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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는 줄었는데 사망자는 늘어...엇갈리는 안전운임 효과

중앙일보

입력

[이슈분석] 

화물연대 파업 사흘째인 9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정문 앞에 파업 차량이 정차해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 사흘째인 9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정문 앞에 파업 차량이 정차해있다. [연합뉴스]

 '교통사고 2.3% 감소. 그러나 사망자는 19% 증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 일몰제의 폐지를 요구하며 사흘째 집단운송거부(파업)에 나선 가운데 화물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개선 효과를 두고 논란이다.

 9일 한국교통연구원이 작성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연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가 시작된 2020년과 전년도인 2019년의 사업용 특수 견인차(트랙터)의 교통사고 건수를 비교한 결과 사고는 2.3% 줄었다, 2019년 690건에서 2020년에는 674건으로 감소한 것이다.

 교통사고 부상자 수도 같은 기간 1079명에서 991명으로 8.2% 줄어들었다. 이렇게만 보면 안전운임이 교통안전 개선에도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안전운임 뒤 사고 감소, 사망자 증가  

안전운임 시행 전후 비교. [자료 한국교통연구원]

안전운임 시행 전후 비교. [자료 한국교통연구원]

 하지만 사망자 등 다른 수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망자 수는 21명(2019년)에서 25명으로 오히려 19%가 증가했고, 과속 적발 건수도 220건에서 224건으로 1.8% 늘었다.

 사고 건수는 줄었지만, 사망자는 증가하고, 과속 운전도 늘어나는 애매한 상황이 된 셈이다. 안전운임 덕에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주의 소득이 늘고 근로시간은 줄어드는 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이태형 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은 "안전운임제 시행기간이 짧은 데다 연구의 비교대상 역시 1년밖에 되지 않아 여러모로 안전개선 효과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적은 줄었는데 과속 적발 늘어  

 이 때문에 안전운임의 안전개선 효과에 대한 평가도 화물차주와 운송사, 화주가 서로 크게 엇갈린다. 교통연구원의 발표자료를 보면
컨테이너 품목의 경우 안전운행 개선 영향 관련 질문에 화물차주의 66%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운수사와 화주는 부정적이라는 반응이 각각 49%와 38%에 달해 긍정적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또 과속 개선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차주(9%)와 운수사(45%), 화주(35%) 모두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긍정적이라는 답변보다 높았다.

엇갈리는 안전운임의 안전효과 평가. [자료 한국교통연구원]

엇갈리는 안전운임의 안전효과 평가. [자료 한국교통연구원]

 과적 개선 효과의 경우 차주는 긍정적(12%)이라는 응답이 더 많지만 운수사(37%)와 화주(33%)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시멘트, 과속개선 효과에 모두 부정적  

 시멘트 품목에선 안전운임제가 과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모든 응답자(차주 46%ㆍ운수사 56%ㆍ화주 73%)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안전운행 개선 효과에 대해선 차주의 51%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운수사(44%)와 화주(60%)는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특히 과속 개선 효과의 경우 차주(19%), 운수사(28%), 화주(86%) 모두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주와 운송사들은 운송비만 대폭 인상됐을 뿐 당초 기대했던 안전개선 효과가 작다며 예정대로 올해 말에 안전운임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화물연대는 "사고 감소와 과적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안전운임을 계속 시행해야 한다고 맞선다.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대전의 수소충전소가 운영을 중단했다. [중앙일보]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대전의 수소충전소가 운영을 중단했다. [중앙일보]

 "안전 대신 표준운임으로 접근 필요"  

 정부도 쉽지 않은 입장이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최근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나 연장을 말하지만, 화주는 물류비 상승과 낮은 사고 예방 효과 등을 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안전운임 프레임으로 접근하다 보니 불명확한 화물차 사고통계를 가지고 각자 다른 주장을 하면서 싸우게 된다"며 "본질에 맞게 명칭을 표준운임 또는 최저운임이라고 하고 이에 맞게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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