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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동훈 ‘검수완박’에 칼뺐다…秋가 없앤 전담수사부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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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직접 인지수사 기능을 복구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한다. 문재인 정부 추미애·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없앤 일선청 전담 수사부를 부활하고 모든 형사부 검사들도 인지수사를 할 수 있도록 각종 수사개시 제한을 폐지하는 게 골자다. 한 장관이 검사의 수사 개시를 부패·경제범죄로 제한하는 ‘검수완박’ 법률의 9월 시행을 앞두고 조직개편을 하는 건 전 정부 사정수사의 3개월 속도전을 예고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이번 주 검찰 조직개편안에 대한 대검찰청 및 일선 청의 내부 의견 조회를 마친 뒤 곧장 조직개편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다음 주중 조직개편안에 대한 법제처와 행안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달 하순 열리는 국무회의에 조직개편을 위한 법령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조계 “검수완박 법률 무력화”에 법무부 “검수완박 틀내 시행”

출근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과천=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2022.6.8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출근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과천=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2022.6.8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법무부 내부적으로 검찰 조직개편 검토를 마친 상태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법무부 조직개편안 문건에 따르면 ▶검찰 내 수사 임시조직 설치 시 법무부 장관 승인 폐지 ▶모든 형사부에서 중요범죄 단서를 발견할 경우 수사 개시 가능 ▶형사·공판부로 전환됐던 직접 수사부서를 전문수사부로 재편해 각 지검별 중점검찰청 기능 강화 등 3가지 방향으로 이뤄진다. 조직개편은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문재인 정부 시절 인지수사를 제한한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법조계에선 한동훈 장관이 18개 지방검찰청과 42개 지청 등 일선 검사들의 인지수사권을 부활하는 조직개편을 서두른 시점을 주목한다. 9월부터 기존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가 가능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가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시행에 따라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검찰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전 정권 사정수사의 신호탄인 동시에 사실상 대통령령 개정을 통한 검수완박 법률의 무력화에 착수한 게 아니냐”라고도 평했다. “전국 일선청 검사들이 인지수사에 착수한 뒤 3개월 안에 성과를 보이면 시행 이후 검수완박 법률 폐지 여론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을 하면서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반부패부 등 전담수사부 부활 등 조직개편안은 기존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수완박 법률의 틀내에서 마련한 것”이라며 “부활하는 전담수사부나 형사부도 8월말까지는 6대 범죄, 검수완박 법률 시행 이후엔 부패·경제범죄에 한 해 인지수사를 하는 방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난 정권 때 검찰 수사를 막으려고 파견허가권, 수사팀 허가권 등 ‘법무부 장관 권한’을 너무 강화해 놨는데, 한 장관이 그걸 과감히 내려놓고 돌려놓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기존 형사부도 공정거래나 조세 등 전문 형사부를 뒀지만 막상 직접 수사는 못하게 막은 게 현실”이라며 “이제 부서의 목적과 기능을 맞춘 것이고, 모든 형사부 검사가 직접수사에 제한을 받지 않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법무부 “한동훈, 검사 파견 허가권, 수사팀 설치권 내려놨다” 자평

법무부는 먼저 일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수사 임시조직을 설치할 때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제21조 제1항을 폐지하기로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때인 2020년 1월 28일 신설된 이 조항에 대해 법무부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법무부 장관이 수사팀 구성에 관여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부당한 수사개입 논란을 초래하고,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독립성·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위험성이 농후하다"고 평가했다.

법무부는 또 "수사팀 구성 필요성이나 운영 방향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를 담당하는 검찰총장 또는 그 위임을 받은 기관장이 판단할 사항"이라며 "(이 조항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가 상시화될 우려가 있어 관련 국정과제 이행이 곤란해진다"고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조치가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따르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전국 모든 형사부, 막혔던 인지수사 재개

법무부는 또한 검찰 내 모든 형사부 검사들이 중요범죄 단서를 발견할 경우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형사부 분장사무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반부패수사부'로 이름 바꿔단 중앙지검 특수부. 연합뉴스

'반부패수사부'로 이름 바꿔단 중앙지검 특수부. 연합뉴스

2020년 9월과 2021년 7월 등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된 현행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제13조제4항은 중앙지검(다른 지검도 준용) 등의 일반 형사부에 대해 ① 사법경찰관, 특별사법경찰관 등 검사 외의 수사기관으로부터 송치 또는 기록 송부받은 사건 ② 고소를 받아 수리한 경제범죄 ③ 경찰공무원의 범죄 및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중요 범죄의 경우 일선청 형사부 가운데 형사말(末·마지막 순위)부에 한정해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서만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종전의 조직개편(2020년 9월, 2021년 7월 등)이 있기 전엔 전국 모든 형사부가 '일반 형사사건의 수사 및 처리에 관한 사항 및 이와 관련된 사항'을 담당하도록 폭넓게 규정돼있었다. 또한 각 지검의 모든 형사부가 반부패·공공수사·강력 등을 함께 분장하도록 해 수사 범위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지난 3년 동안 이뤄진 조직개편 결과 검찰 내 18개 지검 및 25개 지청에서 중요범죄 인지수사를 할 수 있는 형사부는 146개에서 41개로 105개 감소했다.

법무부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제13조제4항 중 '일반 형사사건'을 규정하고 있는 위 ①~③목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전국 모든 형사부는 직접 수사 범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한 반부패·공공수사·강력 등 전담부서가 없는 지검 및 지청의 형사부 분장 사무에는 전담부서 분장 사무를 병기해 기관장 재량에 따라 탄력적 수사 운영이 가능하게 만들기로 했다. 지검이나 지청 형사말부에서 중요범죄 수사를 개시할 경우 검찰총장 사전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도 없애 수사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형사·공판부'됐던 반부패·공공수사·국제범죄·정보기술범죄 전문수사부 부활

법무부는 또 2019년 10월 이후 단순 형사부·공판부로 전환된 약 70%의 직접수사부서를 되살려, 일선 검찰청의 전문부서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서의 전문성이 표현되는 적절한 부서명을 사용해 전문분야 범죄에 대한 수사 의지를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그간 단순 형사부로 전환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수사·조세·강력 등 전문분야 수사를 사실상 전담부서가 계속 수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이에 따라 전국 최대 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의 부서명도 대거 교체된다. 형사제10부는 공공수사제3부로 개편해 집단적 노사관계 사건 전문 수사 부서로의 정체성을 부여한다. 형사제11부는 국제범죄수사부로, 형사제12부는 정보·기술범죄수사부로, 형사제13부는 조세범죄조사부로, 형사제14부는 중요범죄조사부로 바뀐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중앙지검에선 부패·경제 범죄만을 전문적으로 수사했던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도 부활시킨다. 기존 반부패·강력수사제1부와 제2부를 각각 반부패수사제1부와 2부로 개편하면서다. 기존 경제범죄형사부도 반부패수사제3부로 개편해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 대신 기존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를 강력범죄수사부로 개편해 조폭·마약 등 강력범죄 수사를 전문적으로 수사하게 한다. 이런 부서 재편을 토대로 앞으로 중앙지검 1차장은 정통 형사사건을, 2차장은 전문성 있는 새 형사사건은, 3차장은 공공수사 분야 사건을, 4차장은 반부패와 강력 틍 특수사건을 각각 담당하게 한다.

다른 일선청 역시 전문부의 직접수사 권한을 추가해 중점검찰청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한다. 서울동부지검의 사이버범죄형사부는 사이버범죄수사부로, 서울북부지검의 조세범죄형사부는 조세범죄조사부로, 서울서부지검의 식품의약범죄형사부는 식품의약범죄조사부로 개편하는 식이다. 인천지검엔 강력범죄수사부와 국제범죄수사부가, 수원지검엔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가, 부산지검엔 공공·국제범죄수사부가, 대구지검엔 강력범죄수사부가 재편돼 생긴다. 의정부지검엔 전에 없던 환경범죄조사부를 신설한다. 환경범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법무부는 문건에서 조직개편 이유에 대해 "그간의 조직개편은 직접수사 총량의 축소에만 치중해 민생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곤란했고, 긴급한 현안에 신속히 대처할 수 없는 등 검찰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실무상 문제점이 대두했다"며 "신속하게 검찰 기능을 정상화하고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해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원활히 이행하기 위한 동력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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