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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세대교체론 몰아치나...70년대생 역할론 “제2이재명 나와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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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 처음 등장한 민주당 70년대생 초선 의원 9명이 2018년 '서태지 세대 모여라: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시민평의회 중구난방'이란 이름의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제윤경, 이재정, 전재수, 박주민, 김병관, 김해영, 강훈식, 박용진, 강병원 의원. 21대 총선에서 제윤경,김병관,김해영 전 의원을 제외한 6명이 재선 의원이 됐다.

20대 국회에 처음 등장한 민주당 70년대생 초선 의원 9명이 2018년 '서태지 세대 모여라: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시민평의회 중구난방'이란 이름의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제윤경, 이재정, 전재수, 박주민, 김병관, 김해영, 강훈식, 박용진, 강병원 의원. 21대 총선에서 제윤경,김병관,김해영 전 의원을 제외한 6명이 재선 의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차기 지도부를 1970·80년대생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9일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대선 패배 후 두 번째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1970·80년대생 역할론’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2시간 30여분가량의 토론을 마친 뒤, 간사 격인 강병원 의원은 “1970∼80년대생 의원들이 당의 중심이 되고 당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새 리더십을 세우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통해 제2의, 제3의 이재명이 나와줘야 한다”는 기동민 의원의 발언으로 촉발된 세대교체론이 집단적 의사표명으로 구체화된 셈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리더십 세대교체를 통해 쇄신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586세대에게 물러나라고만 하고, 정작 스스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던 상황에 대한 70~80년대 생 의원들의 자기반성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재선 그룹에선 강병원·강훈식·박용진·전재수 의원 등, 초선 그룹에선 이소영·김한규 의원 등이 전당대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70~80년대 생들이다.

세대교체론의 급부상엔 친명(親明·친이재명) 대 반명(反明)으로 흐르는 당권 경쟁 구도에 대한 우려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일부 재선 의원들은 “8월 전당대회가 ‘강 대 강’ 대치로 흐르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연판장을 작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당내에서 뜻을 같이하는 이들끼리 100인 정도 서명을 받아 성명을 내자는 얘기가 나와서, 다 같이 좀 더 논의를 해보기로 했다”며 “강 대 강 대치가 뭐겠냐. 이재명·전해철 나오지 말란 얘기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재명·전해철·홍영표 3인을 콕 찍어서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고 비토할 순 없지 않냐. 그래서 새삼 세대교체론이 나온  것”이라며 “적어도 계파 간판급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나와선 안된다는 의원들 간에 공감대가 크다”고 했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우원식·이인영·설훈 의원도 당대표 출마하지 말란 얘기”라고도 했다. 재선 그룹의 이런 분위기에 계파색이 엷은 일부 3선 이상 중진들도 호응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3선 의원은 “단결 속에 쇄신이 필요한 시기”라며 “계파 수장들이 물러나고 70~80년대생이 전면에 나서면 파국을 막고 새 인물을 키우는 공간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왼쪽)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왼쪽)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재선 의원들은 당 지도체제를 현재의 단일성 지도체제에서 ‘통합형 집단 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비대위에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별도의 선거로 뽑아 당 대표에게 권한을 집중하는 구조다. 이를 당 대표 선거의 2위~6위 득표자들이 최고위원을 맡는 권한 분산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차기 비대위원으로 내정된 한정애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되면 70~80년대 생들의 당권 도전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우상호 의원도 이날 재선 간담회 참석한 뒤 지도체제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우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할 선수들이 합의를 하든가, 아니면 당내 구성원의 60~70% 이상이 동의하는 내용이 있을 때에만 변경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재명 당 대표’를 기정사실로 해 온 친명 그룹의 강경파들은 즉각 반발했다. 김용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룰을 바꾸려면 권리당원 직선제로 가야지, 집단지도체제는 아니다”며 “전형적인 계파정치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김남국 의원도 라디오에서 “단일지도체제로 해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확실한, 단단한 야당이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편 친문그룹의 당권 주자로 거론돼 온 전해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가 노선 경쟁이 아니라 친문과 친명의 계파 싸움, 권력투쟁으로 규정된다면 지난 대선, 지선 패배에 이어 민주당의 더 큰 위기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더 이상 ‘친문’을 하나의 계파를 상징하는 좁은 틀에 가두지 않기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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