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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폭과대주 줍줍'은 20년간 통했다…단, 골라서 주울 것[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조정장일 땐 성장주가 더 많이 떨어지고, 반등기엔 가치주보다 더 많이 오른다.’ 이런 얘기 어떤가요? 주식시장에선 일종의 공식(조정장엔 가치주, 반등장엔 성장주 비중을 늘려라!)처럼 통하는 데요. 그런데 과거 데이터를 보니 이런 전략은 하나~도 안 먹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흔들리는 장세 속에서 역사가 말해주는 것’ 보고서를 최근에 낸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을 만나서,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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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코스피 200 종목을 가지고 분석해보니 ’PER(주가수익비율) 높은 성장주라고 내릴 때 주가가 더 떨어지고 오를 때 더 뛰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가치주라고 덜 떨어지고 덜 오르는 게 아니더라’라고 쓰셨는데요. 이거 너무 상식을 깨는 결과 아닌가요?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데이터를 돌려보면 실제론 안 맞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이 장이 고꾸라지기 전까진 성장주만 달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최근 일만 기억하기 때문이에요. 조금만 더 시계를 길게 보면 그건 아니었거든요.”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걸 일부러 데이터를 돌려서 검증해본 거군요.
“최근 펀드매니저 분들과 얘기하다 보면 ‘이제 거의 바닥권 이니 성장주를 많이 담아야 한다’ 또는 반대로 ‘지금은 몸을 더 사려서 가치주를 늘려야 할 때다’라는 식으로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테스트 해봤는데, 결과는 읽으신 대로고요. 최소한 ‘코스피 200 유니버스에서 최근 20년 사례에서는 그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20년간 낙폭과대주에 대한 바텀피싱은 통했다(실제 반등장에 많이 올랐다)’고 분석하셨는데요. 이것도 좀 의외인 게, 낙폭과대주엔 관심이 쏠리지만 주식 좀 안다는 사람들은 ‘그거 지금 싸다고 함부로 줍줍하면 큰일난다’고 말리거든요.
“‘낙폭과대주라고 무조건 줍줍하는 건 위험하다’는 얘기는 건전하고 옳은 말이긴 하죠. 주가가 더 빠질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그런 말을 할 텐데요. 지금이 바닥이라는 시그널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만 있다면, 그땐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죠. 제가 주장하려던 건 ‘낙폭과대주를 무턱대고 매수하라’는 아니고요. 매크로 환경을 살폈을 때 지금이 바닥권이라고 생각되고, 상방으로(주가가 오를 것으로) 배팅을 하고자 한다면 그때 더 유효한 전략은 ‘PER 높은 성장주, 이익전망치 컨센서스가 상향되는 종목’이 아니라, 낙폭과대주 바텀피싱 전략이 될 것이란 거죠.” 
왜 그럴까요?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는 종목들은 장이 좋을 땐 주가가 떠도, 시장 심리가 훼손되면 주가가 급락해서 좀 과도하게 빠지죠. 그러다가 거시환경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시장 심리가 회복되면, 그땐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는 회사들이 비록 ‘좋은 회사’는 아닐 수 있지만 과도하게 저평가 돼있다면 ‘좋은 주식’일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심리 회복이 예상된다면 그런 종목일수록 반등 폭이 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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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다를 수 있군요. 낙폭과대주는 주식 측면에선 좋은데, 기업 측면에선 괜찮은지는 알 수 없는 거고요. 그래서 보고서는 ‘낙폭과대주 중에서도 실적이 괜찮은 걸 고르자’라는 결론이더라고요.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기존에 고평가 받았던 종목이 모두 회복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선별하는 과정이 있을 거고요. 그래서 낙폭과대주 중에서도 실적 모멘텀이 있는 걸 찾았습니다. 예컨대 실적이 안 좋을 걸로 예상돼 주가가 폭락했는데 알고보니까 그 정도까진 나쁜 건 아니었던 종목들도 있거든요. 이런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죠.”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이 말씀하신 그 조건에 부합하더라고요.
“반도체와 자동차는 모두 시클리컬(경기민감)한 산업이고, 요즘 같이 매크로 환경이 안 좋을 땐 쉽지 않은 종목이죠. 그런데 이제 주식시장의 하방(주가 하락)이 좀 제한적이지 않을까 봅니다. 코스피 200 같은 경우엔 외국인 지분율이 30% 초반대까지 떨어져 있는데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케이스(2009년 이래 최저)이거든요. 그동안은 한국 경제 펀더멘탈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머징 마켓 선호가 떨어지고 환율이 올라서 외국인이 들어올 수 없는 환경이었는데요. 매크로가 안정되고 환율이 고점을 찍으면 외국인이 들어올 환경이 갖춰질 겁니다. 그럼 우선적으로는 이전에 외국인이 지분을 많이 갖고 있었다가 최근에 급격히 줄였던 종목들, 즉 반도체와 자동차 위주로 들어올 거란 판단입니다.” 
지금이 진짜 바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막 급락할 것 같지 않으니 그런 종목 위주로 선별하라는 뜻이군요.
반등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사실 ‘찐바닥’을 논하는 건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죠. 다만 지금 상황이 장기 경기침체나 금융위기를 논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면, 과거의 역사적인 조정장의 평균적인 수준은 이미 넘어선 상태입니다. S&P 500지수가 지난주까지 7주 연속 하락했는데, 닷컴버블 이후 처음이거든요. 과거엔 6~7주 정도 조정이 이뤄지면 대부분의 악재를 시장이 반영했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그 정도 기간을 이미 지나왔으니까, 이미 좋지 않은 상황이 시장 가격에 다 반영이 돼있다고 보는 거죠. 따라서 너무 크게 걱정해서 패닉셀을 하거나 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20~2021년 상승장에 주식시장에 들어온 초보투자자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을까요?
“개인투자자들이 충분히 공부 많이 하고 잘 아신다고 생각해요. 2~3년 전엔 ‘매수가 사는 거고 매도가 파는 거죠?’라고 묻는 사람도 많았는데, 이제 선물 옵션이나 VIX(변동성지수)를 물어보는 수준까지 왔거든요. 그런데 뉴스도 많이 보고 하시던데, 너무 소음에 휘둘리지 마셨으면 해요.
너무 많이 보는 게 오히려 문제일 수 있군요.
“제가 점쟁이는 아니기 때문에 ‘이제 바닥입니다’라고 무책임하게 말씀드릴 순 없어요. 다만 과거의 시장이 알려주는 경험이 맞다면 지금 이미 많이 빠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공포에 휩싸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신 리밸런싱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제가 ‘낙폭과대주가 반등장에 많이 올랐다’고 얘기했지만 이건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빠진 종목을 말하는 거예요. 만약 스캠성 주식에 나몰라 투자를 했는데 ‘1년 버티면 본전 오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옳다는 게 아닙니다. 잘 속아내셔야 할 때죠.” 
본인은 어떻게 투자를 하시나요?
“저는 마켓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크로를 보면서 투자하고요. 장기적으로 섹터의 빅픽처, 10년 또는 20년 뒤에 갈 것으로 생각되는 종목이나 국가를 예측해서 투자합니다.” 
그럼 지금은 주식과 현금 중 어느쪽 비중을 늘리고 있나요?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죠.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 원치 않게 물타기를 하며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을 겁니다.”
저는 물 탈 타이밍만 보며 아직 기다리고 있는데요.
“만약 지금이 바닥권이라고 해도 바로 급반등하는 게 아니라 횡보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많이 쪼개서 물을 타는 게 낫다고 봐요. 저도 한 40~50개로 쪼개서 넣어요.” 
매수를 그렇게 나눠서 한다고요?
“지금 너무 싸보여서 몰빵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 ‘매일 몇 주씩 나눠 사겠다’고 정해 기계적으로 분할 매수합니다.”
매일 나눠서요?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전략으로 보이는데요.
“퀀트적으로 봤을 땐 그게 오히려 게을러도 가능한 전략이에요. 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분석한 내용대로만 가면 되니까요. 그렇다고 ‘지금 바닥이니까 주식을 무조건 담으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사실 바닥을 예측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거든요. 정말 바닥을 감지할 확실한 신호가 있다면 바닥은 안 오겠죠. 모두 그때만 기다리며 입 벌리고 있으니까요. 바닥을 잡으려 하기보다는 ‘확률을 높이는 투자’를 하세요. 우리는 투자를 하는 거지 도박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by.앤츠랩

※이 기사는 5월 25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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