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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연준이 또 무슨 짓 할지 몰라!" 물가가 큰일인 이유

중앙일보

입력

미국도 한국도, 중앙은행도 기획재정부도, 지금 경제계 최대 화두는 이것입니다. 물가. 소비자물가가 치솟아 5월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한 요즘. 도대체 물가가 오르면 우리 경제와 증시는 어찌 되는 걸까요. 잘 얘기해주실 만한 분을 긴급히 만났습니다. 거시경제 전망이 궁금할 때 기자들이 SOS 치는 전문가이시죠.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20년 넘게 국내외 거시경제를 분석해왔다. 김현동 기자.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20년 넘게 국내외 거시경제를 분석해왔다. 김현동 기자.

한은도, 정부도 요즘 물가 얘기만 하는데요.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대가 될 거라니까 진짜 인플레이션이 확 실감이 나더라고요. 이런 인플레이션을 예상하셨을까요?
“사실 연초부터 이미 물가에 대한 경고를 계속 해왔습니다. 물가 상승 원인이 조금씩 달라져 왔을 뿐이지 사실 지난해부터 물가가 높아질 요인은 계속 쌓여왔거든요.”
지난해엔 코로나가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봤는데요.
“작년엔 코로나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있었죠. ①미국이 가계에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자 저축이 쌓여서 재화소비가 늘었고요. ②오미크론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게 되는 공급요인이 있었고요. 이와 함께 ③미국이 생산망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면서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고요. ④또 다른 구조적 요인은 탈탄소이죠. 생산비용을 높이니까요.” 
네 가지 중 코로나 관련은 올해는 좀 사그라 들었죠.
“올해는 요인들이 좀 바뀌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도 국제 곡물·광물시장은 인플레 압력이 높아졌죠. 코로나로 곡물생산국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광물 채굴도 줄었으니까요. 또 지난해는 가계가 초과저축을 주로 냉장고·세탁기·자동차 같은 내구재 소비에 썼는데요. 이제 그게 서비스로 옮겨오고 있어요. 그런데 서비스는 내구재와 가격 조정의 주기가 다르거든요. 내구재는 가격이 급격히 높아졌다가 떨어질 때는 또 확 떨어지는데, 서비스는 그렇지 않아요.” 
무섭게 오른다, 인플레이션. 셔터스톡

무섭게 오른다, 인플레이션. 셔터스톡

내구재는 주기가 짧고 서비스는 주기가 길군요.
“냉장고·세탁기는 안 팔리면 가격을 낮추기도 하지만, 음식료업이나 숙박업에서 일하는 분들 임금은 1년에 한번 조정하고, 또 일단 한번 올리면 내리기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식당 음식값 역시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질 않죠. 이렇게 서비스는 가격조정 주기가 긴데, 이게 쭉 올라가고 있는 거죠. 그래서 물가상승률이 빨리 떨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농산물도 마찬가지죠. 석유만 해도 좀 열심히 채굴하면 더 나올 수 있는데, 농산물은 지난해 안 심었으면 지금 안 나오죠. 올해 우크라이나가 (밀 등을) 못 심었으니까 내년엔 더 심할 가능성이 있고요. 그래서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인플레는 아직 정점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미국에선 요즘 인플레 피크아웃 기대감이 솔솔 나오던데요.
“미국은 전 세계에서 물가상승률이 가장 먼저 빠르게 올랐어요. 가계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대규모로 빨리 했기 때문이죠. 다른 나라들은 국제 에너지·곡물·광물 가격 영향을 이제야 뒤늦게 받고 있고요. 그래서 미국은 코어CPI(식품·에너지가격을 뺀 소비자물가지수)가 좀 떨어질 수 있지만, 아직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확인했다고 하기 어렵고요. 우리나라도 그렇죠.”
조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이 금방 끝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김현동 기자

조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이 금방 끝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김현동 기자

한국은 이제야 인플레이션이 시작됐고 피크아웃까진 더 남은 거군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금방 안 끝날 거예요. 우크라이나 의회가 최근에 3개월 계엄령을 연장했는데, 그럼 8월 말까지는 싸우겠다는 의미이거든요. 대신 중국 코로나 확산은 그보다는 빨리 끝날 수 있을 겁니다. 상당히 길게 갈만한 요인은 자원수출국의 수출 규제 움직임이죠. 당장 자국 국민이 쓸 연료와 식량이 없으니까 수출을 규제해버리고 ‘이제 원료를 빼가지 말고 가공해서 수출해라’라고 하는데요. 이런 자원수출국 움직임은 앞으로 몇년 더 이어질 수 있어요.” 
물가 얘기를 듣다보니, 인플레 피크아웃이 아직 더 남았다면 금리로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 되네요. 한국은행 기준금리 전망도 바뀌셨나요?
“네. 금리 인상의 상단을 높이는 중이죠. 지금 특히 중요한 건 미 연준이 좀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에요. 미 연준이 분기마다 이사들을 대상으로 서베이 조사를 해서 정책금리 수준이 얼마가 되는 게 적절한지 ‘점도표’를 발표하는데요. 지난해 6월만 해도 점도표에선 ‘2022년 말까지 금리를 안 올린다’고 했어요.” 
1년 전만 해도 그랬군요.
“미 연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죠. 지금 금융시장이 왜 이렇게 불안정하냐. 저는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것 자체 때문에 불안해한다고 보지 않아요. 불안한 진짜 이유는 앞으로 얼마나 더 올릴지가 불확실한 거죠.
 당황한 연준, 불안한 시장. EPA=연합뉴스

당황한 연준, 불안한 시장. EPA=연합뉴스

‘이렇게 연준 스탠스가 계속 바뀌는 걸 보니 앞으로도 그렇겠구나’라는 의심과 불안이군요.
“만약 미국이 정책금리를 3% 또는 3.5%까지 올린다는 기대가 확실해지면 금융시장은 당장 주가에 그걸 반영해서 주가가 빠지고 그 다음부터는 새로운 재료들을 보겠죠. 그런데 왜 계속 미 연준이 이슈이냐면, 연준이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는 거죠.”
‘지금은 3%까지 올릴 것 같은데, 몇달 있다가 또 바뀔지 모른다’고 보나봐요.
“기대가 고착화되지가 않아요. 그래서 인플레 지표에 관심이 모아지죠. 인플레가 좀 진정이 되는 듯해야 미 연준에 대한 불안도 진정될 테니까요. 반면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올렸는데요. 그 이유는 (미국과는) 좀 달랐다고 봐요. 지난해엔 그렇게까지 인플레가 이슈는 아니었죠.” 
부동산 때문이었을까요?
“맞습니다. ‘금융불균형 누증’이라는 표현 아래 있던 가계부채와 자산가격이 더 큰 요인이었다고 봐요. 그런데 금리 인상의 주된 요인이 이제 바뀌었고, 그런 면에서 한은은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릴 거예요. 하지만 금리 올리는 속도는 미국을 따라갈 수 없죠. 왜냐면 경기회복 속도나 강도가 미국만 못하기 때문이에요.”
조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독일, 일본, 한국 같은 수출국가의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동 기자

조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독일, 일본, 한국 같은 수출국가의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동 기자

미국처럼 경기가 활황이라는 신호는 솔직히 한국엔 없었죠. 
“시간 문제지 결국은 한국과 미국의 정책 금리는 역전이 될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금리 역전뿐만 아니라 환율 움직임이 매우 중요해요. 우려스러운 건 예전에도 한미 정책금리 역전을 경험한 적 있는데, 그때는 초기에 원화가 이렇게까지 약세가 아니었거든요. 지금은 금리가 실제로 역전되지 않았음에도, 원화가 약세인 것이 외국인 자금 이동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어요.”
한은이 물가를 우선으로 하겠다고 하지만 경기도 챙겨야 할 텐데요.
“원래 챙겨야 할 게 많은데 조정할 변수는 하나밖에 없잖아요. 금리. 이미 방향은 물가를 잡는 쪽으로 정해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직면한 인플레가 통상적인 인플레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죠. 경기가 좋아지면서 인플레가 생기는 게 정상인데, 지금은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안 좋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 방향이잖아요. 금리를 올리면 언젠가 물가는 피크를 찍고 진정이 되겠지만 경기는 굉장히 부진해져 있는 상황이 되겠죠.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게 뭐냐. 저는 재정정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엔 결국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기업 실적과 고용상황이 악화돼서 디플레이션(저물가+저성장)으로 빠질 거라는 비관론도 나오던데요. 그럼 너무 우울한데... 박사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올해보다는 내년 하반기가 걱정됩니다. 미 연준이 금리를 급하게 높이고 있는데, 이게 언제쯤 경제에 부담을 줄지 시기를 보면 내년 하반기~내후년 상반기일 가능성이 있어요. 어쩌면 그때쯤 되면 ‘이젠 경기가 너무 안 좋아’라며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스태그플레이션이냐’라고 물어보시면 1970년대 오일쇼크 수준의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닐 것 같아요. 하지만 고물가, 저성장, 일시적인 경기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맞고요. 그 정도로 보고 있어서, 질문 주신 것처럼 디플레이션까지 갈 거라 보진 않아요. 당장 내년 하반기면 경기 둔화 때문에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죠.” 
LG경영연구원의 2020년과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실제와 잘 들어맞았다. 올해 전망치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김현동 기자

LG경영연구원의 2020년과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실제와 잘 들어맞았다. 올해 전망치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김현동 기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사이클이 예전보다 엄청 짧아지고 있네요.
“예측과 전망이 어려운 시기인 것 같아요. 그만큼 상황이 빠르게 변한 것도 있지만 다른 표현으로 하면 중앙은행, 특히 미 연준 통화정책의 시계가 짧아진 거죠. 미국의 1년 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굉장히 빠르게 높아졌는데, 이상하게도 5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또 동시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다가 5월 초 이후엔 떨어지고 있거든요. 왜 그럴까요. 1년을 놓고 보면 물가 상승률도 막 오르고 금리도 막 올라갈 수 있겠지만 그 뒤의 경기 상황은 되게 어려워져서 통화긴축 정책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어요. 내년 하반기쯤 미국의 통화정책 흐름이 바뀌게 된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어쩌면 다행일 텐데요. 중앙은행이 '금리 올려도 경기가 괜찮을 것'이라고 잘못된 낙관을 가지는 게 (경제와 금융시장엔) 가장 좋지 않기 때문이죠.”

by.앤츠랩

“이런 때일수록 희망이 아닌 전망을 얘기해야 한다. 정말 솔직해져야 할 때.” 

-조영무 연구위원, 경제전망이 객관적 수치가 아닌 너무 낙관적인 전제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고 꼬집으며

※이 기사는 6월 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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