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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반도체' 질책에 바빠진 교육부 "수도권大 정원 증원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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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교육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 첨단학과 정원을 늘리는 등 파격적인 방안을 관계부처와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며 강하게 질책한 뒤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8일 오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학부 이상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인력을 산업계에서 원하는 만큼 키워내야 하는데 대학에 대한 규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며 규제 완화를 위한 특례 적용 방안 등을 언급했다. 장 차관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의를 하고 있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보다 파격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정원 제한·밥그릇 싸움에 뒤로 밀린 첨단학과 증원  

학과 정원을 늘리는 데 당장의 걸림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대학 정원을 제한하고 있다. 대학 정원 내에서 수요가 낮은 학과의 정원을 줄일 수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교수들의 반발로 쉽지 않다.

이때문에 대학과 기업이 택한 일종의 우회로가 '계약학과' 형태였다. 계약학과는 산업체가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과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학위과정으로, 대학 입학정원과 별개로 학생을 모집할 수 있어 기업체들로부터 인기다. 하지만 일부 상위권 대학·기업에만 국한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장 차관은 "(수도권) 총량규제 안에서 할 것인지, 전략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예외로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를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여건을 갖춘 대학에 특례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언급했다.

이어 장 차관은 "증원과 학과 신설은 대학이 수요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준에 따라서 그걸 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수도권 첨단학과 정원의 순증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순증이라고 봐야 한다"고도 했다.

반도체학과 증원 대학에 재정지원, 규제완화
이날 교육부 관계자도 “반도체 인재 양성 관련 학과 개설을 지금보다 자유롭게 하고, 대학정원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기존에 하던 ‘계약학과 설립’ 외에도 정원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단 교육부는 대학 정원 내에서 학부통폐합 등을 통해 정원을 확보하고 반도체학과와 같은 첨단학과를 개설할 경우 재정 지원을 하거나 대학 규제를 완화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계약학과를 설치할 수 있는 대학과 학생 정원을 더 늘려주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첨단학과의 경우 교원을 갖추면 대학 4대 요건(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규제 중 다른 부분은 좀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계약학과도 지금보다 더 늘려서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도 검토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장기적으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하고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교육부 측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국토부 소관이지만, 국토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면 개정을 함께 협의할 수 있다”며 “대학이 자체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떨어지는 만큼,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확충을 위한 방안도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학을 둘러싼 규제 완화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데, 여소야대 상황이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계약학과나 반도체학과가 수도권 대학 중심으로 확대된다면 지방대의 위기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고등교육 혁신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자칫 수도권 대학 집중, 지역 균형발전 저해, 대학 학과 통폐합 갈등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대학은 산업인력 양성소 아냐" 반발도 

전날 윤 대통령은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예전에 일하던 방식과 달리,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통신부와 협의해 다른 기준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을 위해 관료들부터 기존 틀을 깨는 파격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다만 교육계에선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은 산업인력을 생산해내는 공장이 아니다 ”면서 “취업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존재 가치를 산업 인재를 키우는 곳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오히려 미래를 위한 성장과 발전 동력의 발목을 잡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 한 관계자도 “교육부가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쓸데없는 규제를 없애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교육부는 경제부처와 달리 ‘수월성’ 뿐만 아니라 형평성과 다양성 역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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