 배정받은 주식을 포기해도 됩니다. 이걸 '실권(失權)'이라고 하죠. 회사는 실권주가 생기면 이를 모아 제3의 특정인이나 일반 주주에게 팔아도 됩니다. 특히 제3자 배정 방식은 새롭게 모셔오는 특정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제3자 배정 유상장자는 특정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셔터스톡

제3자 배정 유상장자는 특정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셔터스톡

보통 유상증자할 때 새롭게 발행하는 주식 가격은 시세보다 싸게 내놓습니다. 시세와 같으면 주식시장에서 그냥 사지 뭐하러 투자에 참여하겠어요? 보통 기업은 신주를 30% 정도 싸게 내놓는데, 제3자 배정일 때는 10% 이내에서 할인된 가격에 내놓습니다. 경영진이 친인척 등을 제3자로 지정해 지나친 특혜를 주면 안 되니까요.

엇! 기존 주주에게만 파는 주주 배정 증자를 한다는데, 시세보다 저렴해. 그런데 나는 증자에 참여할 돈은 없어. 그렇게 그냥 실권하면 좀 억울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기업 중에선 증자하면서 이런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증서'를 주기도 합니다.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만 떼어 장내·외에서 사고파는 거죠. 소액주주 보호 장치인 만큼 개미들은 꼭 알아둘 일!

유상증자는 회사 밖에서 돈을 끌어와 자본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니 회사 재무구조엔 분명히 좋은 일이죠. 하지만 이런 이벤트 이후엔 주가가 하락하기도 합니다. 제3자나 일반 투자자들이 갑자기 들어와 회사에 꽂는 빨대가 늘어나니까 기존 주주로선 달갑진 않죠.(지분 가치 희석) 그래도 늘어난 자본으로 좋은 곳에 투자해 사업이 번창하면 주가가 재도약할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이익 성장은 그대로인데 빨대만 늘면 기존 주주 몫은 적어질 수밖에. 셔터스톡

이익 성장은 그대로인데 빨대만 늘면 기존 주주 몫은 적어질 수밖에. 셔터스톡

② 무상증자

무상증자는 무상으로, 즉 공짜로 자본금을 증가시킨다는 의미. 주주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주는 겁니다. 아니 왜? 뭔가 곳간에 쌓인 이익(현금이 아니라 회계상 잉여금)이 많으니 이걸로 주주들만의 잔치라도 하자는 거죠.

비현실적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이렇게 단순화해 봅시다. 안동제리 대주주에게 1만원짜리 주식 1개를 발행한 회사가 1대1 무상증자(기존 주식 1개당 1개 신주 배정)로 주식 하나를 공짜로 더 줬다고 쳐요. 기업 가치는 그대로인데 주식 수는 1개에서 2개로 늘었으니, 기준주가도 1만원에서 5000원으로 떨어지죠.

안동제리 대주주가 가진 1만원짜리 주식 1개가 무상증자 이후 5000원짜리 주식 2개로 바뀌죠. 가치는 이전과 달라진 건 없어요. 하지만 이렇게 유통 주식 수가 늘고 마치 기업가치보다 싸 보이게 주가가 일시적으로 내린 것처럼 보이니까 투자 매력이 증가하죠. 5000원짜리가 6000원으로만 올라도 주주 입장에선 웃게 되는 겁니다.

무상증자는 주주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주는 것. 셔터스톡

무상증자는 주주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주는 것. 셔터스톡

무상증자는 기업의 '자본총계' 안에 있는 계정 중 하나인 잉여금에서 돈을 빼 와서 자본금 계정으로 옮기는 겁니다. 주식 발행 과정에서 쌓인 돈(자본잉여금), 당기순이익을 잘 내서 쌓인 돈(이익잉여금)이 잉여금인데, 이게 많으면 주주들이 납입한 돈인 자본금 계정으로 옮겨서 무상증자하는 거죠.

어차피 회사 안에 있는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자금을 옮기는 일일 뿐이니까 유상증자할 때처럼 회사 안으로 새롭게 들어온 돈은 없어요. 그래도 이것도 좀 잉여금 여유가 있는 애들이 하는 일이니 무상증자하는 기업엔 시장의 눈길이 가게 마련.

③ 유상감자

감자(減資)는 증자의 반대말이니 자본을 줄이는 거겠죠. 그런데 유상이야. 주주 입장에선 공짜로 자본을 줄이는 게 아니라 회사가 주주에게 돈을 준다는 겁니다. 이건 과하게 많은 자본금을 줄이거나, 배당 비슷하게 주주에게 돈을 나눠주기 위한 목적으로 합니다.

자본금이 많으면 무조건 좋은 것 아닌가? 왜 굳이 이걸 줄이지? 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죠. 하지만 회사는 수익성 지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라는 지표도 쓰는데요. 투자한 자본은 많은데 이익은 형편 없으면 이 지표가 나빠져서 마치 '종잣돈은 빵빵한 데 돈도 못 버는 회사'처럼 보일 수 있죠. 그래서 이런 자본 효율성 지표를 높이려고 유상감자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기업의 수익성을 살펴보는 척도 중 하나. 셔터스톡

자기자본이익률은 기업의 수익성을 살펴보는 척도 중 하나. 셔터스톡

그런데 유상감자를 하는 기업은 좀 조심할 필요도 있습니다. 자본금을 주주들에게 돈으로 나눠주는 것이니까 대주주가 회삿돈을 빼내려는 목적으로도 하니까요. 혹시 대주주가 세금 때문에 골치 아파 하거나 평판이 나쁜 곳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④ 무상감자

주주 입장에서 가장 슬픈 게 바로 이 무상감자죠. 자본을 줄이는데 아무런 보상도 없다는 거니까요. 2대 1 무상감자를 한다고 하면 기존 주식 2개를 1개로 줄인다는 거죠. 아무런 대가도 없이.

기업은 주주들이 질색하는 이런 짓을 왜 하는 걸까. 회사 적자가 너무 심한 나머지 이익을 쌓아두는 곳간(이익잉여금)이 바닥이 나고 땅굴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마이너스가 나게 되면 망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결손금이 누적돼 경영난에 처한 회사가 그래도 살아보려고 발버둥 칠 때 하는 게 무상감자입니다.

무상감자 하는 날엔 감자탕에 소주나 마시고 좀 울어도 돼. 셔터스톡

무상감자 하는 날엔 감자탕에 소주나 마시고 좀 울어도 돼. 셔터스톡

자본금 계정에 있는 돈을 빼서 마이너스가 난 잉여금을 채워 넣는 거죠. 그래야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상장폐지는 면할 수 있으니까요. 주주 입장에서도 기업이 상장폐지 돼서 주식이 휴짓조각이 되는 것보다는 그래도 저렇게 해서라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기를 바라니까 주주들이 울면서도 동의해 주는 겁니다. by.앤츠랩

이 기사는 6월 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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