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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거품이 꺼지는데 연착륙? 그런 법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투자자든 분석가든 주식시장 참여자에겐 낙관이 기본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되죠. 돈 벌고 싶어 시작한 일이니까요.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이는 인기가 없습니다. “왜 찬물을 끼얹느냐”며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죠. 그런데도 꾸준히 위험 신호를 알려주는 이가 있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인데요.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던 그는 2001년 미국 증시 폭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가깝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의 하락장을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자연히 한국의 ‘닥터 둠(Doom)’이란 별명이 따라붙었죠. “회사원일 땐 전망이 나빠도 투자자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자유롭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 전민규 기자

김영익 서강대 교수. 전민규 기자

사실 ‘둠’ 이미지가 더 부각됐을 뿐 김 교수는 ‘지금은 살 때’란 얘기도 자주 합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을 언급할 뿐, 나는 낙관론자도 비관론자도 아니다.” 이런 그가 최근 ‘피할 수 없는 경기 침체’를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당분간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겨울이 오기 전에 주식 팔라는 지적인데요. 고개를 끄덕일 만한 포인트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주가 하락 위험을 경고하셨는데요. 특히 주목했던 포인트는 뭐였을까요?
일평균 수출액과 코스피는 상관계수가 0.8(1에 가까울수록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의미)로 매우 높아요. 그런데 지난해 4월 코스피가 수출액을 40%나 앞서갔어요. 수출이 늘긴 하겠지만, 거리가 좁혀지려면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본 거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장단기 금리차, 재고순환지표, 구인·구직 비율 등으로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 역시 코스피와 상관관계가 큰데 지난해 7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거든요. 이 와중에 물가는 오르니 주가 상승은 어렵다고 본 거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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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 진단 좀 부탁드릴게요. 지금 증시 왜 이런가요?
미국이 제일 문제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그랬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도 정말 빨리 복구했죠. 천문학적인 돈을 푼 덕분인데 역사적으로 모든 나라의 모든 부채가 이렇게 한꺼번에 증가한 경우는 처음이에요. 불가피하게 거품이 발생했는데 채권 시장은 어느 정도 해소됐고 지금은 주식 시장의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이죠.
금리 인상 충격은 어느 정도 흡수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국채수익률(10년물)이 최근 3.1%까지 올랐었는데 저는 그게 정점이라고 봐요. 하반기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질 겁니다.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신호죠. 인플레이션이 대두하니까 금리를 올리고,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넘어가는 단계인데요.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 위축에다 주택시장의 거품까지 빠지면 결국 디플레이션으로 가는 거죠.
주택 시장도 위험한 상황인가요?
2006년 미국의 집값이 고점을 찍었는데, 지금 집값이 그때보다 훨씬 더 고점입니다. 2006년엔 그 거품이 빠지면서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산했는데요. 지금은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 거품이 동시에 빠질 위기인 거죠. 게다가 지금은 미국 기업 부채가 매우 많아요. GDP 대비 50% 수준인데 장기 평균이 39% 정도입니다. 50%에 접근하면 여지없이 침체가 찾아왔죠.

자산 가격 하락이 걱정스러운 건 맞지만, 기업 실적이나 소비 등은 아직 괜찮아 보이는데요.
미국 GDP의 70%가 소비입니다. 가계 자산 중 주식 비중이 54%고요. 역사상 최고치죠.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쓸 돈이 없어지는 겁니다. 가계저축률도 장기 평균보다 낮아진 상태고요. 실제로 소비자태도지수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는데 자연히 소비가 줄 거고, 기업 실적도 안 좋을 수밖에요. 미국 사람들 요즘 일을 안 한다고 하잖아요? 돈이 없으면 일자리를 찾을 겁니다. 그런데 정작 그 무렵에는 기업도 일자리 만들 여력이 없죠. 지금은 잠시 버티는 중, 내년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할 거란 점은 확실합니다.
경착륙을 피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사실상 제로죠. 1~3월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전년보다 42%나 늘었어요. 3월엔 한 달 동안 1000억 달러를 넘어섰죠. 그래도 미국이 버티는 건 주식시장, 채권시장으로 계속 돈이 들어오기 때문인데 거품이 빠지면 이 돈이 안 들어가죠. 이렇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지금은 재정이나 통화 정책도 한계가 분명하잖아요.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거품이 꺼질 때 연착륙이란 건 없어요. 금융시장부터 실물 경제까지 크게 흔들려서 바닥을 찍어야 반등이란 게 있죠.
좋지 않은 지표가 계속 나오면 금리 인상을 미룬다든지 더 심한 경우 다시 돈을 푼다든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모든 경제 변수의 뒤에는 추세란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정부에서 20번 넘게 부동산 정책을 냈는데 집값은 계속 올랐잖아요. 추세는 정책으로 막을 수 없어요. 방향을 약간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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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회복이 가능할 거로 예상하시나요?
2000년대 초 IT 거품이 꺼지고 미국 증시가 그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10년이 걸렸죠. 이번에도 최소한 3년은 걸릴 거예요.
적어도 2025년까진 미국 투자를 자제하라?
우리나라 연기금 해외 주식 비중이 20%가 넘고 그중 대부분은 미국이거든요. 지난해부터 연기금 관계자를 만나면 미국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얘기했죠. 숫자만 봐도 대충 알 수 있잖아요. 전쟁을 하는 러시아 증시(정부가 통제하니까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가 올해 22% 빠졌는데 나스닥이 더 많이 하락했어요. 지금은 기술주의 엄청난 거품이 붕괴하는 과정이에요.
그런데도 단기적(가을까지)으론 괜찮다. 이렇게 보시는 거 같아요. 어떤 이유인가요?
코스피만 놓고 보면 일평균 수출액이 4월보다는 괜찮은 편입니다. 환율도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얼마 전 달러당 1290원까지 갔는데 우리 경제력에 비해선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죠. 외국인 순매수는 환율과 상관계수가 매우 높은데요. 환율이 좀 떨어지면 수급에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실제로 조금씩 자금이 들어오고 있고요. 주가란 게 하락기에도 쭉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반등하는 모습은 나올 겁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 전민규 기자

김영익 서강대 교수. 전민규 기자

하지만 코스피 역시 내년이 더 안 좋을 거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면 한국도 예외일 수 없죠. 당장 수출 등에도 영향을 미칠 거고, 경기 둔화를 알리는 지표가 나오기 시작하면 투자 심리도 얼어붙게 되죠. 게다가 한국은 잠재성장률이 전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생산가능인구의 축소가 핵심인데 이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이럴 땐 주식시장과 잠시 떨어져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좀 피해 가는 투자를 해야 할 텐데,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 외에 투자자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국채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겠죠. 한국이 원금 상환 못 할 나라는 아니니까. 은행 적금보다 수익률이 괜찮으면 현금으로 두는 것보다는 국채가 낫죠. 국가별로는 상대적으로 아시아 지역이 괜찮을 거 같아요. 미국 시장이 어렵고, 전쟁 직격탄을 맞은 유럽 역시 그럴 거라 본다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죠.
요즘 같은 시기 자산 배분은 어떻게 하세요?
저는 부동산이 40%, 금융자산이 60% 예요. 금융자산의 30%는 보험이고, 나머지는 주식이죠. 배당 투자는 기본적으로 하고요. 인버스 ETF 같은 거로 리스크 관리도 꾸준히 합니다. 아예 장기 투자하는 종목들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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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목인가요?
중국 전기차 ETF, 베트남 ETF, 곡물 ETF는 사서 거의 손을 대지 않았어요. 적어도 5년 이상 투자할 생각입니다. 삼성전자 비중도 꽤 높죠.
종목 투자를 할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투자하실 것 같은데 안 그런가요?
저도 삼성전자는 잘 모르죠. 다만 삼성전자는 하나의 종목인 동시에 코스피 자체이기도 하니까요. 제 목표 수익률이 5% 예요. 2020년 코스피가 31% 상승했을 때 제 수익률은 12%였어요. 그만큼 안전하게 가는 거죠. 대신 투자를 시작한 뒤 (연간 단위로) 손해를 본 적은 없습니다. 올해도 약 3% 정도의 수익을 내는 거 같아요.
이 하락장에 3%요? 그게 가능한가요?
제가 가장 잘하는 게 거시경제 분석이니까 그 흐름에 따라 투자를 하는 겁니다. 남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본인이 잘 아는 것에 집중하는 것. 그게 가장 확률 높은 투자법입니다.

이 기사는 5월 30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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